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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진짜 전쟁은 이란 전쟁 이후에 시작된다…전쟁 뒤 트럼프의 복합 위기
  • 이시한 기자
  • 등록 2026-03-14 10: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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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쟁이 덮어둔 경제 불안과 유가 충격
  • 관세·파월·앱스타인, 사라지지 않은 정치 리스크
  • 총성 멎은 뒤 시작될 트럼프의 진짜 시험


전쟁이 끝나도 끝이 아니다…트럼프의 진짜 위기는 이제부터다

중동 전쟁이 언젠가 군사적으로 멈춘다 해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둘러싼 정치·경제적 역풍은 그때부터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미국 경제는 전쟁 이전부터 성장 둔화와 소비 위축 조짐을 보였고, 전쟁은 여기에 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 압력을 추가했다. 여기에 불법 판결을 받은 관세의 우회 재부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겨눈 무리한 수사, 앱스타인 파일을 둘러싼 지속적 추궁까지 겹치면서, 전쟁은 오히려 트럼프의 기존 리스크를 잠시 덮어놓은 ‘연막’에 가까웠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전쟁은 승패보다 비용이 먼저 청구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적 성과를 부각하고 있지만, 시장과 가계가 먼저 반응한 것은 ‘승리’가 아니라 ‘비용’이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동 전쟁 이후 미국 소비심리지수는 56.6에서 55.5로 떨어졌고, 휘발유 가격은 21% 넘게 뛰어 갤런당 3.63달러(USD 3.63)까지 올랐다. AP는 지난해 4분기 미국 GDP 성장률이 당초 1.4%에서 0.7%로 대폭 하향 조정됐다고 전했다. 다시 말해 미국 경제는 전쟁이 터지기 전부터 이미 약해지고 있었고, 전쟁은 그 약한 지반 위에 유가 충격을 덮어씌운 셈이다.


‘강한 대통령’ 연출 뒤에 남은 것은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정치적으로 더 치명적인 것은, 이 전쟁이 트럼프가 가장 취약한 경제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렸다는 점이다. 유가 급등은 곧바로 물가 압력으로 이어지고, 물가 압력은 연준의 금리 인하 여지를 줄인다. 로이터는 바클레이즈와 골드만삭스가 올해 첫 금리 인하 전망을 뒤로 미뤘다고 전했고, 로이터과 AP 보도 모두 전쟁이 인플레이션 재가열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가 원한 것은 경기 부양과 저금리였지만, 전쟁은 오히려 고유가·고금리·저성장이라는 최악의 조합을 강화하고 있다. 강경한 외교가 경제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경제의 가장 약한 부분을 찌른 것이다.



관세는 ‘정치적 무기’였지만, 이제는 법적·생활비 부담으로 돌아온다

관세 문제는 전쟁 뒤 더 크게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2월 트럼프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했던 광범위한 관세가 위법하다고 판단했고, 정부는 약 1,750억 달러(USD 175 billion) 규모의 환급 부담까지 안게 됐다. 그런데도 트럼프 행정부는 다른 법 조항을 활용해 다시 10%의 글로벌 관세를 부과했고, 이에 대해 소기업들과 24개 주가 잇따라 소송에 나섰다. AP는 민주당 분석을 인용해 새 관세 체제가 유지될 경우 미국 가구당 올해 평균 2,512달러(USD 2,512)의 추가 부담이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전쟁이 끝난 뒤 유권자들이 다시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하면, ‘미국을 보호하는 관세’라는 구호보다 ‘생활비를 올린 세금’이라는 인식이 더 강해질 수 있다.


