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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또 반복되는 경우의 수! WBC 한국, 대만전 패배로 예선 통과 빨간불
  • 차지원 스포츠 전문기자
  • 등록 2026-03-08 16:3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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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반 역전에도 끝내 못 지킨 리드
  • 홈런 3방 허용한 한국, 승부처에서 밀렸다
  • 남은 희망은 호주전, 이제는 경우의 수와 실점 관리

WBC 공식 SNS

WBC 한국, 대만전 패배로 예선 통과 빨간불

한국 야구대표팀이 또다시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한국은 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C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대만에 연장 10회 접전 끝 4대5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1승2패, 대만은 2승2패가 됐다. 같은 시점 C조는 호주 2승, 일본 2승, 대만 2승2패, 한국 1승2패, 체코 3패 구도로 정리됐다. WBC 1라운드는 각 조 상위 2개 팀만 8강에 오르기 때문에, 한국은 남은 경기 결과뿐 아니라 다른 팀 경기까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무엇보다 패배의 방식이 뼈아팠다. 한국은 경기 중반 역전에 성공하며 흐름을 움켜쥐었지만, 후반 장타를 허용하며 다시 주도권을 내줬고 연장 승부치기에서 끝내 무릎을 꿇었다. 스코어는 1점 차였지만 내용상으로는 충분히 잡을 수 있었던 경기를 놓쳤다는 점에서 충격은 더 컸다.


초반은 팽팽했지만, 먼저 흔들린 쪽은 한국이었다

경기 초반은 팽팽한 흐름으로 전개됐다. 그러나 선취점은 대만 몫이었다. 대만은 2회 한국 마운드를 상대로 먼저 1점을 뽑아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한국 선발진은 초반 대량 실점 없이 버텼지만, 타선이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서 경기 흐름은 조금씩 대만 쪽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한국은 선취점을 내준 뒤 곧바로 반격에 나서야 했지만, 공격 연결이 매끄럽지 않았다. 기회를 길게 끌고 가지 못했고, 결정적인 한 방도 나오지 않았다. 상대 투수 공략에 애를 먹는 사이 대만은 적은 찬스에서도 효율적으로 점수를 만들어내며 경기 주도권을 유지했다.

공식 기록상 한국은 이날 10이닝 동안 4득점 4안타에 그쳤다. 반면 대만은 7안타를 기록하며 더 높은 집중력을 보였다. 경기 초반 흐름이 팽팽했다는 점과 별개로, 실질적인 압박은 대만이 더 꾸준하게 가한 셈이었다.


5회 추격, 6회 역전… 한국이 가장 좋았던 순간

답답하던 흐름은 5회말 한국이 1점을 만회하면서 달라졌다. 한국은 5회 1점을 뽑아내며 1대1 균형을 맞췄고, 이어 6회말 2점을 추가하며 경기를 3대2로 뒤집었다. 중반까지 끌려가던 흐름을 단숨에 뒤집은 장면이었다.

특히 6회 역전은 이날 한국이 가장 강하게 흐름을 움켜쥔 순간이었다. 경기 전반 내내 답답했던 타선이 결정적인 순간 집중력을 발휘했고, 덕분에 한국은 처음으로 리드를 잡는 데 성공했다. 분위기만 놓고 보면 한국 쪽으로 경기의 무게중심이 넘어온 듯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이 순간이 가장 아쉬운 장면으로도 남았다. 어렵게 역전한 뒤 점수 차를 더 벌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추가 득점에 실패하면서 한국은 한 점 차 리드를 안은 채 후반 승부에 들어가야 했다. 국제대회에서 한 점 차 리드는 언제든 장타 한 방에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때 달아나지 못한 대가는 결국 크게 돌아왔다.


WBC 공식 SNS

대만은 장타로 흔들고, 한국은 쫓아가는 데 그쳤다

대만은 경기 후반 장타로 다시 흐름을 뒤집었다. 한국이 3대2로 앞선 뒤에도 대만은 끈질기게 반격했고, 결국 8회 결정적인 홈런 한 방으로 재역전에 성공했다. 한국이 공들여 만든 리드를 가장 치명적인 방식으로 무너뜨린 장면이었다.

이날 대만은 홈런 3방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경기 초반 선취점도 장타에서 나왔고, 중후반에도 필요한 순간마다 홈런으로 흐름을 바꿨다. 반면 한국은 점수를 내는 과정이 상대적으로 더 힘겨로웠고, 경기 전체의 큰 파동을 만들어내는 힘에서는 대만에 밀렸다.

