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종원 쉐프가 직접 메인요리를 서빙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마크롱 국빈 방한 친교만찬, 한식과 프렌치의 '맛있는 외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26년 4월 2일부터 3일까지 한국을 국빈 방문한 가운데, 첫날 저녁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친교만찬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최한 이 만찬의 주방을 맡은 인물은 한식과 양식 모두에서 미슐랭 스타를 보유한 손종원 셰프다.
청와대 공식 브리핑은 "한식과 프랑스 요리가 함께하는 메뉴를 선보이며, 메인 요리를 손 셰프가 직접 서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단순한 만찬이 아니라 음식을 통해 양국의 화합과 우정을 표현하는 자리로 기획됐다는 것이다.
이번 만찬은 6개 코스로 구성됐으며, 청와대는 각 요리에 〈환영의 인사〉, 〈봄이 이어준 인연〉, 〈미식의 교류〉, 〈환대와 정성〉, 〈은은한 불향으로 표현한 두 나라의 교류와 우정〉, 〈한국의 기억과 빛을 담은 보석함〉이라는 부제를 붙였다.
실제 메뉴를 살펴보면 그 의도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전채로는 무지개색 고명을 얹은 잡채 타르틀렛이, 이어서 두릅·아스파라거스·해산물 냉채와 대하를 채운 두릅 튀김이 나왔다. 세 번째 코스는 프랑스산 캐비어와 오징어 먹물로 한국의 수묵화를 표현한 조개 요리였고, 네 번째로는 삼계탕을 프렌치 조리법으로 재해석한 삼계 룰라드가 올랐다. 메인은 한우 채끝을 겹겹이 쌓아 굽고 전복을 곁들인 한우 밀푀유, 디저트로는 메밀 크레이프에 고구마 무스를 채운 군고구마 크레이프로 마무리됐다.
잡채(한국)+타르틀렛(프랑스), 삼계탕(한국)+룰라드(프랑스), 한우(한국)+밀푀유(프랑스). 이름 하나하나가 두 나라의 식문화를 한 그릇에 담은 구조다. 만찬 메뉴가 단순한 퓨전 요리가 아니라 양국의 접점을 음식 언어로 풀어낸 외교적 파인 다이닝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사진 출처: 한식진흥원
손종원 셰프는 평소 자신의 레스토랑 라망 시크레를 "한국의 식재료에 프렌치 테크닉을 더해 계절의 감각과 지속 가능성을 담은 요리를 내는 곳"이라고 소개해왔다. 이번 만찬 메뉴는 그 철학의 연장선이다. 잡채를 한 입 크기의 전채로 재해석하거나, 전복과 고기를 켜켜이 쌓는 방식은 그가 기존 인터뷰에서 직접 설명했던 조리 발상과 거의 일치한다.
양국은 22년 만에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
이번 방한은 2015년 올랑드 대통령 방한 이후 처음인 프랑스 대통령의 한국 국빈 방문이자, 2017년 마크롱 대통령 취임 후 첫 방한이다. 한불 수교 140주년 흐름 속에서 양국 관계를 재정의하는 계기로 읽히는 가운데, 청와대 상춘재의 식탁은 그 메시지를 가장 감각적인 방식으로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마크롱 대통령 부부의 방한을 계기로 한국과 프랑스는 2004년 '21세기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22년 만에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EU의 핵심 축인 프랑스와의 관계를 한 단계 올림으로써 이재명 대통령은 G7+ 외교강국 실현, AI 3대 강국 및 글로벌 벤처 4대 강국 도약, 무역·투자·경제안보 강화, 해양강국 건설, 글로벌 K-컬처 확산이라는 주요 국정과제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적 발판을 마련했다. 단순한 외교적 격상을 넘어, 불확실성이 커지는 국제 정세 속에서 프랑스와의 미래지향적 파트너십을 구체적인 협력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선택이다.
재료는 한국, 형식은 프랑스. 손종원 쉐프의 여섯 접시는 두 나라가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고 섞는 관계임을 조용히 보여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