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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열풍 타고 족저근막염 환자 급증…14년 새 환자 3배
  • 김도현 헬스케어 & 건강 전문 기자
  • 등록 2026-03-24 10: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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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년 9만1천명에서 2024년 28만9천명으로




아침에 일어나 첫발을 디디는 순간, 발뒤꿈치를 찌르는 듯한 통증. 한동안 걷다 보면 슬며시 가라앉지만, 운동을 마치고 나면 어김없이 되살아난다. 족저근막염이다. 러닝이 대중 문화로 자리 잡는 동안, 이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도 조용히 늘어왔다.

건강보험 통계가 그 궤적을 보여준다. 족저근막염 진료 환자는 2010년 9만 1,000명에서 2024년 28만 9,000명으로 14년 만에 세 배 넘게 불어났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0년 사이에도 환자 수는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유행성 통증이라는 말로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수준이다.




100만 러너의 시대, 발의 속도는 다르다

한국의 러닝 붐은 통계로도 분명하다. 국내 마라톤 대회는 2020년 19개에서 2024년 254개로 늘었고, 참가자는 같은 기간 9,000명에서 100만 명을 돌파했다. 러닝 인구는 약 1,0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주말 일정부터 소비 패턴, 패션까지 바꾸는 대중 문화가 됐다.

이 흐름과 족저근막염 증가를 분리해서 보기 어렵다. 2015년 이미 보건복지부는 조깅·등산 등 취미 운동 인구가 늘면서 발병률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고 경고했다. 당시에도 "갑자기 운동량이 늘었거나 오래 걸은 경우"에 잘 생기는 과사용 증후군으로 분류됐다. 지금의 러닝 붐은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을 더 자주, 더 멀리 뛰게 만들고 있다.




'뛰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무리하게 뛰는 것'이 문제

해외 연구는 러닝과 족저근막염의 연결고리를 보다 선명하게 보여준다. 

2021년 발표된 리뷰 논문에 따르면 러너의 족저근막염 유병률은 5.2~17.5%로, 비활동적인 집단보다 현저히 높다.

2024년 1,206명을 1년간 추적한 코호트 연구는 더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했다. 전체 발병률은 2.3%였지만, 주당 40km 이상 달린 러너는 주당 6~20km를 달린 러너보다 위험이 6배 높았다. 러닝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훈련량이 빠르게 쌓일수록 위험이 가파르게 높아진다는 뜻이다.

지금 한국의 러닝 문화가 놓치는 지점이 바로 이것이다. 초보 러너가 단기간에 5km에서 10km로, 다시 하프마라톤으로 거리를 늘리고, 러닝 크루 문화와 기록 경쟁 속에서 회복 없이 훈련을 반복한다. 심폐 기능은 비교적 빨리 적응하지만, 발바닥·종아리·아킬레스건 같은 말초 조직은 훨씬 더디게 따라온다. 과훈련, 딱딱한 노면, 맞지 않는 신발, 뻣뻣한 종아리가 겹치면 발바닥의 작은 조직은 유행의 속도를 감당하지 못한다.




가장 취약한 세대는 40~60대, 하지만 2030도 증가세

한국의 환자 분포를 보면 50대가 단연 많다. 2018년 국민건강보험공단 분석에서 50대가 전체 환자의 26.1%를 차지했고, 40대·60대가 뒤를 이었다. 2024년 통계에서도 50대 환자가 7만 269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여성이 남성보다 약 1.3배 많았다.

장시간 서서 일하는 생활 습관, 체중 부담, 유연성 저하, 느린 회복력이 겹치는 중년층에서 자연스럽게 많이 발생하는 구조다. 다만 러닝 인구의 저변이 넓어지면서 2030대 환자도 증가세라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중년 여성의 질환'이라는 고정관념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족저근막염은 아침에 일어나서 처음 발을 디딜 때 가장 아프다.



왜 첫걸음이 가장 아플까

족저근막염 환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아침 첫발이 제일 무섭다."

자는 동안 짧아지고 굳어 있던 족저근막이 갑자기 체중을 받으며 늘어날 때 통증이 터진다. 잠시 걸으면 나아지는 듯하다가, 오래 걷거나 운동한 뒤 다시 심해지는 패턴을 반복한다. 이 때문에 단순 피로로 여기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증상이 길어질수록 치료는 어려워지고 통증도 발바닥 전체로 번질 수 있다.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발바닥 통증이 모두 족저근막염은 아니다. 질병관리청은 앞발바닥 통증과 발가락 저림이 함께 오면 지간신경종, 화끈거리거나 시린 통증이 지속되면 말초신경병증, 뛰거나 점프 후 갑자기 심한 통증이 생기면 급성 족저근막 파열, 뒤꿈치 안팎으로 넓게 아프면 종골 피로골절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러닝 인구가 많아질수록 "족저근막염이겠지" 하고 넘기다 다른 손상을 놓칠 위험도 커진다.




예방의 핵심은 '속도 조절'

예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다만 실천이 어렵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훈련량을 급격히 늘리지 않는 것이다. 질병관리청은 충격 흡수가 약한 신발, 딱딱한 바닥, 과도한 달리기를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는다. 평발은 아치가 무너지며 근막에 과도한 긴장을 주고, 오목발은 반대로 근막을 지속적으로 당긴다. 아킬레스건이 짧거나 종아리가 뻣뻣하면 발목 가동성이 떨어져 발바닥에 부담이 집중된다.

족저근막염을 예방하면서 건강하게 운동하기 위해서는 주간 거리와 강도를 천천히 늘리고, 종아리와 발바닥의 유연성을 꾸준히 관리하며, 발 형태와 운동 환경에 맞는 신발을 갖춰야 한다. 러닝 붐이 심어준 가장 위험한 착각은 "남들도 뛰니까 나도 당장 뛸 수 있다"는 착각이다.




치료는 길지만, 대부분 수술 없이 낫는다

다행인 것은 족저근막염은 대부분 수술 없이 회복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비영리 학술의료기관인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은 얼음찜질, 스트레칭, 통증을 유발하는 활동의 조절만으로도 수개월 내 회복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한국 보건복지부 자료에서도 90% 이상이 보존적 치료로 나으며, 완전 회복까지 보통 6개월 이상이 걸린다고 안내한다.

치료의 중심은 스트레칭이다. 발목을 발등 쪽으로 천천히 구부리는 족저근막 스트레칭, 벽을 밀며 종아리를 늘리는 아킬레스건 스트레칭이 기본이다. 증상이 길어지면 물리치료, 깔창, 야간 부목, 국소 주사, 체외충격파 치료가 단계적으로 검토된다. 수술은 6개월 이상 치료에도 차도가 없는 드문 경우에 한해 고려하는 마지막 선택지다.




더 멀리보다 더 오래

러닝은 심폐 건강, 체중 관리, 정신 건강에 이점이 많은 훌륭한 운동이다. 문제는 몸보다 빨리 달리는 문화다.

마라톤 대회가 4년 만에 13배 늘고 참가자가 100만을 넘어선 사회에서 족저근막염 환자가 14년 새 세 배로 는 현실은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국내 의료 통계와 해외 연구는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반복 충격, 과훈련, 불충분한 회복이 발바닥의 작은 조직을 허문다는 것이다.

건강한 유행이 오래 지속되려면 그 유행을 감당할 몸의 리듬도 함께 배워야 한다. 더 멀리 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다치지 않고 오래 뛰는 것이다. 족저근막염은 바로 그 단순한 진실을 가장 아픈 방식으로 가르쳐주는 질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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