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1600만 관객 고지를 눈앞에 두고 한국 영화 흥행사의 새 기록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29일 하루에만 18만8395명을 더해 누적 관객 수 1561만5893명을 기록했고, 역대 흥행 3위 자리를 굳혔다. 이제 2위 ‘극한직업’의 1626만6641명까지 남은 격차는 약 65만명이다.
주목할 대목은 흥행의 절대 규모보다도 속도와 지속력이다. ‘왕과 사는 남자’는 28일에도 22만5205명을 동원해 누적 1542만7415명을 찍었고, 개봉 8주차 주말에도 하루 20만명 이상을 불러들이는 저력을 보였다. 25일에는 누적 1500만명을 돌파하며 ‘명량’과 ‘극한직업’에 이어 역대 세 번째 1500만 영화에 올랐고, 당시에도 업계는 이미 ‘극한직업’ 추월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거론했다.
이 작품의 흥행은 단순한 막판 스퍼트가 아니라 장기 체류형 흥행에 가깝다. 배급사와 영화계는 상영 횟수가 6800회 이상 유지되고 있고, 경쟁작 공세 속에서도 점유율이 급격히 무너지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중장년층을 넘어 1020 세대까지 끌어들인 입소문, 이른바 N차 관람과 ‘통곡 상영회’ 같은 관람 문화가 겹치면서 흥행의 저변이 예상보다 넓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 눈에 띄는 것은 매출이다. ‘왕과 사는 남자’는 28일 기준 누적 매출 약 1488억원, 29일 기준 누적 매출 약 1507억8619만원을 기록하며 역대 한국 영화 매출 1위 기록을 계속 갈아치우고 있다. 관객 수 기준으로는 아직 ‘명량’과 ‘극한직업’ 아래에 있지만, 매출액 기준으로는 이미 두 작품을 모두 넘어섰다. 관람료 상승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이 영화가 현재 극장가에서 얼마나 강한 동원력을 보이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흐름은 단순한 흥행 성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침체된 극장가에서 관객을 다시 극장으로 불러들이는 힘, 그리고 역사극이라는 비교적 무거운 장르로 이 정도 확장성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산업적 상징성도 크다. 실제로 국내 흥행뿐 아니라 북미에서도 ‘극한직업’의 현지 성적을 넘어섰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가 오히려 확장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도 확인되고 있다.

물론 추월을 장담하기엔 변수도 남아 있다. 가장 큰 변수는 경쟁작 ‘프로젝트 헤일메리’다. 이 작품은 28일 하루 17만3607명을 모아 개봉 11일 만에 누적 100만3854명을 돌파했고, ‘왕과 사는 남자’를 제치고 예매율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즉, 4월 초 극장가의 관심이 일부 분산될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다만 현재까지의 숫자를 종합하면, 경쟁작 등장만으로 ‘왕사남’의 상승세가 즉각 꺾일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25일 기준 업계는 4월에도 뚜렷한 초대형 경쟁작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추월 가능성을 높게 봤고, 29일까지 실제 성적 역시 그 전망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최근 이틀간 41만명 넘는 관객을 더한 흐름을 감안하면, 남은 65만명 격차는 더 이상 비현실적인 숫자가 아니다. 이를 종합하면 ‘극한직업’ 추월 여부의 핵심은 가능성 자체보다도 시점, 다시 말해 4월 첫째 주 안에 탄력을 유지하느냐로 압축된다.
결국 시장의 질문은 단순하다. ‘왕과 사는 남자’가 ‘극한직업’을 넘을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언제 넘느냐다. 이미 1500만을 넘어선 작품이 개봉 8주차에도 주말 20만명대 동원력을 유지하고, 매출에서는 역대 1위를 새로 쓰고 있다면, 역대 2위 도전은 과장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수순에 가깝다. 4월 첫째 주 극장가가 그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