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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호주 7대2 격파… 경우의 수 완성하고, 17년 만에 WBC 조별리그 통과
  • 차지원 스포츠 전문기자
  • 등록 2026-03-09 22: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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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반 4대0 리드로 주도권 잡은 한국
  • 호주의 추격 속 6대2, 다시 흔들린 경우의 수
  • 9회 안현민 희생플라이로 완성한 극적 8강행


벼랑 끝에서 시작된 한판, 한국은 승리만으로는 부족했다

한국 야구대표팀이 끝내 해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C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호주를 7-2로 꺾고 극적으로 8강에 진출했다. 한국은 이날 경기 전까지 일본전, 대만전 패배 여파로 경우의 수에 몰려 있었고, 단순한 승리가 아니라 5점 차 이상 승리와 2실점 이하 억제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했다. 결국 한국은 가장 극적인 방식으로 그 문턱을 넘어섰다. 2승 2패 동률 속에서 실점률 기준 우위를 점하며 일본에 이어 조 2위로 8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초반 분위기는 한국 쪽으로 빠르게 기울었다. 한국은 2회 문보경의 투런 홈런으로 먼저 균형을 깼고, 이어 3회에도 추가점을 보태며 경기 흐름을 가져왔다. ESPN 경기 페이지에 남아 있는 득점 요약 기준으로 한국은 2회 문보경의 우중간 투런포로 2-0을 만들었고, 3회에는 이정후의 적시 2루타와 문보경의 적시 2루타가 이어지며 4-0까지 달아났다. 큰 점수 차 승리가 필요했던 한국으로서는 가장 이상적인 출발이었다.


문보경의 방망이가 포문 열었다…2회와 3회, 대승의 발판 마련

이날 공격의 중심에는 문보경이 있었다. 그는 2회 선제 투런 홈런으로 경기의 첫 균열을 만들었고, 3회에는 다시 1타점 2루타를 터뜨리며 한국 타선의 중심축 역할을 해냈다. 경기 도중 집계된 ESPN 기록에서도 문보경은 4타점을 책임진 것으로 나왔고, 국내 경기 기사들 역시 문보경의 장타 한 방이 한국의 희망을 살렸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2회 2점, 3회 2점을 묶어 일찌감치 4-0 리드를 잡으며 호주 마운드를 압박했다.

초반 리드는 단순한 리드가 아니었다. 한국은 이날 5점 차 이상 승리가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에, 한 점씩 쌓아가는 방식보다는 초반에 점수 차를 벌려야 했다. 실제로 5회에도 문보경의 적시타로 5-0을 만들면서 계산은 점점 선명해지는 듯했다. 이 시점까지는 한국이 원하는 시나리오에 가까웠다.



호주의 반격도 있었다…한 점 한 점이 탈락과 생존을 갈랐다

하지만 경기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호주는 5회 글렌디닝의 솔로 홈런으로 1점을 만회하며 한국을 압박했다. ESPN 스코어링 서머리에도 5회말 호주의 홈런으로 5-1이 된 흐름이 기록돼 있다. 한국은 6회 김도영의 적시타로 다시 6-1을 만들며 한숨을 돌렸지만, 호주는 8회 바자나의 적시타로 다시 1점을 더해 6-2로 따라붙었다. 이 순간 한국은 다시 탈락 위기에 몰렸다. 6-2는 이기고는 있지만, 한국이 원하던 5점 차에는 단 1점이 모자란 스코어였기 때문이다.

이 경기의 잔혹한 점은 점수판의 숫자가 단순한 득실이 아니라는 데 있었다. 한국은 6-2로 앞서면서도 안심할 수 없었다. 오히려 경기 막판으로 갈수록 점수 차 4점과 5점의 간격은 극단적으로 커졌다. 한 점을 더 내지 못하면 이겨도 떨어지는 상황, 반대로 한 점만 더 내면 8강으로 가는 상황이었다. 도쿄돔 전체가 숫자를 계산하며 숨을 죽이는 흐름으로 바뀌었다.


운명을 바꾼 9회초 한 점…안현민 희생플라이가 만든 ‘도쿄의 기적’

한국을 살린 것은 9회초 나온 결정적인 추가점이었다. 국내 보도에 따르면 한국은 9회초 1사 1, 3루 찬스에서 안현민의 희생플라이로 3루 주자를 홈에 불러들이며 마침내 7-2를 만들었다. 바로 그 점수가 한국을 8강으로 올려놓은 점수였다. 6-2였다면 탈락 가능성이 컸지만, 7-2가 되면서 한국은 필요 조건이던 5점 차 승리와 2실점 이하 억제를 모두 충족했다. 결국 이 한 점이 조별리그 전체를 뒤집는 결정타가 됐다.

이 추가점은 단순한 쐐기점이 아니라, 대회의 흐름을 뒤집은 상징적 장면으로 남게 됐다. 머니투데이는 이를 “마침내 기적”이라고 표현했고, 한겨레 역시 한국이 바늘구멍 같은 경우의 수를 통과했다고 전했다. 2009년 이후 오랫동안 WBC 조별리그의 벽을 넘지 못했던 한국 야구가, 가장 극적인 계산 끝에 마침내 다시 다음 라운드에 오르게 된 것이다.



투수진도 제 몫 해냈다…2실점 이하라는 마지막 퍼즐 완성

타선이 7점을 만들었다면, 투수진은 2실점으로 버틴 것이 결정적이었다. ESPN에 남아 있는 경기 기록상 한국은 손주영, 노경은, 소형준, 박영현, 데인 더닝, 김택연, 조병현 등을 차례로 투입하며 총력전을 펼쳤다. 경기 막판까지 투수를 촘촘히 나눠 쓰며 실점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분명했고, 결국 호주를 2점으로 묶는 데 성공했다. 경우의 수를 충족하려면 대승뿐 아니라 실점 억제도 절대 조건이었기 때문에, 이날 불펜 운영은 사실상 점수 관리의 연속이었다고 볼 수 있다.

호주는 5안타로 2점을 냈고, 한국은 11안타로 7점을 완성했다. 기록상으로도 한국이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우위를 보인 경기였다. 특히 실점이 3점으로 불어났다면 다득점 승리도 의미가 퇴색할 수 있었던 만큼, 마운드가 끝까지 버텨준 점이 8강 진출의 핵심이었다.


17년 만의 조별리그 통과…한국 야구, 다시 다음 무대로

이번 승리로 한국은 2승 2패가 됐고, 호주·대만과 동률을 이룬 가운데 실점률 계산에서 앞서 조 2위를 차지했다. 한국이 WBC에서 조별리그를 통과한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오랜 기간 반복됐던 조기 탈락의 기억을 끊어낸 경기이자, 계산과 압박 속에서도 끝내 조건을 완성해낸 경기로 기록될 만하다.

도쿄돔의 마지막 밤, 한국은 단순히 한 경기를 이긴 것이 아니었다. 반드시 필요했던 스코어를 만들어냈고, 마지막 한 점까지 짜내며 스스로 다음 라운드의 문을 열었다. 6-2에서 끝났다면 아쉬움만 남았겠지만, 9회초 안현민의 희생플라이는 그 모든 아쉬움을 환호로 바꿨다. 한국 야구는 그렇게 다시 8강 무대로 향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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