파월 흔들기는 실패했고, 백악관의 조급함만 드러났다

트럼프의 또 다른 문제는 연준을 향한 노골적 압박이 오히려 역풍을 불렀다는 점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연방판사는 제롬 파월 의장을 겨냥한 검찰 소환장을 막으면서, 정부가 파월의 범죄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전혀 내놓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판결문 표현대로라면 문제는 ‘범죄’가 아니라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른 것’에 가까웠다. 이는 단순한 법적 패배가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가 금리 인하를 위해 중앙은행의 독립성까지 흔들었다는 인상을 남긴 정치적 자충수다. 더구나 파월 후임으로 지명된 케빈 워시 인선까지 이 여파로 상원에서 발이 묶인 상태다. 전쟁이 끝난 뒤 경제가 흔들릴수록, 백악관의 조급함과 무리수가 더 선명하게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앱스타인 파일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집요해졌다

앱스타인 파일 문제도 마찬가지다. 전쟁이 뉴스의 전면을 차지하고 있을 뿐, 사건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로이터는 이달 초 법무부가 트럼프 관련 주장을 담은 누락 FBI 면담 기록을 추가 공개했다고 보도했고, 이어 버지니아 주프리의 가족들은 비공개 처리되지 않은 문서 전면 공개를 요구했다. 같은 보도에서 로이터는 앱스타인 파일이 트럼프에게 ‘지속적인 정치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짚었다. AP 역시 하원 감독위원회가 앱스타인의 회계사를 비공개 소환해 금융 네트워크와 권력층 연결고리를 계속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사안의 핵심은 특정 의혹의 진위만이 아니다. 정부가 무엇을 숨기고, 누구를 보호하는지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이미 커졌다는 점이다. 전쟁이 잠잠해지면, 묻혀 있던 질문은 더 거칠게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전쟁이 가린 것은 위기가 아니라 누적된 실정이었다

트럼프의 리스크는 전쟁과 관세, 파월, 앱스타인에만 그치지 않는다. 로이터는 소비자금융보호국(CFPB) 예산을 끊으려던 행정부 시도가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고 전했고, 이민 정책 역시 소말리아·아이티·시리아 등 임시보호지위(TPS) 종료 조치가 잇따라 법정에 묶이고 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공항 이민노동자들의 보안 허가를 박탈한 조치도 소송에 직면했다. 즉, 트럼프 행정부는 여러 분야에서 ‘밀어붙인 정책이 법원에 가로막히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전쟁은 이런 국내 통치 리스크를 잠시 후순위로 밀어낼 수는 있어도, 없애지는 못한다.


국제 리더십도 손상됐다, 동맹은 침묵이 아니라 거리두기를 택하고 있다

외교적 비용도 무겁다. 로이터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미국의 대이란 군사행동을 국제법을 흔드는 위험한 일방주의라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단기 군사성과를 내세울수록, 동맹국들은 ‘예측 불가능한 미국’과의 거리를 다시 재기 시작할 수 있다. 특히 에너지 가격 급등, 러시아 제재 완화 논란, 무역 압박의 동시다발 전개는 미국이 동맹의 신뢰를 자산이 아니라 소모품처럼 쓰고 있다는 인상을 남긴다. 전쟁이 끝난 뒤 남는 것은 승전 연설이 아니라, 비싸진 에너지와 흔들린 질서, 그리고 피로해진 동맹이다.


전쟁 후의 정치가 더 위험하다

결국 트럼프의 진짜 위기는 전쟁 중이 아니라 전쟁 이후에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전쟁 중에는 애국주의, 안보 프레임, 위기 리더십 연출이 어느 정도 작동할 수 있다. 그러나 총성이 잦아든 뒤 유권자들이 다시 보게 될 것은 유가, 물가, 금리, 생활비, 법적 패소, 권력 남용 논란, 그리고 설명되지 않은 문서들이다. 전쟁이 모든 문제를 덮어줄 것처럼 보이는 순간이야말로, 정치적으로는 가장 위험한 순간일 수 있다. 트럼프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더 강한 수사가 아니라, 전쟁이 끝난 뒤 한꺼번에 밀려올 청구서를 감당할 능력이다. 지금까지 나온 지표와 판결, 그리고 이어지는 추궁을 보면 그 청구서는 결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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