일본 홋카이도 태평양 연안 앞바다인 쿠릴해구(치시마해구) 남서부에서 해구 가까운 구간에 ‘슬립 결손(plate slip deficit)’이 크게 쌓이고 있다는 해저 관측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과거 17세기 초대형 지진과 유사한 규모의 초대형 지진(강도 약 8.8)이 향후 재현될 가능성을 제기하며, 해저 모니터링을 통한 지진·쓰나미 위험평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쿠릴 해구 위치 (사진: 구글맵 캡쳐)
육상 GPS로는 안 보이던 ‘해구 앞 잠김’을 해저에서 잡았다
이번 연구는 도호쿠대·홋카이도대·일본 해양연구개발기구(JAMSTEC) 등이 참여해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어스 앤드 인바이런먼트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홋카이도 네무로(根室) 앞바다 해저에 관측 장비를 설치해 2019~2024년 해저 지각변동(GNSS-A) 자료를 축적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해구 인근 얕은 구간에서 높은 슬립 결손률이 나타난다고 보고했다.
이 구간은 역사적으로 해일(쓰나미) 기록을 통해 “해구까지 파열이 닿는 초대형 사건” 가능성이 거론돼 왔지만, 육상 관측은 해구에서 멀어 감도가 낮아(특히 얕은 구간의 잠김) 제약이 컸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2019~2024년 관측과 “약 400년 누적” 가정…슬립 결손 20.5~30m
연구진은 해저 변위 속도와 장기 지진활동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점 등을 종합해, 17세기(1611~1637년 사이로 추정되는) 초대형 지진 이후 비슷한 속도로 변형이 계속 축적됐다면 슬립 결손이 약 20.5~30.0m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는 “한 번의 거대한 파열로 해소될 경우 약 8.8급 초대형 지진”이 가능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연구진은 특히 파열이 해구까지 확장되면 해저 융기와 해일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처럼 쓰나미 위험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시사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쓰나미의 모습 (사진 제공: 이와테현 미야코시 지진조사연구추진본부 사무국)
연구는 ‘시점 예측’이 아니라 ‘위험 신호’
다만 이번 연구가 “언제, 어디서, 규모 몇”을 특정해 예언하는 성격은 아니다. 일본 기상청(JMA)도 반복적으로 “현 기술로는 지진의 정확한 시점·장소·규모를 특정하는 예측은 불가능하며, 그런 식의 단정적 예측은 허위정보(hoax)”라고 경고해 왔다.
즉 “곧 8.8이 온다”라는 표현은 과학적 문맥에서 보면 부정확하다. 정확한 표현은 “해구 앞판이 강하게 잠겨 있고, 장기 누적 슬립 결손이 커서 ‘8 후반~9급’ 사건 시나리오가 가능해 보인다”에 가깝다.
‘후발지진 주의정보’도 예언이 아니다…1주일 대비 독려용
‘후발지진 주의정보’와 같은 정부 경보 체계 역시 “몇 시간 뒤 지진을 정확히 맞히는 예측”이라기보다, 특정 해구 주변에서 규모 7급 지진이 발생했을 때 “추가 큰 지진 가능성이 평소보다 상대적으로 높아졌으니 1주일 정도 대비를 강화하라”는 성격의 안내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결국 날짜를 찍는 ‘예언’에 흔들리기보다 공식 경보와 대피 체계를 점검하고(해안 저지대라면 고지대 대피 동선 확인), 해저 관측망 같은 장기 감시 인프라 확충이 실질적 피해 저감에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