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스포츠레저산업전(스포엑스)2026의 1층 A관과 B관의 헬스 피트니스 부문 전시 (사진: 메인타임스)인공지능(AI)이 노동의 많은 부분을 대체하거나 재편할수록, 인간에게 더 중요해지는 것은 오히려 ‘노동’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놀 것인가’,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어떻게 건강을 관리할 것인가’라는 문제다. 그런 점에서 스포츠와 레저 산업의 성장세는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에 가깝다.
서울 코엑스에서 26일 개막한 2026 서울국제스포츠레저산업전, 이른바 스포엑스는 바로 그 흐름을 한눈에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주최 측은 올해 행사에 국내외 약 300개 기업이 참가하고 약 4만6천 명이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스포엑스 2026은 3월 26일부터 29일까지 나흘간 코엑스 Hall A·B·C에서 열린다. 올해 행사는 피트니스, 헬스케어, 스포츠용품, 뉴트리션, 수중·수상 스포츠 등 전통적인 전시 영역을 넘어, AI와 스포츠의 결합, 피클볼 등 신생 생활스포츠의 부상, 스포츠 일자리의 확대를 함께 보여주는 장으로 확장됐다. 공식 안내문에도 Hall A·B에는 헬스·피트니스, 스포츠용품, 헬스케어, 메인무대와 피클볼 체험관이, Hall C에는 스포츠산업 채용박람회와 AI+SPO-TECH 특별관이 배치된 것으로 소개돼 있다.
AI는 스포츠 산업 시장에서도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되었다. AI 헬스장 운영체제와 AI 트레이닝 머신을 판매하는 EGYM도 이번 스포엑스에 참가한 업체다. (사진 출처: 인스타그램 @egym_partner_kr)
올해 스포엑스의 핵심은 단연 AI였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무역협회, 국민체육진흥공단 측 자료를 보면, 올해는 스포츠 산업의 디지털 전환 흐름을 반영한 ‘AI+SPO-TECH 특별관’이 별도로 조성됐다. 이 특별관에서는 AI·신기술 기반 스포츠테크 기업들의 제품과 솔루션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으며, 일부 참가사는 증강현실 기반 디지털 체육 플랫폼, 스포츠 웨어러블, AI 활용 재활 소프트웨어 등을 선보였다.
이 변화는 단순히 “운동기구가 더 똑똑해졌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과거 스포츠 산업이 장비와 공간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데이터를 읽고 몸의 상태를 분석하며 개인별 맞춤 운동과 재활, 건강관리까지 연결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 보도자료는 이번 행사를 “스포츠, 기술로 진화하고 산업으로 도약하는 현장”으로 규정했고, AI+SPO-TECH 특별관을 통해 국내 스포츠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스포엑스는 스포츠가 더 이상 단순 소비재 산업이 아니라, AI와 헬스케어, 소프트웨어, 데이터 산업이 만나는 미래형 융합 산업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AI 시대의 핵심 산업을 이야기할 때 반도체나 로봇만 떠올리기 쉽지만, 인간의 몸과 건강, 놀이와 운동을 다루는 스포츠 산업 역시 그 못지않게 중요한 축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올해는 생활스포츠이자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피클볼 종목도 선보였다. 피클볼 체험 코트도 운영되고 있는 모습 (사진: 메인타임스)
