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하고 이동하고 있는 쿠르드족 = X 캡쳐최근 일부 외신·지역 매체를 중심으로 이란 접경의 쿠르드 무장·반정부 세력들이 ‘미국의 독려 또는 지원 아래’ 이란을 상대로 한 군사 행동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가 잇따랐다. 다만 “미국이 공식적으로 쿠르드족에게 대리전을 ‘요청’했고, 쿠르드족이 이미 ‘시작했다’”는 표현은 확인된 사실과 추정·전망이 뒤섞인 형태로 유통되고 있어, 현재 시점에서 검증 가능한 단서와 불확실한 주장을 분리해 볼 필요가 있다.
AP는 이라크 북부(쿠르디스탄 자치지역)에 기반한 이란계 쿠르드 반정부 단체들(예: PAK, 코말라 등)이 이란 국경 인근으로 전력을 이동시키고, 지도부가 미국 측 인사들과 접촉해 왔다고 전했다.
같은 보도에서 미국은 “공식적으로 무장시키지 않는다”는 취지로 선을 긋는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라크 쿠르드의 핵심 정치 지도자들과 통화하며 작전 협조·접경 접근을 촉구했다는 정황이 언급된다. 즉 “접촉은 있었으나, ‘미국이 무장을 공식 지원했다’는 확정 사실은 아니다”라는 구조다.
가디언은 미·이스라엘이 이란-이라크 접경에서 공습을 확대하는 흐름 속에, 이란 내 소수민족 무장세력(쿠르드 등)을 동원해 이란의 군사 자원을 분산시키려는 전략 구상이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것 역시 “계획·준비·논의”의 영역이 크다.
알자지라는 “CIA가 이란 내 봉기 촉발을 목표로 이란 쿠르드 세력 무장을 검토·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오지만, 역내 불안정을 키울 수 있다는 전문가 우려와 함께 다뤘다. 즉 ‘요청’ 또는 ‘지령’ 단정이 아니라 검토·관측의 프레임이다.
이번 보도의 배경에는 이라크-이란 간 2023년 국경안보 합의(이라크 영토에서 이란 반정부 쿠르드 단체 활동을 제한·이전 등)가 있다. 바그다드는 “자국 영토가 이란 공격 거점이 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고, 이는 쿠르드 무장단체의 활동을 제도적으로 제약한다.
동시에 쿠르드 지역 매체는 이란 및 친이란 성향 무장세력의 드론·미사일 공격이 쿠르디스탄 자치지역 및 쿠르드 반정부 거점에 강화되고 있다고 전해, “개입할수록 보복 위험이 커지는 딜레마”를 보여준다.
쿠르드족은 중동의 쿠르디스탄이라 불리는 산악·고원 지대에 오래 거주해온 민족으로, 현대 국경선 기준으로 튀르키예·이란·이라크·시리아에 걸쳐 분포한다. 20세기 이후 독자 국가 수립이 좌절되면서, 각국에서 자치·독립·언어권 보장을 둘러싼 갈등이 반복됐다.
쿠르드족 진격을 위해 미군이 폭격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SNS 게시 사진 = X 캡쳐이란 내·외부 쿠르드 반정부 단체들은, 대규모 충돌 국면에서 이란 정권의 통제력이 흔들리는 순간을 “정치적 창”으로 본다. 가디언과 AP 보도 모두 “정권 전복 또는 체제 약화”라는 목표가 공개적으로 언급되는 맥락을 담고 있다.
쿠르드 거점이 이미 공격 대상이 되는 상황이라면, 일부 무장세력은 “방어만으로는 버티기 어렵다”며 선제적 기동·교란을 주장할 수 있다. 쿠르드 지역 매체가 전한 ‘공격 강화’ 보도는 이런 심리를 키운다.
전후 질서가 재편될수록 “누가 어떤 대가를 받느냐”가 핵심이 된다. 쿠르드 세력은 과거에도 국제 연합전(예: IS 격퇴)에서 전투 기여를 통해 자치·지원·정치적 인정을 끌어내려 했다. AP는 이들 세력이 IS와의 전투 경험 등을 거론하며 ‘전력화’ 수준을 평가했다.
몇몇 보도들에 의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미 지상군 투입 부담을 줄이기 위해 쿠르드 세력을 활용하는 구상을 검토한다는 취지가 담겼다. 다만 이는 ‘보도·관측’이며, 공식 정책으로 확인된 문서 형태는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 = White House 제공다만, 쿠르드 세력에겐 ‘익숙한 배신 리스크’가 있다
쿠르드 진영이 이번 국면에 유독 신중한 이유로는, 과거 미국과 공조했다가 지정학적 거래가 바뀌는 순간 방치됐다는 기억이 반복해서 거론된다. 한국 언론도 트럼프 1기 당시 시리아 쿠르드(YPG) 사례를 들어 “지원 철회 가능성”을 지적했다.
정리하면 쿠르드 세력의 선택지는 늘 같다. “참전하면 보복 위험이 커지고, 안 하면 영향력이 사라지며, 들어가도 끝에 남는 것이 없을 수 있다.” 그래서 지금 단계에서 확인되는 것은 ‘전력 이동·접촉·준비’이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는 것은 ‘미국의 공식 요청·지휘 하에 대리전이 이미 개시됐다’는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