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장마비’라는 말은 일상에서는 널리 쓰이지만, 의학적으로는 대개 두 상황이 섞여 쓰인다. 하나는 심장 근육에 혈액 공급이 막히는 심근경색(heart attack)이고, 다른 하나는 심장이 갑자기 멈추는 심정지(sudden cardiac arrest)다. 둘은 서로 다른 상태지만 연결돼 있다. 심근경색이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갑자기 심장마비가 왔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실제로는 심근경색의 전조 증상을 놓친 경우인지, 아니면 거의 경고 없이 발생한 심정지였는지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심근경색의 대표 증상은 가슴 통증이다. 국가건강정보포털은 명치나 가슴 한가운데에서 “짓누르는 듯하다”, “쥐어짜는 듯하다”는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미국심장협회(AHA)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가슴 중앙의 불편감, 압박감, 조이는 느낌, fullness(꽉 찬 느낌) 같은 증상이 몇 분 이상 지속되거나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날 수 있다고 안내한다. 단순히 “아프다”기보다 “답답하게 눌린다”, “무겁게 얹힌다”는 식으로 느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문제는 통증이 꼭 가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심근경색에서는 통증이 왼팔, 양팔, 어깨, 목, 턱, 등, 윗배 쪽으로 퍼질 수 있다. 여기에 호흡곤란, 이유 없는 식은땀, 어지럼증, 메스꺼움이 동반되면 더 강하게 의심해야 한다. 질병관리청은 30분 이상 지속되는 가슴 통증과 함께 식은땀이나 호흡곤란이 나타나면 급성 심근경색을 강하게 의심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심근경색이 늘 교과서처럼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국가건강정보포털과 서울아산병원은 증상이 전형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속이 쓰리거나 체한 느낌, 명치 통증, 구역질, 극심한 피로감처럼 보여 소화불량이나 과로로 넘기는 경우가 있다. 특히 NHLBI와 CDC는 여성에게서 이유 없는 극심한 피로, 숨참, 메스꺼움, 등이나 목 통증 같은 비전형적 증상이 더 두드러질 수 있다고 안내한다. “가슴이 아프지 않으니 괜찮다”는 판단이 위험한 이유다.

심정지는 심장의 전기적 리듬이 갑자기 무너지면서 심장 활동이 멈추는 응급상황이다. 메이요클리닉은 심정지의 즉각적 증상으로 갑작스러운 쓰러짐, 무호흡, 무맥박, 의식 소실을 제시한다. 더 중요한 점은, 심정지는 아무런 경고 없이 발생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사실이다. 다만 모든 경우가 그런 것은 아니다. 일부 환자에서는 그 전에 가슴 불편감, 호흡곤란, 전신 쇠약감, 두근거림 같은 증상이 먼저 나타날 수 있다고 메이요클리닉과 NHLBI는 설명한다.
심정지 위험 신호 가운데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실신이다. NHLBI는 실신이나 가슴 통증 같은 증상이 심정지 위험 증가를 알리는 경고가 될 수 있다고 밝힌다. 가만히 있는데 혹은 운동 중 갑자기 어지럽고 눈앞이 캄캄해지거나, 심장이 빠르게 뛰고 불규칙하게 요동치는 느낌이 반복된다면 단순 피로나 스트레스로만 넘길 일이 아니다. 이런 증상은 부정맥 등 심장의 전기적 이상과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기관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심근경색은 비교적 뚜렷한 경고를 보내는 경우가 많지만 그 모양이 매우 다양하다. 반면 심정지는 전조 증상이 전혀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미리 알아채는 법’을 하나의 단순한 체크리스트로 생각하면 오히려 놓치기 쉽다. 평소와 다른 가슴 압박감, 이유 없는 숨참, 식은땀, 갑작스러운 극심한 피로, 턱·목·등으로 퍼지는 통증, 반복되는 실신과 두근거림 같은 변화가 나타난다면 몸이 보내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질병관리청은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심뇌혈관질환에서 조기 증상을 미리 알고, 증상이 나타나면 119에 연락해 최대한 빨리 응급실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미국심장협회 역시 심근경색과 심정지 모두에서 매 순간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가슴 통증이 수분 이상 지속되거나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고, 숨이 차고 식은땀이 나며 상태가 심상치 않다면 스스로 버티거나 자가 운전으로 이동하기보다 응급의료체계를 먼저 부르는 편이 안전하다. 누군가 갑자기 쓰러져 반응이 없고 숨을 쉬지 않는다면 즉시 심폐소생술(CPR)과 자동심장충격기(AED) 사용이 필요하다.
심장 사고는 많은 사람에게 예고 없이 닥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몸은 이미 가슴의 압박감, 설명하기 어려운 숨참, 체한 듯한 불편감, 이상할 정도의 피로, 혹은 실신과 두근거림 같은 방식으로 경고를 보내고 있을 수 있다. 물론 모든 심정지를 미리 알아챌 수는 없다. 그럼에도 작은 신호를 가볍게 넘기지 않는 태도, 그리고 의심될 때 지체 없이 119를 부르는 판단이 생사를 가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