이번 스포엑스에서 또 하나 눈에 띈 장면은 피클볼이었다. 공식 관람안내에는 Hall A·B 주요 구성에 ‘피클볼 체험관(Pickleball Trial Zone)’이 명시돼 있다. 이는 피클볼이 단순 부가 종목이 아니라 이제는 별도 체험 공간을 둘 만큼 성장한 스포츠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피클볼은 비교적 늦게 대중에게 알려졌지만 최근 가장 빠르게 저변을 넓히고 있는 생활 스포츠 가운데 하나다. 미국 스포츠·피트니스산업협회(SFIA)는 2025년 미국 내 피클볼 참여 인구를 2,430만 명으로 집계했고, 2020년 이후 5년 성장률이 479%에 달한다고 밝혔다. 스포엑스가 이 종목을 체험형 공간으로 전면 배치한 것은 산업계가 피클볼을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확장성이 큰 스포츠 시장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피클볼의 등장은 상징적이다. 거대한 스타디움이나 고가 장비보다 접근성과 참여성을 앞세운 스포츠가 더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는 AI 시대의 여가가 ‘보기만 하는 스포츠’보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스포츠’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즉 미래 스포츠 산업은 엘리트 경기만이 아니라 생활체육, 커뮤니티 스포츠, 건강관리형 스포츠까지 넓게 포괄하는 방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현장 분위기도 그 흐름을 뒷받침했다. 스포엑스는 원래도 국내 최대 규모 스포츠·레저 산업전으로 꼽히지만, 올해는 역대 최대 수준인 1,763개 부스 규모로 확대됐다. AI 스포츠테크, 프로스포츠 체험, 피트니스와 헬스케어, 수상스포츠, 신생 생활스포츠까지 한자리에서 보려는 관람객이 몰리면서 전시장 전체의 체감 밀도 역시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흥행은 우연이 아니다. 인간이 AI에게 일을 일부 넘길수록 인간 자신은 더 건강해야 하고, 더 오래 움직여야 하며, 더 의미 있는 여가를 설계해야 한다. 레저와 스포츠는 더 이상 부차적 소비가 아니라 삶의 질과 건강, 관계, 커뮤니티를 떠받치는 핵심 영역이 되고 있다. 스포엑스가 성황을 이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박람회는 단순히 물건을 진열하는 전시가 아니라, AI 시대에 인간이 무엇을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될지를 보여주는 생활 산업의 지도에 가깝다.
C홀에서는 스포츠 산업 채용박람회도 열린다. QR로 상담 대기를 하고 취업 관련 정보 수집은 물론이고 컨설팅도 받을 수 있다. (사진: 메인타임스)이번 스포엑스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같은 공간에서 스포츠산업 채용박람회가 함께 열렸다는 점이다. 공식 안내에 따르면 채용박람회는 3월 26일부터 28일까지 코엑스 C홀에서 진행되며, 스포츠 기업·단체 채용관 운영, 스포츠 분야 구직자 취업컨설팅, 멘토링 프로그램, 취업특강 등이 포함됐다.
채용박람회 공식 홈페이지도 참가자가 현장에서 기업 상담을 받고, QR 기반 대기 시스템을 통해 부스를 방문하며, 온라인으로 이력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안내한다. 관련 공지와 안내 자료에는 모의면접 컨설팅, 현장 상담, 입사지원 연계 프로그램도 포함돼 있다. 이는 스포츠 산업이 더 이상 ‘선수’나 ‘지도자’만의 세계가 아니라, 기획, 마케팅, 기술, 플랫폼, 헬스케어, 장비, 콘텐츠, 운영을 포괄하는 넓은 일자리 생태계로 바뀌고 있음을 뜻한다.
AI와 결합한 스포츠테크, 생활스포츠의 확산, 건강관리 수요 증대, 커뮤니티 기반 여가 소비의 확대가 한꺼번에 움직이는 상황에서 스포츠 산업은 앞으로 더욱 많은 직무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 스포엑스의 채용관은 그 변화를 가장 현실적으로 보여준 공간이었다.
스포엑스 2026은 단순한 스포츠·레저 박람회가 아니었다. AI 기반 스포츠테크는 스포츠 산업이 기술 산업과 결합하는 방향을 보여줬고, 피클볼 체험관은 신생 생활스포츠가 얼마나 빠르게 산업의 중심으로 들어오는지를 증명했으며, 스포츠산업 채용박람회는 이 시장이 실제 일자리와 비즈니스로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앞으로 인간의 미래를 설명하는 핵심 단어 두 개를 꼽자면, 하나는 분명 AI이고 다른 하나는 Sports일지 모른다. AI가 일을 바꾸는 시대일수록, 인간은 더 건강하게 움직이고, 더 잘 놀고, 더 의미 있는 여가를 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포엑스는 상품을 소개하는 자리를 넘어, 앞으로의 경제 산업 흐름과 인간의 삶의 방향을 미리 보여주는 장소였다. 올해 코엑스에서 열린 이 박람회가 유독 많은 사람들로 붐빈 이유도 결국 거기에 있다.
스포엑스 2026의 전시 안내 포스터 (출처: https://www.spoex.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