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5시간 이상 SNS 하는 사람들, 민주주의 지지도 낮아…“목소리는 더 크다, 신뢰는 더 약하다”
미국에서 하루 5시간 이상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사람일수록 민주주의를 가장 바람직한 정부 형태로 보는 비율이 뚜렷하게 낮아진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갤럽과 찰스 F. 케터링 재단이 공동으로 진행한 ‘Democracy for All Project’ 조사에 따르면, 소셜미디어를 하루 5시간 이상 쓰는 집단에서 “민주주의가 최선의 정부 형태”라고 답한 비율은 57%였다. 반면 소셜미디어를 전혀 쓰지 않는 집단은 72%, 하루 1시간 미만 이용자는 73%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2025년 7~8월 미국 성인 2만338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눈에 띄는 것은 역설이다. 소셜미디어를 오래 쓰는 사람들은 정치적 무력감만 커진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이 존중받고 있고, 시민의 행동이 실제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느끼는 비율은 더 높았다. 하루 5시간 이상 이용자 가운데 42%는 자신의 경험과 신념이 다른 사람들에게 존중받는다고 답했고, 정부가 자신과 같은 사람들의 이해관계에 반응한다고 본 비율도 31%로 비이용자 15%의 두 배 수준이었다. “보통 시민이 나라를 바꿀 힘이 있다”고 본 비율 역시 비이용자 30%에서 하루 5시간 이상 이용자 44%로 높아졌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소셜미디어를 많이 쓸수록 시민 참여의 효능감은 커졌지만, 정작 민주주의 제도와 규범에 대한 지지는 약해지는 흐름이 함께 나타났다. 갤럽은 이를 두고 소셜미디어가 시민에게 “내 목소리가 들린다”는 감각을 강화하는 동시에,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에 대한 지지는 약화시키는 복합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 패턴은 공화당, 민주당, 무당층 모두에서 나타났고, 무당층에서는 격차가 더 컸다. 무당층 가운데 하루 5시간 이상 소셜미디어를 쓰는 사람의 민주주의 지지 비율은 39%까지 떨어졌다.
더 우려스러운 대목은 민주주의 규범과의 거리다. 하루 5시간 이상 이용자 중 “정치 지도자는 일이 잘 안 되더라도 타협보다 자기 신념을 지켜야 한다”고 본 비율은 24%로, 비이용자 14%보다 높았다. “정치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 때로는 폭력을 써도 된다”는 응답은 비이용자 8%에서 하루 5시간 이상 이용자 22%로 뛰었다. “언론 보도에 정부가 더 많이 개입해야 한다”는 응답도 12%에서 32%로, “대통령과 행정부에 더 많은 권한을 줘야 한다”는 응답도 17%에서 30%로 상승했다. 모든 시민의 투표권을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응답은 오히려 78~80% 수준에서 69%로 내려갔다.

다만 이 결과를 곧바로 “소셜미디어가 민주주의를 약화시킨다”는 단선적 결론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갤럽은 이번 분석이 연령, 소득 등 소셜미디어 이용과 관련된 여러 요인을 통제한 뒤에도 이런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밝혔지만, 연구자들은 인과관계 단정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도 연구진이 자기선택 효과, 즉 원래 제도 불신이 강한 사람들이 소셜미디어에 더 깊이 빠질 가능성을 함께 봐야 한다고 짚었다고 전했다.
이번 조사는 소셜미디어가 시민을 정치에서 떼어놓는 공간이 아니라,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연결하는 공간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 연결이 곧 민주주의 신뢰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참여의 감각은 커졌지만 타협, 사실, 제도, 언론 독립 같은 민주주의의 핵심 규범에 대한 지지는 약해졌기 때문이다. 결국 질문은 단순한 이용 시간이 아니라, 어떤 정보 환경과 어떤 공론장이 사람들을 정치로 이끌고 있는가에 있다. 갤럽과 케터링 재단의 이번 조사는 민주주의의 위기가 무관심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과잉 접속과 과잉 확신 속에서도 자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경고장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