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e House 제공
전쟁 피로감·유가 부담 속 첫 대국민 연설…이란은 휴전 주장 부인, 시장은 안도 대신 불확실성에 반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1일 밤(미 동부시간)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갖고 이란전의 “핵심 전략 목표가 거의 완료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전쟁이 곧 끝에 가까워졌다고 말하면서도, 앞으로 2~3주 동안 이란을 “매우 강하게” 계속 타격하겠다고 예고했다. 끝이 보인다고 말하면서도 추가 공세를 공식화한 것이다.
이번 연설은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군사작전에 돌입한 지 5주째에 나온 첫 본격적인 대국민 설명이었다. AP에 따르면 이는 전쟁 개시 이후 처음 이뤄진 트럼프의 전국 단위 대국민 연설이며, 백악관은 이번 작전의 목표를 이란의 미사일 생산능력 파괴, 해군 무력화, 대리세력 지원 차단, 핵무기 보유 저지로 제시해 왔다. 백악관도 4월 1일 공개한 자료에서 같은 목표를 다시 확인했다.
트럼프는 연설에서 미군이 이란 해군과 공군을 사실상 무력화했고, 탄도미사일 및 핵 프로그램도 크게 약화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임무를 끝낼 것이고, 아주 빨리 끝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동시에 향후 2~3주간 추가 타격을 이어가겠다고 밝혀, 조기 종전 기대와 확전 우려를 한 문장 안에 함께 담았다. Reuters는 트럼프가 구체적인 종전 시한은 제시하지 않은 채 전쟁 목표 달성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연설의 핵심은 메시지의 이중성에 있었다. 트럼프는 미국민에게는 “핵심 목표가 거의 달성됐다”고 설명했지만, 군사적으로는 아직 작전이 끝나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에너지·석유 시설에 대한 추가 타격 가능성도 열어뒀다. 시장과 동맹국, 이란 모두가 듣고 싶어 했던 명확한 출구전략은 끝내 제시되지 않았다.
트럼프의 연설은 국내외 압박이 커진 상황에서 나왔다. 그는 연설 몇 시간 전 Reuters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이란에서 “상당히 빨리” 빠져나올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필요하면 다시 돌아와 제한 타격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같은 인터뷰에서는 NATO의 비협조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며 미국의 NATO 탈퇴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하지만 정작 대국민 연설에서는 NATO 문제를 직접 길게 꺼내지는 않았다.
국내 여론도 트럼프에게 우호적이지만은 않았다. Ipsos의 3월 27~29일 조사에서는 미국인의 66%가 “미국 목표를 모두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이란전 개입을 빨리 끝내야 한다”고 답했다. 또 56%는 이번 전쟁이 자신의 개인 재정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봤고, 66%는 휘발유 가격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3월 초 조사에서는 미국의 대이란 공격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27%, 반대가 43%였다.
트럼프도 이런 부담을 의식한 듯 연설에서 미국 내 휘발유 가격 문제를 직접 언급했다. 그는 최근 가격 상승이 이란의 상선·유조선 공격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이는 일시적 현상이고 다시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Reuters는 이번 전쟁이 이미 세계 에너지 가격과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하고 있다고 짚었다.
White House 제공
이번 연설은 전쟁 명분 논란을 수습하려는 성격도 짙었다. Reuters는 3월 초 트럼프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미국의 대이란 참전 이유를 서로 다르게 설명하면서, 백악관이 전쟁의 명분을 둘러싸고 수습에 나섰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후 백악관은 “처음부터 목표는 명확하고 변함없었다”는 메시지를 반복하며, 이란의 미사일 역량과 해군, 대리세력, 핵개발 능력을 동시에 무너뜨리는 것이 작전의 일관된 목적이라고 강조해 왔다.
의회도 이미 이 문제를 놓고 갈라져 있었다. 상원은 3월 4일 트럼프의 대이란 군사행동을 제한하려는 초당적 결의안의 진전을 가로막았다. 표결은 53대 47로, 공화당이 대체로 트럼프 편에 섰다. 법적·헌법적 논쟁은 봉합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정치적으로는 공화당 주류가 전쟁 수행권을 대통령에게 실어준 셈이었다.
트럼프는 연설 전후로 이란이 휴전을 원하고 있다는 취지의 신호를 보내 왔지만, 테헤란은 이를 즉각 부인했다. Reuters에 따르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트럼프의 “이란이 휴전을 요청했다”는 주장을 “거짓이며 근거 없다”고 반박했다. 미국이 출구를 향한 명분을 쌓는 사이, 이란은 오히려 협상 프레임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이는 이번 연설이 단순한 승전 선언이 아니라, 미국 내 불안을 달래면서도 상대를 압박하는 정치적 메시지였음을 보여준다. 트럼프는 전쟁의 끝이 가깝다고 말했지만, 정작 상대방은 휴전의 전제부터 부인하고 있다. “종전이 임박했다”는 백악관의 설명과 현장의 실제 긴장은 아직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시장 반응도 냉정했다. Reuters에 따르면 트럼프 연설 직후 글로벌 주식은 하락하고 달러는 강세를 보였으며 유가는 상승했다. 미국 선물과 유럽 선물은 약세를 나타냈고, 아시아 주식도 변동성 속에 밀렸다. 시장이 기대했던 것은 “언제 끝나는가”에 대한 더 분명한 답이었지만, 연설은 오히려 2~3주의 추가 불확실성을 남겼다는 평가가 나왔다.
원유 시장은 특히 민감하게 반응했다. 연설 전에는 조기 종전 기대감으로 유가가 잠시 눌렸지만, 연설 뒤에는 다시 반등했다. Reuters는 4월 2일 초반 브렌트유가 배럴당 106.04달러(USD 106.04),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104.29달러(USD 104.29)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추가 타격과 에너지 인프라 공격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공급 불안이 다시 시장 전면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시장 전문가들도 비슷한 해석을 내놨다. Reuters가 전한 투자자 반응을 보면, 이번 연설은 전쟁 종료 시점이나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대한 새로운 확실성을 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판다”는 식의 되돌림이 나타났고, 원유에는 반대로 불안이 다시 반영됐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결국 이번 연설은 전쟁 종료를 선언하는 연설이라기보다, 전쟁을 조금 더 끌고 갈 정치적 시간을 확보하려는 연설에 가까웠다. 트럼프는 미국민에게는 “우리가 이기고 있다”는 확신을 주려 했고, 이란에는 “조금만 더 버티면 더 강한 타격이 온다”는 경고를 보냈다. 그러나 여론은 빠른 종료를 원하고 있고, 이란은 휴전 신호를 부인하고 있으며, 시장도 안도 대신 경계로 반응했다. 트럼프의 말대로 정말 “거의 끝”이 맞는지, 아니면 더 큰 불확실성의 입구에 선 것인지는 앞으로 2~3주가 가를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