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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 한 입 먹고 조롱당하는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 업체 CEO
  • 장한님 편집장
  • 등록 2026-03-06 14: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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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맥도널드 신제품 홍보 영상 조롱 확산
  • 버거킹•웬디스 등 경쟁업체에'반사이익'
  • 진정성이 브랜드 무기가 된 시대

 맥도널드 CEO 크리스 켐프친스키, 맛없게 한 입 베어문 햄버거 먹방 영상으로 SNS에서 조롱당하는 중이다. (사진: 크리스 켐프친스키 인스타그램 동영상 캡쳐)


세상에는 두 종류의 CEO가 있다. 햄버거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CEO와, 그렇지 못한 CEO. 맥도널드의 크리스 켐프친스키(Chris Kempczinski)는 안타깝게도 후자로 판명됐다.


 지난 2월, 맥도널드는 신제품 '빅 아치(Big Arch)' 출시를 알리는 홍보 영상을 공개했다. 켐프친스키 CEO가 직접 등장해 버거를 한 입 베어 물고 제품을 소개하는 형식이었다. 문제는 그 '한 입'이었다. 작고 조심스러운 한 입. 굳은 표정. 그리고 버거 대신 '제품(product)'이라는 단어를 반복하는 어색한 말투. 아무리 그가 "It is SO Good!"이라고 말해도 맛없게 억지로 한 입 베어무는 영상 속 그의 모습은 별로 맛있어 보이지 않았다. 이 영상이 3월 초 소셜미디어에서 빠르게 확산되면서, 인터넷은 삽시간에 밈(meme)의 축제장이 됐다.



소비자들의 댓글 반응은 가혹했다. "첫 입이 너무 작다", "억지로 먹는 것 같다", "완전 기업 홍보 영상이다", 심지어 "카메라 앞에 세우면 안 될 사람을 세웠다"는 냉소까지 쏟아졌다. 마침 3월 3일 미국 내 빅 아치 한정 판매가 시작되는 타이밍과 맞물리면서 논란은 더욱 겉잡을 수 없이 커졌다.



▌진정성의 실패, 또는 역할 미스매치

  사실 켐프친스키의 어색함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 그는 2015년 맥도널드 합류 당시 전략·사업개발·혁신 부문 수장으로 출발했고, 미국 사업 총괄을 거쳐 2019년 CEO 자리에 올랐다. 맥도널드가 공식 소개에서 그를 "새로운 아이디어와 모범 사례로 시스템 성장을 가속한 인물"로 설명하는 것처럼, 그의 강점은 디지털 전환과 운영 효율, 성장 전략에 있다. 요컨대 그는 주방보다 회의실이 어울리는 사람이다. 그는 디지털 전환과 운영 효율에 능한 '전략형 CEO'지 음식 덕후도 아니고, 세프는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영상에서 원했던 건 "이 버거 진짜 맛있어서 저도 모르게 큰 입으로 한 입 베어 물었습니다"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카메라에 잡힌 것은 "3분기 전략 발표 PPT를 넘기는 경영자"의 표정이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한 입'을 먹고 그대로 내려놓았고, 한 입 먹자마자 냅킨을 집어 드는 조급한 모습이 '세상에서 가장 버거를 먹기 싫어하는 표정'으로 보였다. 소비자들은 그의 진정성 없는 햄버거 먹방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경쟁사들은 빠르게 달려들었다

  이 틈을 경쟁사들이 그냥 넘길 리 없었다. 버거킹과 웬디스 등 유명 햄버거 기업이 비슷한 영상을 올리면서 바로 반응형 마케팅에 돌입했다. 특히 웬디스는 'Chief Tasting Officer(수석 시식 담당임원)'라는 이름의 캠페인을 전면에 내세웠다. 메시지는 명확했다. "우리 대표는 진짜로 맛있게 먹습니다."

  큰 입, 자연스러운 표정, 과장 없는 리액션. 맥도널드 영상과의 대비는 선명했고, 그 대비 자체가 최고의 광고가 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상대의 어색한 브랜드 순간을 즘각 자사 홍보로 전환한 교과서적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이제는 "표정 하나, 한 입의 크기까지 진짜인가 아닌가의 검증 대상이 된다." 소비자들은 바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맥도널드를 비웃기라도 하듯 버거킹 CEO가 자사 햄버거를 크게  한 입 베어물고 있는 영상이 또한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 버거킹 인스타그램 캡쳐)

웬디스의 수석 시식 담당임원이 자사 햄버거를 크게 한 입 먹는 모습도 맥도널드 CEO와 대비되면서 SNS에서 계속 화제를 몰고 있다. (사진: 인스타그램 hustlebitch_캡쳐)



▌조롱이 곧 광고가 된 역설

  아이러니한 부분도 있다. 조롱이 퍼지면서 정작 '빅 아치'라는 제품 이름은 미국 전역에 각인되었다. "CEO가 어색하게 먹던 그 버거"로 기억됐을지언정, 아무도 모르는 것보다는 낫다는 게 마케팅의 냉정한 논리다. 맥도널드 입장에서는 홍보비 한 푼 쓰지 않고 빅 아치를 전국구 화제의 상품으로 만든 셈이다.

  결국 이번 해프닝이 남긴 교훈은 하나다. 소셜미디어 시대에 CEO가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은 단순한 홍보가 아니라, 초고해상도 진정성 테스트다. 과거에는 CEO가 직접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친근감을 줄 수 있었다. 이제는 표정 하나, 한 입의 크기, 단어 선택까지 모두 "진짜인가"의 검증 대상이 된다.



덧붙이는 글

캠프친스키의 짧은 시식 영상은 그 검증에서 탈락했다. 그리고 그 탈락 순간은, 경쟁사들에게 가장 달콤한 한 입이 되어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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