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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빚 비관해 자녀 살해 시도한 부부.. 그런데 형량은 고작 3년?
  • 이한우
  • 등록 2026-03-07 08:5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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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박 빚 비관해 자녀들 살해하려 한 부모의 범행
  • 법원도 중대성 인정했지만 형량은 왜 3년이었나
  • 미수범 구조와 상고심 한계가 남긴 판결의 간극


도박 빚 비관해 자녀 살해 시도한 부부, 왜 징역 3년이었나…대법원 확정 판결이 남긴 질문

감당하기 어려운 도박 빚을 이유로 10대 자녀 2명을 살해하려 한 부모에 대해 대법원이 최근 징역 3년을 확정했다. 사건의 중대성에 비해 형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다만 판결문과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 사건의 쟁점은 “왜 유죄인가”보다 “왜 이 형량이 대법원까지 유지됐는가”에 더 가까웠다. 대법원은 범행의 위법성과 중대성을 인정하면서도, 상고심 구조와 미수범 양형 원칙상 원심 판단을 뒤집을 사유가 없다고 봤다.


사건은 끔찍했고, 법원도 이를 가볍게 보지 않았다

대법원 2부는 살인미수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친부에게 징역 3년을, 친모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부부는 2024년 12월, 기존 대출 채무에 더해 약 3400만 원의 추가 도박 빚이 생기자 처지를 비관해 자녀들을 살해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두 차례 시도 모두 단순한 준비 단계가 아니라 살인의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판단했고, 자녀들을 보호해야 할 부모가 오히려 생명을 해치려 했다는 점에서 범행 책임이 무겁다고 봤다.

특히 2심은 피해 자녀들이 부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해도, 이를 일반 범죄의 ‘처벌불원’처럼 가볍게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보호의무를 지는 친권자가 보호 대상인 자녀를 상대로 저지른 범행에서는, 자녀 의사를 그대로 감경 사유로 삼기 어렵다는 취지다. 대법원도 이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봤다. 즉 법원은 이번 사건을 “가정의 비극”으로만 보지 않았고, 명확한 아동학대이자 살인미수로 규정했다.


그런데도 왜 징역 3년이었나

핵심은 이 사건이 ‘기수’가 아니라 ‘미수’였다는 점이다. 한국 양형기준은 살인범죄도 결과와 동기, 실행 정도에 따라 폭넓게 나뉘고, 미수 여부는 중요한 참작 요소로 다뤄진다. 실제 대법원 양형위 해설은 살인범죄를 범행 동기와 유형에 따라 구분하고, 실형과 집행유예 여부 역시 주요 참작사유를 비교해 정하도록 설명한다. 결국 사람의 মৃত্যু라는 결과가 발생했는지, 실행이 어디까지 나아갔는지, 범행 동기와 사후 정황이 어떠한지가 형량을 크게 가른다.

이번 사건에서는 범행이 두 차례 시도됐고 법원도 실행 착수를 인정했지만, 결국 미수에 그쳤다. 게다가 친모에게는 집행유예가 선고됐고, 친부 역시 1심과 2심 모두 징역 3년으로 유지됐다. 이는 법원이 범행의 중대성을 인정하면서도,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점과 개별 피고인의 역할, 재범 위험성, 치료·보호 가능성 등을 함께 고려했기 때문으로 읽힌다. 1심은 친부에게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친모에게는 보호관찰과 재범예방 강의 수강을 함께 명령했다.



대법원은 형량을 다시 정하는 법원이 아니다

많은 이들이 놓치기 쉬운 지점은 대법원이 사실상 “형이 가볍다, 무겁다”를 폭넓게 다시 따지는 법원이 아니라는 점이다. 형사소송법상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금고가 선고된 사건이 아니면, 원칙적으로 ‘양형부당’만을 이유로 상고할 수 없다. 이 사건에서 친부에게 선고된 형은 징역 3년이었다. 그래서 대법원은 원심이 법리를 오해했는지, 실행 착수나 중지미수 판단이 잘못됐는지 등을 보았을 뿐, “3년이 너무 낮다”는 차원의 재양형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실제로 대법원은 원심이 중지미수를 부정한 판단, 살인의 실행 착수를 인정한 판단에 법리오해가 없다고 봤다. 다시 말해 이번 판결의 메시지는 “이 정도 범행도 살인미수로 처벌한다”는 데 있었지, “더 무겁게 처벌할 것인가”까지 나아간 것은 아니었다. 국민 눈높이와 별개로, 상고심 구조 자체가 그런 판단을 하기 어렵게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가볍다’는 여론과 ‘법리상 유지’는 다른 문제다

이 사건을 두고 가장 큰 불만은 상식적으로 이해된다. 보호해야 할 자녀를 대상으로 했고, 범행도 한 차례가 아니라 두 차례 시도됐다. 그런 사건의 최종 형량이 징역 3년이라면 “너무 낮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법원 판단을 뜯어보면, 이번 3년은 법원이 범행을 가볍게 봐서라기보다 미수범 구조, 개별 피고인별 책임 차이, 그리고 상고심의 제한된 심판 범위가 겹친 결과에 가깝다.

오히려 이번 판결이 던지는 질문은 따로 있다. 자녀를 상대로 한 살인미수 사건에서,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현행 양형 체계가 국민 감정과 괴리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대법원은 현행 법리 안에서 움직였지만, 사회가 느끼는 충격과 처벌 체감 사이의 간극은 분명히 남았다. 이번 사건은 한 가족의 비극을 넘어, 아동 대상 중대범죄의 양형 기준이 어디까지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지 다시 묻게 하는 판결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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