그렇다고 한국이 그대로 무너진 것은 아니었다. 한국도 8회말 다시 1점을 뽑아 4대4 동점을 만들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중력은 분명히 있었다. 다만 대만은 홈런으로 경기를 흔들었고, 한국은 흔들린 흐름을 다시 따라붙는 쪽에 가까웠다. 경기 전체가 접전이었다고 해도, 흐름을 주도한 장면은 대만이 더 많이 만들어냈다.


연장 10회, 승부를 가른 것은 결국 마지막 한 장면이었다

승부는 연장 10회 갈렸다. 승부치기로 이어진 10회초 대만은 주자를 3루까지 보낸 뒤 희생번트로 결승점을 뽑아냈다. 화려한 장타가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작전 수행으로 마지막 1점을 만들어낸 것이다.

한국도 10회말 반격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마지막 홈 승부에서 동점 주자가 홈에서 아웃되면서 추격 흐름이 끊겼고, 결국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비디오 판독이 이뤄졌지만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이 장면은 이날 경기 전체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대만은 홈런 3방으로 큰 흐름을 흔들었고, 마지막에는 번트와 홈 승부라는 세밀한 야구로 승리를 완성했다. 반면 한국은 경기 중반 역전과 후반 동점까지는 만들어냈지만, 마지막 결정적인 순간 한 걸음을 더 나아가지 못했다.


왜 더 뼈아픈가… 직접 경쟁에서 또 미끄러졌다

이번 패배가 더 크게 다가오는 이유는 조별리그 구조 때문이다. 한국은 이미 일본에 패한 상태였고, 대만전은 사실상 2위 경쟁의 분수령이 되는 직접 대결이었다. 그런데 이 경기에서 패하면서 한국은 남은 한 경기 결과만으로 운명을 결정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국제대회에서 한국 야구가 반복적으로 보여준 패턴도 다시 떠오르게 했다. 초반 흐름은 완전히 나쁘지 않았고, 중간에 반전의 계기도 만들었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한 경기에서 계산을 복잡하게 만드는 장면이 또 나왔다. 체코전 승리, 일본전 선전이 있었더라도 대만전 패배 하나로 모든 구도가 흔들렸다는 점에서 이번 결과는 더욱 뼈아프다.

특히 이번 대만전은 한국이 완전히 압도당한 경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 아쉬움을 남긴다. 그래서 더더욱 “막을 수 있었던 패배”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한두 장면만 달라졌어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던 경기였기 때문이다.


WBC 공식 SNS

경우의 수로 본 한국의 8강 시나리오

한국의 8강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자력 돌파는 어려워졌다. 한국이 8강에 오르려면 먼저 일본이 호주를 꺾어야 한다. 일본이 호주를 잡으면 호주는 2승1패가 되고, 그 상태에서 한국이 마지막 경기에서 호주를 이기면 한국·호주·대만이 모두 2승2패 동률이 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세 팀이 동률이 되면 단순 승패만으로 순위를 가릴 수 없고, 동률 팀 간 세부 기준을 따져야 한다. 결국 한국은 단순히 호주를 이기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어떻게 이기느냐가 중요해진다.

지금까지의 흐름을 놓고 보면 한국은 호주를 상대로 최대한 적은 실점을 하면서 점수 차를 벌려 이겨야 유리하다. 1점 차 신승보다 저실점의 비교적 여유 있는 승리가 훨씬 중요하다. 다시 말해 한국은 이제 단순한 승리가 아니라, 내용까지 갖춘 승리를 만들어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경우의 수는 살아 있다. 그러나 그 문은 분명히 좁다. 한국은 더 이상 계산기의 도움만 기대할 수 없다. 마지막 한 경기만큼은 스스로 경기력을 증명해야 한다.


결국 남은 것은 경기력으로 답하는 일이다

대만전 패배는 단순한 1패가 아니다. 한국이 이번 조별리그에서 가장 중요했던 승부처를 놓쳤다는 의미를 지닌다. 한국은 중반 역전에 성공했고, 후반 다시 동점을 만들 정도로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나 국제대회 분수령이 되는 경기에서 필요한 것은 흐름을 뒤집는 힘만이 아니라, 그 흐름을 끝까지 지켜내는 힘이다. 이날 한국은 바로 그 지점에서 대만보다 한 걸음 부족했다.

그래서 이번 패배는 더 무겁다. 한국은 아직 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시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익숙한 장면 앞에 섰다. 남은 길은 분명하다. 일본이 호주를 잡아주고, 한국이 호주를 잡되 실점 관리까지 해내야 한다. WBC에서 더 이상 ‘경우의 수의 팀’으로 남지 않으려면, 마지막 한 경기만큼은 계산이 아니라 경기력으로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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