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목일은 단순히 봄맞이 행사로 태어난 날이 아니었다. 해방 직후의 한반도는 일제 수탈과 전쟁의 상처로 산림이 크게 훼손된 상태였고, 나무를 심는 일은 곧 국토를 복구하고 생활 기반을 다시 세우는 국가적 과제로 받아들여졌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한국의 식목일 기원은 1946년 4월 1일 미군정기 식목 행사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행사장에는 미군정 장관뿐 아니라 김구, 이승만, 김규식 등 해방 정국의 주요 인사들이 함께 참석했다. 나무 심기가 단순한 자연보호가 아니라, 새 나라의 상징 행위로 읽혔다는 뜻이다. 이후 1948년 3월 31일 군정법령 제10호로 4월 5일이 식목일로 정해졌고, 1949년에는 대한민국 정부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건’을 제정하면서 이를 공휴일로 확고히 했다.
식목일이 4월 5일로 굳어진 이유로는 여러 설명이 전해진다. 공식적으로는 24절기 중 청명 무렵이 나무 심기에 적합한 시기라는 점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여기에 신라가 삼국통일의 대업을 이룬 날과, 조선 성종이 선농단에서 친경을 행한 날이 음력 환산상 4월 5일과 맞물린다는 상징 해석이 덧붙었다. 그래서 식목일은 단순한 원예의 날이 아니라, 국토와 농림의 질서를 다시 세우는 의미를 함께 지닌 날로 설명돼 왔다.

다만 이 대목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도 있다. 최근 배재수 전 국립산림과학원장은 식목일의 실제 출발점은 1946년 4월 1일 행사였고, 오늘날 널리 퍼진 4월 5일 유래 설명 중 일부는 당시 신문 기사가 확인 없이 반복 인용되면서 굳어진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기록원 자료 역시 첫 식목 행사를 1946년 4월 1일로 제시하고 있다. 곧, 식목일의 역사는 ‘처음부터 완성된 전통’이라기보다, 해방 후 국가 상징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날짜와 의미가 함께 정리된 역사에 가깝다. 그렇게 보자면 식목일은 숲의 역사이기 전에 국가 서사의 역사이기도 한 셈이다.
사라진 줄 알았던 식목일…폐지와 부활, 그리고 공휴일 제외까지
식목일의 길은 곧지 않았다. 1949년 공휴일로 자리 잡았지만, 1960년에는 식목일이 공휴일에서 빠지고 3월의 ‘사방의 날’이 이를 대신했다. 당시에는 단순 식수보다 산사태와 토양 유실을 막는 사방 사업의 중요성이 더 크게 부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조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듬해인 1961년 식목의 중요성이 다시 강조되면서 식목일은 부활했다. 이후 1970년대 치산녹화 정책과 맞물리면서 식목일은 전국민적 식수운동의 구심점이 됐다. 국가기록원은 1974년부터 국민식수운동이 본격적인 범국민운동으로 전개됐고, 이듬해에는 식수기간이 더 확대돼 학생·군인·각종 단체가 대대적으로 참여했다고 정리한다. 식목일이 가장 ‘뜨거운 날’이었던 시절은 바로 이때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식목일이 공휴일에서 제외된 것은 어느 정도 성공의 결과이기도 했다. 정부는 주5일 근무제 도입에 따라 2006년부터 식목일을 공휴일에서 제외했고, 식목일은 기념일로 남았다. 실제로 현재 식목일은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매년 4월 5일 열리는 국가기념일이며, 공휴일은 아니다. 한때는 나라가 총동원돼 산에 나무를 심었다면, 이제는 숲을 어느 정도 회복한 사회가 그 의미를 다시 묻는 날로 성격이 바뀐 것이다.

2026년 현재 식목일은 예전처럼 전국 학교와 관공서가 일제히 삽을 드는 방식보다는, 시민 참여형 행사로 이어지고 있다. 산림청은 제81회 식목일을 맞아 전국 단위 ‘범국민 나무심기 캠페인’을 운영하고 있고, 지방산림청들은 ‘나무나누어주기’와 ‘내 나무 갖기’ 같은 생활밀착형 행사를 통해 시민들에게 묘목을 나누고 직접 심는 자리를 만들고 있다. 실제로 중부지방산림청은 지난 3월 공주에서 시민 약 800명에게 3,500주의 묘목을 나눠주는 행사를 열었다. 오늘의 식목일은 국가 동원의 풍경보다, 탄소중립과 일상 속 실천을 앞세운 시민형 기념일에 더 가까워진 모습이다.
식목일은 끝난 전통이 아니라, 지금도 변화 중인 제도다. 기후변화로 봄이 빨라지면서 “4월 5일은 이미 나무 심기에 늦은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고, 국회 입법예고 사이트에는 식목일을 3월 20일이나 21일로 조정하자는 법안도 올라와 있다. 다시 말해 식목일의 오늘은 단순한 추억의 복원이 아니라, 기후와 국토, 생활양식의 변화를 반영해 그 의미를 새로 정하는 단계에 있다. 한때는 민둥산을 살리기 위해 필요했던 날이었고, 지금은 기후위기 시대에 인간과 숲의 관계를 다시 묻는 날이 됐다. 식목일은 나무를 심는 날인 동시에, 우리가 어떤 계절을 살아가고 있는지 확인하는 날이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