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 기타주소 연계 부재 지적… 행안부·경찰청에 제도 개선 권고
과태료 고지서를 받지 못해 가산금까지 부담하게 된 다가구 주택 거주자의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다가구주택 거주자가 전입신고 때 성실히 기재한 '기타주소(상세주소)' 정보가 행정기관 간 전산망에서 사실상 사장(死藏)되면서, 교통 과태료 고지서조차 제때 받지 못하고 결국 가산금 부담까지 떠안는 사태가 발생하는 일이 빈번하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를 단순 행정 착오가 아닌 구조적 권익 침해로 규정하고,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에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다가구주택의 구조적 맹점, '기타주소'가 사각지대로
문제의 핵심은 다가구주택 특유의 주소 체계에 있다. 같은 도로명주소 아래 다수의 세대가 층·호수 단위로 나뉘어 거주하는 이 주거 형태에서는 정확한 수신자를 특정하려면 층·호수 같은 세부 거주 정보, 즉 기타주소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전입신고 시 등록된 이 정보는 경찰청의 교통경찰업무 시스템(TCS)에 연동되지 않아 속도위반 등 교통법규 위반에 따른 과태료 고지서가 실제 거주자에게 전달되지 않는 민원이 반복돼 왔다.
이번 고충민원을 제기한 ㄱ씨의 경우도 다르지 않았다. 전입신고 당시 호수 등 상세 거주 정보를 기재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청 과태료 부과·통지 시스템에서 해당 정보는 조회되지 않았다. 고지서를 받지 못한 ㄱ씨는 납부 기한을 넘겨 가산금까지 추가 부담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기타주소는 건축물 명칭이나 동·호수 등을 지칭하는 정보로, 법적으로 공법상 주소의 기본 구성요소에 해당하지 않아 주민등록 등·초본에도 기재되지 않는다. 제도상 전산자료 제공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실제 행정 현장에서 기관 간 연계는 이뤄지지 않았고, 그 공백을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는 구조가 고착된 셈이다.
"정보는 있었지만 연결이 없었을 뿐"
국민권익위는 이번 사안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전입신고 시 등록된 기타주소 정보가 기관 간 전산시스템에서 원활히 연계되지 않아 경찰청이 실질적 송달에 필요한 정보를 확인할 수 없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유사 민원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이 문제가 방치됐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이에 따라 권익위는 행정안전부에는 경찰청의 요청 시 기타주소 정보를 제공하도록 시정권고하고, 경찰청에는 TCS에 해당 정보를 반영하도록 제도개선 의견을 표명했다. 국가가 이미 보유한 정보임에도 기관 간 연결고리가 끊긴 탓에 '신고는 했으나 보호받지 못하는' 모순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지서 한 장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사례는 단순 우편 사고나 행정 착오와 차원이 다르다. 이미 국가 시스템에 존재하는 정보가 기관 간 단절로 인해 활용되지 못하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납세자에게 전가되는 구조적 허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다가구주택처럼 세부 거주 구분이 행정 송달의 정확성을 좌우하는 주거 유형에서는, 이 같은 사각지대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크다.
국민권익위 한삼석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행정기관 간 전산 정보 연계가 미흡할 경우, 이번 사례처럼 국민이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기타주소 정보가 송달 행정에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이번 권고가 일회성 조치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제도 정비로 이어질지, 향후 관계기관의 대응이 주목된다.
다가구 주택의 소유자 또는 임차인은 상세주소 부여를 요청할 수 있다. 상세주소 신청은 인터넷 민원24 또는 관할 도로명주소 담당에게 우편 또는 방문 접수로 가능 (사진: https://www.juso.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