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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긴장에 유가 급등, 뉴욕증시 하락…한국 물가 압박 커진다
  • 에릭 한 경제 전문기자
  • 등록 2026-03-13 07:5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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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유가 급등·뉴욕증시 하락…시장 불안 동시 확산
  • 강달러와 원화 약세…한국 물가·수입비용 부담 커져
  • 항공·화학·물류 타격 우려…정부 대응과 산업계 긴장 고조


유가 100달러 재돌파, 뉴욕증시 급락…‘전쟁발 인플레이션’이 한국 경제 흔든다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가 다시 세계 경제의 급소를 찌르고 있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넘어섰고, 뉴욕증시는 일제히 급락했다. 시장은 이번 충격을 단순한 일회성 악재가 아니라, 에너지 가격 급등이 물가와 금리, 환율, 성장률을 동시에 흔드는 복합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세계 최대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원유 공급 불안이 확대됐고, 이는 곧바로 글로벌 위험자산 회피와 달러 강세, 인플레이션 우려 재점화로 이어지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 시장은 다시 ‘오일 쇼크’ 공포

실제 시장 충격은 숫자로 확인된다. 3월 12일 기준 브렌트유는 하루 9% 넘게 뛰어 100.46달러(USD)를 기록했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95달러대까지 치솟았다. 로이터는 이번 중동 전쟁 여파로 브렌트와 WTI가 전쟁 발발 이후 각각 36%, 39% 이상 올랐고, 장중 한때 119달러를 웃돌았다고 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3월 글로벌 원유 공급이 하루 800만 배럴 줄어들 수 있다고 보며, 이를 완화하기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인 4억 배럴의 전략비축유 방출을 승인했다. 다만 공급 차질이 장기화하면 유가가 다시 더 뛸 수 있다는 경고도 잇따른다.


뉴욕증시 급락…인플레이션과 경기둔화가 동시에 덮쳤다

유가 급등은 곧바로 미국 증시를 흔들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739포인트, 1.6% 하락했고 S&P500지수는 1.5%, 나스닥지수는 1.8% 밀렸다. 시장이 특히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는 이번 충격이 단순한 지정학 뉴스가 아니라, 미국의 물가를 다시 자극해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를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유가 급등과 함께 미 국채금리가 오르고, 연준이 당분간 금리를 쉽게 내리기 어려워졌다는 해석이 시장 전반에 확산했다고 전했다. 다시 말해 투자자들은 지금 “성장 둔화”보다도 “물가가 다시 뛰는 경기둔화”, 즉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더 두려워하고 있다.



강달러까지 겹쳤다…원화 약세 압력 커지는 한국

이 같은 불안 심리는 안전자산 선호를 자극하며 달러 강세로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는 최근 유가 위기 국면에서 한국 원화가 유로와 함께 달러 대비 2~3% 약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한국 기획재정부 영문 사이트에 게시된 최신 지표에서도 3월 12일 원/달러 환율 종가는 1,481.2원으로 제시됐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가 뛰고, 특히 원유·가스·원자재를 해외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는 충격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국제유가 상승과 원화 약세가 동시에 겹치면 국내 물가에는 이중 압력이 생긴다.


한국은 왜 더 민감한가…에너지 수입 의존 구조의 한계

문제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한국은 원유의 약 70%, LNG의 약 2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길어질수록 한국은 에너지 수급과 가격 모두에서 직접적인 타격을 받기 쉽다. 정부가 사태 초기부터 비상 대응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3월 11일 긴급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중동 사태에 따른 에너지·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고 진단하고, 필요하면 100조원 이상 규모의 기존 시장안정 프로그램 확대와 유류세 인하 검토, 운송업 보조 강화, 나프타 대체 수입선 확보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한국이 IEA 기준 순수입량 208일분에 해당하는 석유 비축분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비축량이 충분하다는 점과 가격 충격이 작다는 점은 전혀 다른 문제다.


당장 체감되는 충격은 물가…기름값·물류비·먹거리까지 번진다

한국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체감할 변화는 주유소 가격과 생활물가다. 정부는 이미 도매 휘발유 가격 상한을 리터당 1,724원으로 설정하는 가격 상한제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급등한 국제유가가 국내 소비자 가격으로 전이되는 속도를 늦추기 위한 조치다. 다만 유류 가격은 물가의 시작점일 뿐이다. 유가가 오르면 운송비와 물류비가 상승하고, 이는 식품·생활용품·외식 가격에 연쇄적으로 반영된다. 한국은행도 최근 전망에서 향후 국내 물가 경로는 환율과 국제유가 움직임,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짚었다. 결국 이번 사태가 길어질수록 소비자물가의 하방 안정 흐름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산업별 희비도 갈린다…항공·해운·화학 부담, 정유는 단기 반사이익

산업 현장에서는 업종별로 영향이 엇갈릴 전망이다. 항공과 해운, 육상 운송업은 연료비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나프타를 원료로 쓰는 석유화학 업계도 원가 상승 압력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가 긴급회의에서 나프타 공급 차질 가능성을 별도로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정유업계는 재고평가이익과 정제마진 개선 기대가 생길 수 있다. 다만 이 역시 유가 급등이 오래 가면 내수 위축과 정부 통제 강화, 수요 둔화가 뒤따를 수 있어 무조건적인 호재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금 한국 산업계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가격 상승의 수혜 계산이 아니라, 원가와 수요, 공급망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는 복합 리스크 관리다.


증시와 금리, 한국은행까지 흔든다…정책도 더 어려워진다

금융시장 측면에서도 부담은 적지 않다. 미국에서 유가 충격이 금리 인하 기대를 약화시킨 것처럼, 한국 역시 물가와 환율 불안이 커지면 통화정책 운신 폭이 좁아질 수 있다. 기획재정부가 공개한 최신 지표에 따르면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3월 10일 기준 2.5%이며, 같은 시점 원/달러 환율은 1,481.2원까지 올라 있다. 경기만 보면 금리 인하 압력이 생길 수 있지만, 유가와 환율이 다시 물가를 밀어 올리면 섣부른 완화는 외환시장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 한은이 반복적으로 “유가와 환율은 물가 경로의 핵심 변수”라고 언급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기 대응과 물가 대응을 동시에 해야 하는 정책당국의 고민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한국이 마주한 것은 ‘고유가+강달러+저성장’ 삼중 압박

이번 사태의 본질은 국제유가 상승 그 자체보다, 그것이 한국 경제의 여러 취약 지점을 동시에 건드린다는 데 있다. 고유가는 물가를 밀어 올리고, 강달러는 수입물가와 외환시장 불안을 키우며, 뉴욕증시 하락과 글로벌 위험회피는 한국 증시와 투자심리에도 부정적이다. 여기에 수출 회복세가 둔화하거나 물류 차질까지 겹치면 성장률 하방 압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정부가 석유 가격 상한제, 유류세 인하 검토, 100조원 이상 시장안정 프로그램 확대 가능성까지 꺼내 든 것은 그만큼 이번 충격을 단순한 외부 변수로 보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지금 한국 경제는 ‘전쟁 뉴스’보다 더 무서운, 에너지·환율·금융이 한꺼번에 연결된 복합 위기의 시험대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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