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예고, 학부모 민원에 실기강사 채용 취소 논란…교육청 “명백히 잘못된 대응”
세종시 세종예술고등학교가 최종 합격을 통보하고 근로계약서까지 작성한 성악 실기강사의 채용을 돌연 취소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다시 번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채용 과정에 학부모 민원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학교 현장의 인사 결정이 학부모 요구에 흔들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세종시교육청도 이번 사안을 두고 “명백히 잘못된 대응”이라고 판단했다.
채용 확정 뒤 계약서 작성까지…개학 직전 돌연 취소 통보
세종예고는 지난해 11월 전문교과 실기강사 채용 공고를 냈고, 지난 1월 서류와 면접을 거쳐 성악 실기강사 지원자 A씨를 최종 합격자로 발표했다. 이후 A씨는 2월 학교가 마련한 강사 연수에 참석했고, 근로계약서까지 작성했다. 학교 측은 학교장 직인을 찍어 개학 후 계약서를 교부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개학을 앞둔 지난 6일 발생했다. 학교 측은 A씨에게 갑자기 출강이 어려울 수 있다고 알렸고, 사흘 뒤에는 합격 취소 방침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미 채용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된 뒤 나온 취소 통보라는 점에서, 당사자는 물론 교육계 안팎에서도 “단순한 행정 착오로 보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외부 레슨 우선해달라” 학부모 요구가 발단
이번 논란의 핵심은 채용 취소 배경이다. 보도에 따르면 학교 측은 성악과 일부 학부모들이 “학교 수업보다 외부 개인레슨을 우선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했고, 이에 따라 A씨의 출강을 막는 방향으로 움직인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학교 관계자로부터 “학부모들이 외부 레슨을 이유로 학교 수업을 거부하고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공교육 시스템 안에서 편성된 정규 실기수업보다 사교육 일정이 우선시된 셈이어서 파장이 작지 않다. 예술고의 특성상 외부 레슨 비중이 높은 현실은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학교가 이미 채용한 강사를 사실상 학부모 요구에 따라 배제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면 공적 교육기관의 인사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사안이 단순한 채용 갈등이 아니라 공교육의 권위와 사교육 영향력의 충돌로 읽히는 이유다. 이 대목은 보도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한 해석이다.

교육청 “학교 대응 잘못”…취재 시작되자 취소 번복
세종시교육청은 이번 사안에 대해 학교의 대응이 부적절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교육청은 세종예고가 학부모 요청을 수용해 강사 채용을 취소하려 한 것은 “명백히 잘못된 대응”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학교 측은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기존의 합격 취소 결정을 다시 번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적으로 학교는 채용 확정, 취소 통보, 다시 번복이라는 혼선을 짧은 기간 안에 반복한 셈이다. 교육기관이 채용과 수업 운영을 둘러싸고 오락가락한 대응을 보이면서, 정작 학생과 강사 모두에게 불필요한 불신만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채용 취소인가, 사실상 해고인가
이번 사안에서 법적 쟁점으로 떠오르는 부분은 ‘합격 취소’가 아니라 사실상 ‘해고’에 해당할 수 있느냐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기업이 지원자에게 최종 합격을 통보한 뒤 4분 만에 별다른 설명 없이 채용을 취소한 사안에서, 이미 근로계약이 성립한 이상 이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최종합격 통보 이후의 채용 취소가 단순한 선발 번복이 아니라 해고로 평가될 수 있다고 봤다.
법률 해설들도 대체로 같은 취지다. 최종합격 통보 시점에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할 수 있고, 이후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채용을 취소하려면 근로기준법상 정당한 이유와 적법한 절차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근로기준법 제23조는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를 금지하고, 제27조는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규정한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지적된다.
세종예고 사안은 이미 계약서 작성까지 이뤄졌다는 점에서, 법적으로도 학교 측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직 법원 판단이 나온 사건은 아니지만, 최소한 “합격만 시켜놓고 언제든 번복할 수 있다”는 식의 인식은 최근 판례 흐름과 맞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 부분은 최근 판결과 일반 법리를 토대로 한 분석이다.
예고 현장 뒤흔든 사교육 의존의 민낯
이번 논란은 세종예고 한 학교의 채용 소동에 그치지 않는다. 예술교육 현장에서 오래전부터 제기돼 온 사교육 의존 구조, 학부모 영향력, 학교의 소극적 대응이 한 사건 안에 응축돼 드러났기 때문이다. 예술고 실기교육은 학교 수업과 외부 레슨이 뒤섞여 운영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학교가 정식 절차로 선발한 강사를 학부모 요구에 따라 배제하려 했다면 이는 교육과정 운영권을 스스로 훼손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그 과정에서 채용 당사자의 노동권이 가볍게 취급됐다는 점이다. 학교는 채용을 확정하고 계약서를 작성한 뒤에도 학부모 반발이 거세지자 결정을 뒤집으려 했고, 외부 비판이 커지자 다시 번복했다. 공교육 기관의 인사와 수업 운영이 원칙이 아니라 민원 강도에 따라 흔들리는 모습으로 비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남은 쟁점은 책임과 재발 방지
이번 사안의 핵심 쟁점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학교가 어떤 근거로 이미 확정한 채용을 취소하려 했는지다. 둘째, 그 과정에서 학부모 민원이 실제로 얼마나 결정적으로 작용했는지다. 셋째, 교육청이 이번 사안을 어디까지 감사하거나 제도 개선으로 연결할지다. 현재까지 확인된 내용만으로도 학교의 초기 대응은 교육기관의 인사 원칙과 노동법 감수성 모두에서 무리한 결정이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세종예고 논란은 결국 한 강사의 채용 문제를 넘어, 학교가 누구의 요구를 기준으로 움직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공교육 기관이라면 답은 분명하다. 학부모 민원이 아니라 절차와 원칙이어야 한다. 이번 사안이 일회성 해프닝으로 끝날지, 아니면 예술고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계기가 될지는 이제 교육당국의 후속 조치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