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Kings 시위에 참석한 본 조비 = 카밀라 해리스 X
미국 전역 뒤덮은 ‘No Kings’…트럼프식 통치에 쏟아진 대규모 경고
지난 3월 28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서 ‘No Kings’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시위는 미국 50개 주 3,200~3,300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렸으며, 참가 인원은 공식 전국 집계가 없지만 주최 측은 최소 800만 명, 주요 언론은 수백만 명 규모로 평가했다. 뉴욕, 워싱턴, 필라델피아, 댈러스 같은 대도시뿐 아니라 중소도시와 교외 지역까지 시위가 확산됐다는 점에서, 이번 행동은 단순한 도심 집회가 아니라 미국 사회 전반에 퍼진 반권위주의 정서를 드러낸 사건으로 읽힌다.
‘No Kings’는 하루짜리 구호로 끝난 시위가 아니다. 이 흐름의 출발점은 2025년 6월 14일이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과 맞물린 군사 퍼레이드가 워싱턴에서 열리자, 이에 맞서 “미국에는 왕이 없다”는 구호 아래 전국적 항의가 조직됐다. 이후 2025년 10월 한 차례 더 대규모 행동이 이어졌고, 이번 2026년 3월 28일 시위는 그 세 번째 전국 동시 행동으로 자리 잡았다. 주최 측은 이를 일회성 항의가 아니라 지속적 시민 저항의 연장선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시위의 핵심은 정책 하나를 겨냥한 반대가 아니라, 권력 운영 방식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다. ‘No Kings’ 공식 측은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이민 단속 강화, 표현의 자유와 시민권 침해, 투표권 위축, 생활비 압박, 전쟁 확대 등을 한데 묶어 “민주주의를 압박하는 권위주의적 통치”라고 비판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도 이번 3차 행동을 앞두고 트럼프의 권한 남용, 이란 전쟁 개입, 이민자 구금·추방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시민들의 평화적 항의권을 강조했다. 즉 ‘No Kings’는 특정 법안 반대 시위가 아니라, “대통령은 군주가 아니다”라는 헌정 질서의 언어로 재구성된 정치적 저항이었다.
세인트폴 시내에서 미네소타 주 의사당으로 향하고 있는 ‘No Kings’ 시위대 = Bill Madden X
이번 3차 시위가 남긴 가장 큰 장면
이번 시위의 상징적 중심지는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이었다. 공식 홈페이지는 미네소타 주의사당 집회를 사실상 ‘플래그십 랠리’로 제시했고, 로이터와 AP 등은 세인트폴이 이번 행동의 상징적 무대가 됐다고 전했다. 동시에 시위는 미국 국내에만 머물지 않고 유럽 일부 도시로도 번졌다. 더 주목할 대목은 대도시 집중형 집회가 아니라, 교외와 소도시 참여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행동을 기록적 규모의 집회로 평가했고, 로이터는 소도시 참여가 크게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는 반트럼프 정서가 특정 진보 대도시의 여론을 넘어 지역 단위 시민사회로 침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최 측은 사전에 이번 행동을 “비폭력 전국 행동”으로 규정하고, 참가자들에게 무기 반입 금지와 긴장 완화 원칙을 거듭 공지했다. 실제로 공식 안내문에는 합법적 무기까지 포함해 어떤 무기도 행사장에 가져오지 말라고 명시돼 있다. 다만 현장 전체가 완전히 평온했던 것은 아니다. 로이터는 로스앤젤레스와 댈러스 등 일부 지역에서 충돌과 체포, 부상 사례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전체적으로는 평화 시위의 틀을 유지했지만, 미국 정치의 극단적 분열이 거리 현장에서도 그대로 노출됐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보스턴에서 열린 No Kings 시위 = Ed Krassenstein X
백악관은 애써 의미 축소
민주당 인사들과 시위 지지층은 이번 행동을 “민주주의 방어”로 규정했다. 반면 공화당 측, 특히 공화당 하원선거위원회(NRCC)는 이를 극좌 성향 집회라고 몰아세웠다. 백악관도 시위를 “Trump Derangement Therapy Sessions”라고 폄하하며, 실질적 민심보다는 좌파 자금 네트워크와 언론이 키운 행사라는 취지로 반응했다. 결국 ‘No Kings’는 거리의 규모만큼이나, 미국 정치의 언어 전쟁을 다시 격화시킨 사건이 됐다.
정치적 함의는 분명하다. 첫째, 트럼프 2기 체제에 대한 반대가 여전히 조직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했다. 둘째, 대도시 엘리트 중심의 저항이 아니라 교외·중소도시까지 확산된 네트워크형 시위라는 점에서,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둔 야권과 시민단체에 상당한 자신감을 심어줬다. 셋째, 이번 행동은 단지 반트럼프 시위가 아니라, 미국 유권자 일부가 지금의 권력 운영을 ‘강한 대통령’이 아니라 ‘군주적 대통령’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정치적 경고장이기도 하다. 규모의 정확한 집계는 주최 측과 언론 보도 사이에 차이가 있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No Kings’는 이제 해시태그 수준의 구호가 아니라, 트럼프 시대 미국 저항정치의 상징어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