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오는 4월부터 전국 16개 기초지자체를 대상으로 이른바 ‘반값 여행’ 제도를 본격 시행한다. 공식 명칭은 ‘지역사랑 휴가지원’ 시범사업으로, 농어촌 인구감소지역을 여행한 뒤 숙박비와 식비 등 지출 내역을 증빙하면 여행경비의 50%를 모바일 지역사랑상품권으로 환급해 주는 방식이다. 개인은 최대 10만 원, 2인 이상 단체는 최대 20만 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어 봄철 국내여행 수요를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새 정책으로 주목된다.
이번 제도는 단순한 여행 할인 이벤트와는 결이 다르다. 정부는 인구감소로 활력을 잃은 농어촌 지역에 관광 수요를 유입해 지역경제를 살리고, 여행객에게는 체감형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처음 이 사업을 도입했고, 애초 2026년 지역여행 활성화 정책의 하나로 인구감소지역 84곳 가운데 20곳을 공모 대상으로 제시한 뒤, 상반기 시행 지역으로 16개 지자체를 먼저 확정했다. 하반기에는 4개 지역을 추가 공모할 계획이다.

상반기 시행 대상은 강원 평창·영월·횡성, 충북 제천, 전북 고창, 전남 강진·영광·해남·고흥·완도·영암, 경남 밀양·하동·합천·거창·남해 등 16개 지자체다. 지역 분포를 보면 강원권 3곳, 충북 1곳, 전북 1곳, 전남 6곳, 경남 5곳으로, 정부가 농어촌 인구감소지역 가운데 관광 파급효과를 낼 수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상반기 시범사업 지도를 짠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 구석구석’도 같은 선정 지역 명단을 별도 안내하고 있다.
현금 입금 아니다…여행 후 증빙해야 혜택
이 제도는 선할인 방식이 아니라 사후 환급 방식이다. 18세 이상 국민이 먼저 해당 지역에 여행 계획을 신청해 승인을 받아야 하고, 실제 여행 뒤 숙박비나 식음료비 등 지출 증빙자료를 제출하면 지자체 확인을 거쳐 여행경비의 절반을 모바일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돌려받게 된다. 환급 수단이 현금이 아니라 지역사랑상품권인 만큼, 혜택이 다시 지역 상권 소비로 이어지도록 설계된 점이 특징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값 여행’이라는 이름만 보고 무조건 절반을 바로 할인받는 것으로 이해하면 오산이다. 환급받은 상품권은 올해 안에 사용해야 하며, 해당 여행지의 가맹점이나 지역 특산물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쓸 수 있다. 또 사전 신청 시기, 인정되는 증빙자료, 상품권 사용 방식은 지자체마다 다르다. 정부도 4월 본격 시행 전 ‘대한민국 구석구석’과 각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신청 가능 여부와 세부 조건을 반드시 확인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정책의 밑바탕에는 지방의 선행 사례가 있다. 특히 전남 강진군의 ‘반값 여행’이 지역 관광객 증가와 상권 소비 확대 효과를 내며 전국 확산 모델로 주목받았고, 정부의 이번 시범사업도 이런 지역 실험을 제도권으로 끌어올린 성격이 짙다. 올해 예산은 65억 원 규모로 알려졌으며, 정부는 시범사업 결과를 종합 평가한 뒤 2027년부터 대상 지역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결국 이번 봄 시행은 일회성 판촉이 아니라, 지방 관광을 통해 지역소멸 대응의 해법을 찾으려는 정책 실험의 출발점에 가깝다.
성패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실제로 ‘가서 쓰고, 다시 찾게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단순 방문객 숫자만 늘리는 데 그치면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 숙박과 식사, 특산품 구매, 재방문까지 이어지면 지역에는 체류형 소비가 남고 여행자에게는 체감 혜택이 남는다. 정부가 이번 시범사업을 상반기 16곳으로 시작해 하반기 4곳을 더하는 단계적 방식으로 설계한 것도, 할인정책의 인기를 넘어 실제 지역경제 효과를 점검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