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e House 제공
트럼프, 이란 향한 48시간 최후통첩 접었다…“5일간 전력시설 공격 보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내렸던 48시간 최후통첩에서 사실상 한발 물러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이 최근 “매우 좋고 생산적인 대화”를 가졌다며, 이란 발전소와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군사공격을 5일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48시간 안에 완전히 개방하지 않으면 주요 발전소를 시작으로 전력시설을 타격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번 발표는 강경 일변도로 치닫던 미국의 대이란 메시지가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향으로 급선회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중동에서의 적대행위를 완전하고 전면적으로 해결하는 문제를 놓고 지난 이틀간 매우 좋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이번 주 내내 대화를 이어가겠다고 적었다. 이에 따라 당장 군사충돌이 한층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는 일단 숨을 고르게 됐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압박 자체를 철회한 것은 아니다. 그는 여전히 이란에 대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그리고 위협 없이” 개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지나는 핵심 해상 통로로, 최근 충돌 여파로 사실상 봉쇄 상태에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공격을 미루기로 했지만, 협상이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군사옵션이 다시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White House 제공
트럼프의 결정 배경에는 이란의 강한 역공 경고도 깔려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란은 미국이 자국 전력망을 공격할 경우, 이스라엘의 발전소는 물론 걸프 지역 미군 기지에 전력을 공급하는 시설까지 보복 타격하겠다고 위협했다. 즉, 미국이 계획했던 에너지 인프라 공격이 실행될 경우 전선이 이란 본토를 넘어 걸프 전역의 에너지 시설로 확산할 가능성이 커졌고, 이는 워싱턴이 일단 속도 조절에 나선 배경으로 해석된다.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공격 보류 소식이 전해진 뒤 달러화는 약세로 돌아섰고, 미국 주가지수 선물은 2% 넘게 뛰었으며 유럽 증시도 낙폭을 지우고 상승 전환했다. 국제유가는 더 민감했다. 브렌트유 선물은 장중 15% 가까이 떨어져 배럴당 96달러까지 밀렸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13% 넘게 하락했다. 군사충돌이 에너지 인프라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공포가 다소 누그러지면서 위험자산 선호가 되살아난 것이다.
문제는 이번 5일 유예가 진짜 휴전의 입구가 될지, 더 큰 충돌 전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에 그칠지 아직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은 지난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 이후 2,000명 이상이 숨질 정도로 격화했고, 연료 공급 차질과 인플레이션 우려, 동맹 간 균열까지 불러왔다. 결국 이번 5일은 단순한 ‘시간 벌기’가 아니라, 중동 전쟁이 협상 국면으로 넘어갈 수 있을지를 가를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