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면 언젠가 괜찮아질 것’이라는 믿음은 여전히 강하다. 그런데 신간 《내가 돈을 벌고 있다는 착각 : 부의 사다리를 세우는 지혜의 눈》은 그 믿음부터 흔든다.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늘어난 유동성이 자산 가격을 들어 올린 시대, 겉으로는 ‘다들 돈 번 것 같은’ 장면 속에서 정작 개인의 부가 늘었는지부터 다시 묻자는 제안이다. 출판사 스틸당이 내놓은 이 책은 “정말 내가 돈을 번 것인가, 아니면 화폐 가치가 떨어진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출발한다.
책의 핵심 문제의식은 단순하다. 통장 잔고가 늘었어도, 내 자산의 증가 속도가 통화량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면 ‘실질’은 제자리일 수 있다는 것. “명목 수익에 속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현실 점검’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독자들의 체감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월급은 제자리인데 생활비는 오르고, 주거·주식·코인 같은 자산 가격은 널뛰는 장면이 반복됐다. 책은 이 환경을 “돈의 규칙이 바뀐 시대”로 규정하고, 이제는 방향(시스템 이해)을 먼저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이 흥미로운 지점은 ‘부자’를 다시 정의하는 방식이다.저자는 부자를 단순히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남이 원하는 것을 많이 가진 사람’으로 규정하며, 구조를 이해해 ‘사다리’를 설계한 사람과 흐름에 올라탄 사람을 구분한다.
독자 입장에선 이 구분이 꽤 실용적이다. ‘무엇을 샀느냐’보다 ‘왜 그 선택을 했느냐’를 점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부를 “돈의 양”이 아니라 “가치의 위치”로 보는 관점은, 자산 시장의 소음에 지친 독자에게 일종의 나침반이 된다.

이 책은 인생을 체스게임으로 비유해 3부로 짰다. 오프닝에서 가치관을 정리하고, 미들게임에서 ‘어느 그릇에 자산을 옮겨 담을 것인가’를 고민하며, 엔드게임에서는 사회적 정체성이 지워진 뒤 남는 것을 묻는다. 이 구성은 ‘투자 팁 모음’이 아니라, 생각의 순서를 설계한 형태에 가깝다.
특히 눈에 띄는 건 ‘그릇’의 은유다. 돈을 버는 기술보다, 가치 손실률이 적은 그릇(가치 저장 수단)을 고르는 감각을 강조한다는 점에서다. 재테크서에 흔한 단기 처방 대신, 사고방식의 프레임을 먼저 세우는 쪽에 방점이 찍혀 있다.
저자 commonD(꼬몽디)는 네이버 카페 ‘부동산 스터디’에서 글로 주목받아 온 인물로 소개된다. “부동산 투자로 5년 만에 수십억 원 이상의 자산을 축적한 익명의 자산가”이며, 2023년 2월부터 칼럼을 쓰기 시작해 큰 반향을 얻은 사람이다.
무엇보다 이 책이 내세우는 강점은 ‘구조를 말한다’는 태도다. “자산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을 완전히 수정할 필요”를 언급하며, 주식시장을 ‘사다리’가 아니라 ‘금고’로 보는 시각을 제시한다.
호불호는 갈릴 수 있다. 다만 바로 그 직설이, 독자로 하여금 기존 통념을 재점검하게 만든다.
책 소개가 강조하듯 스테이블코인, 자산의 토큰화, 미래를 주도할 섹터, 비트코인까지 폭넓게 다룬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특정 상품을 ‘추천’하는 방식이 아니라, 변화의 흐름을 이해하는 독해법을 제공하려는 의도다. 기술과 제도, 시장의 연결 고리를 읽으려는 독자에게는 ‘시장의 지도’처럼 기능할 만하다.
‘돈을 버는 법’보다 먼저, 내가 지금 무엇을 착각하고 있는지부터 점검하게 만드는 책이다. 인플레이션 시대에 흔들리는 마음을 다독이기보다, 차분하게 현실을 직시하도록 만드는 쪽에 가깝다. 불편함을 통과해 ‘이해’로 가 닿을 때, 독자는 비로소 자신만의 부의 사다리를 어디에 세울지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신간 정보
스틸당(STEALDANG) 출간,
2026년 2월 27일, 328쪽, 정가 1만9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