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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유가 불안 커지자…민생지원금 논의 다시 본격화
  • 에릭 한 경제 전문기자
  • 등록 2026-03-24 00: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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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쟁 추경 속 직접지원 카드, 정부 검토 본격화
  • 하위 50퍼센트 15만 원설은 부인…세부안은 아직 미정
  • 경남 10만 원 선지급…중앙정부 결정에 시선 집중

픽사베이

‘전쟁 추경’ 타고 다시 떠오른 민생지원금…정부는 직접지원 카드 꺼냈지만 세부안은 아직 안갯속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가 한국 경제를 흔들자, 정부와 여당이 이른바 ‘전쟁 추경’ 편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추경의 규모는 25조 원 수준으로 가닥이 잡혔고, 정책의 초점은 고유가 대응과 취약계층 지원이다. 쟁점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국민이 바로 체감할 수 있는 민생지원금 성격의 직접지원이 실제 추경안에 담기느냐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직접지원 검토”이지, “전 국민 지급 확정”은 아니다.


대통령이 먼저 꺼낸 ‘직접지원’ 카드

민생지원금 논의는 정치권이 아니라 대통령 발언에서 먼저 선명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3월 10일 국무회의에서 중동 상황에 따른 민생 충격과 관련해 석유 최고가격제 집행, 에너지 세제 조정과 함께 소비자 직접 지원을 포함한 추가 금융·재정 지원을 속도감 있게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3월 17일에는 중동 상황 장기화를 전제로 한 대책을 주문하면서 취약계층과 수출기업 지원을 위한 ‘전쟁 추경’을 신속히 편성하라고 했고, 소득지원 정책도 사실상 불가피하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특히 지원이 이뤄진다면 지방에 더 두텁고 과감하게 설계하라는 방향까지 제시했다.


25조 원 추경은 가시권…하지만 숫자는 아직 없다

정책 방향은 3월 22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더 구체화됐다. 당정청은 전쟁 추경을 25조 원 정도 규모로 편성하기로 하고, 물류·유류비 경감, 소상공인·농어민 지원, 피해 수출기업 지원과 함께 취약계층·지방에 대한 직접·차등 지원 필요성에 의견을 모았다. 정부와 여당은 이르면 이번 주 추경안을 발표하고, 다음 주 국회에 제출해 4월 10일 전후 처리하는 일정을 염두에 두고 있다.

다만 이 지점에서 과열된 해석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3월 23일 일부 보도에서 ‘소득 하위 50%에 1인당 15만 원 지급’ 방안이 거론됐지만, 대통령실은 같은 날 해당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날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온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도 전 국민 민생지원금 포함 여부에 대해 세부안을 보고받지 못했다며 즉답을 피했다. 지금까지 확정된 것은 추경의 방향과 규모이지, 지급 대상과 액수는 아니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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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다시 민생지원금인가

배경은 분명하다. 정부는 전쟁 장기화가 유가와 환율, 물가, 내수에 동시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재정경제부가 3월 20일 공개한 최근 경제동향과 이를 인용한 23일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국제유가 상승 등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물가 상승, 민생 부담 증가,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브렌트유가 배럴당 110달러(USD 110)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가 원유뿐 아니라 나프타·비료 등으로 번질 수 있다. 정부가 이번 추경을 단순한 경기부양이 아니라 ‘외부 충격 완화용 방파제’로 보는 이유다.


지금까지 확인된 추경의 중심축은 ‘선별·직접·차등’

현재까지 드러난 정부 구상은 보편지급보다는 선별과 차등 지원에 더 가깝다. 공식 브리핑과 당정 결과를 종합하면, 추경의 1차 목표는 물류·유류비 부담 경감, 소상공인·농어민 등 민생 안정, 피해 중소·수출기업 지원, 그리고 취약계층과 지역에 대한 촘촘한 지원이다. 다시 말해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는 돈”보다는, 고유가 충격을 더 크게 받는 계층과 지역에 직접 지원하는 방식이 우선 검토되고 있는 셈이다.


지방은 이미 한발 앞서 움직였다

중앙정부가 세부안을 다듬는 사이 지방정부는 먼저 행동에 들어갔다. 경남도는 3월 19일 모든 도민에게 1인당 10만 원씩의 도민생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상은 3월 18일 기준 경남 거주 주민과 외국인 결혼이민자, 영주권자를 포함한 320만 명 이상이며, 총 소요 예산은 3,288억 원으로 추산된다. 경남도는 중동 사태가 불러온 고유가·고환율·고금리로 민생경제가 악화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광역시·도 단위에서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고 전 주민 현금성 지원을 추진하는 것은 경남이 처음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경남의 사례는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 중앙정부 차원의 민생지원금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고유가 충격이 실제 생활물가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진 지역에서는 보편지원이든 선별지원이든 현금성·유사현금성 지원이 이미 정책 옵션으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3월 10일 경남도가 “전 도민 민생지원금 검토”를 공식화했고, 불과 9일 뒤 실제 지급 방침을 발표한 흐름은 지방이 중앙보다 먼저 체감형 대책을 꺼내 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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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 회복’이냐 ‘선거용 돈풀기’냐…논란도 본격화

정책 효과를 두고는 평가가 갈린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지금은 확장적 재정 정책으로 경기 추락을 막고 취약계층을 지원해야 할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양준모 연세대 교수는 25조 원 규모라면 단순 취약계층 지원을 넘어 경기부양 성격이 강해질 수 있고, 결과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야권은 이번 추경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선거용 돈풀기’라고 비판하고 있고, 박홍근 후보자는 이에 대해 선거를 염두에 둔 편성이라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결국 관건은 ‘누가,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받느냐’

지금 단계에서 가장 정확한 정리는 이렇다. 전쟁으로 인한 민생지원금 논의는 실제로 진행 중이다. 정부는 이미 직접지원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고, 당정청도 직접·차등 지원에 공감했다. 그러나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도 분명하다. 지급 대상이 전 국민인지, 취약계층 중심인지, 지방에 얼마나 더 두텁게 줄지, 현금인지 지역화폐나 소비쿠폰인지, 액수가 얼마인지는 모두 최종 설계가 남아 있다. 정책은 속도를 내고 있지만, 숫자는 아직 정치와 행정의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번 주 정부안 발표와 다음 주 국회 제출 과정에서 ‘전쟁 추경’의 실체가 처음으로 구체적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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