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리야다의 하야트 호텔 = X 캡쳐미국·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공습 이후, 이란의 보복 공습이 ‘전장’의 경계를 흔들고 있다. 이란은 “미군 기지 등 군사 표적을 겨냥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피해 양상은 공항·항만·주거지·상업시설로 번지며 관광과 금융의 심장부까지 흔든다. 중동의 ‘안전지대’로 불리던 걸프(페르시아만) 핵심 도시들에서 특급 호텔 화재와 민간 건물 파손 소식이 이어지는 이유다.
부르즈알아랍 호텔에 난 화재 = X캡쳐
두바이에서는 국제공항이 손상을 입고, 상징적 랜드마크인 버즈 알 아랍(Burj Al Arab) 호텔도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인공섬 팜 주메이라(Palm Jumeirah) 일대도 손상이 보고됐다.
현지 보도와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팜 주메이라의 페어몬트(Fairmont) 호텔 화재 등 ‘관광·럭셔리’ 상징 지점이 직접적인 공포의 무대가 됐다.
아부다비에서는 요격 과정에서 발생한 드론 잔해(파편)가 이스라엘 대사관 등 여러 공관이 입주한 복합단지(에티하드 타워) 외벽에 떨어져 부상자가 발생했다는 당국 발표가 나왔다. “의도적 민간 표적화”라기보다, 대규모 공방 속 ‘낙하 잔해’ 피해가 현실로 나타난 사례다.
사우디 아람코가 공격받는 장면 = X 캡쳐
두바이 제벨 알리(Jebel Ali) 항만에서는 요격 잔해로 인해 부두 일부에 화재가 발생했고, 운영사 DP월드는 정부 지침에 따라 항만 운영을 일시 중단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관광(호텔)뿐 아니라 무역·공급망을 겨냥한 충격파가 동시다발로 발생한 셈이다.
오만에서는 두쿰(Duqm) 상업항이 드론 공격을 받았고, 카타르에서는 요격 과정에서 떨어진 파편으로 산업지대에 ‘소규모 화재’가 발생했다고 카타르 국영통신(QNA)이 밝혔다.
이란이 역내에서 “정보기관 거점” 등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주거지 등 민간 피해를 낳았던 전례도 있다. 2024년 1월 이라크 쿠르드 지역 에르빌(Erbil) 미사일 공격으로 민간인이 사망했다는 인권단체·현지 보도들이 그 사례다.
손상된 인공섬 팜 주메이라 일대 위성사진 - X 캡쳐
여기서 핵심은 “이란이 민간인만을 노린다”는 단정이 아니라, 보복전의 방식이 ‘군사 표적’ 주장과 ‘실제 충격’이 엇갈리게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외신들은 이란이 미군 기지 등을 겨냥한다고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민간·상업 지역도 광범위한 영향을 받았다고 전한다.
이란의 의도는 대체로 다음 4가지 축으로 읽힌다.
특급 호텔, 공항, 랜드마크는 ‘군사적 가치’보다 상징 가치와 파급력이 크다. 한 번의 화재·파손만으로도 전 세계 관광객과 투자자에게 “이 도시는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두바이의 ‘일상 유지’ 이미지가 타격을 받은 것도 이 지점이다.
이란은 보복 표적을 “역내 미군 기지”로 규정해 왔다. 문제는 그 기지들이 걸프 여러 나라에 분산돼 있다는 사실이다. 곧, 이란의 메시지는 워싱턴만이 아니라 기지 제공국 정부를 향한다. (즉, 전쟁 비용을 ‘동맹 네트워크’ 전체로 확장시키는 전략이다.)
공항(항공), 항만(물류), 특급 호텔(관광), 증시(자본시장)는 전쟁에서 가장 빨리 흔들리는 경제의 혈관이다. 실제로 UAE는 이란 공습 이후 주요 증시를 이틀간 닫았고, 역내 시장 변동성도 커졌다.
이번 국면에서 특히 중요한 대목은, 로이터 등 복수 보도가 요격 잔해(파편)로 인한 민간 피해를 반복적으로 언급한다는 점이다. 즉, 공격 강도가 커질수록 ‘의도’와 무관하게 민간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이 구조가 “무차별 공격”이라는 인상을 강화한다.
두바이 공항이 공격 받는 장면 = X 캡쳐
UAE는 대규모 미사일·드론 위협을 요격했다고 밝히는 한편, 공항·항만·도심 피해에 대해 “공식 채널을 따르라”며 정보 통제를 강화하는 모습이 보도됐다.
또한 UAE 금융당국은 증시를 이틀간 휴장시키는 초강수를 뒀다.
카타르 내무부는 요격 파편으로 인한 산업지대 소규모 화재를 진화했고,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패닉 최소화’와 ‘기능 유지’가 우선순위다.
쿠웨이트는 “적대 드론을 요격했다”고 공식 발표했고, 민간 지역에서 사이렌과 폭음이 이어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확전이 ‘단발’이 아니라 ‘연속전’으로 굳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걸프협력회의(GCC) 외교장관들은 긴급 협의를 통해 이란의 공격을 “주권 침해”로 규정하고 강력 규탄했으며, 법적 대응 권리(자위권)를 강조했다. 외교전이 본격화한 것이다.
이스라엘-미군 관련 군사시설이 이란에 의해 공격받고 있다 = X 캡쳐
이란이 군사 표적을 주장하고, 걸프 국가들이 요격을 강화하는 구도에서 가장 두려운 변수는 민간 피해가 누적될수록 각국이 더 강경한 보복 명분을 쥐게 된다는 점이다. 호텔 화재, 공항 손상, 항만 중단 같은 사건이 반복되면, 전쟁은 군사 충돌을 넘어 ‘경제·관광·일상’을 직접 인질로 삼는 형태로 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