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혈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숨가쁨이다. 자궁근종(Uterine myoma)은 많은 여성이 겪지만, 흔한 질병인 만큼 더 과소평가되는 질환이기도 하다. 통증이 심하지 않거나 겉으로 드러나는 변화가 없으면 “원래 생리가 많은 체질”이라고 넘기기 쉽다. 하지만 자궁근종이 과다출혈로 이어지고, 그 출혈이 철결핍성 빈혈을 만들고, 그 빈혈이 오래 지속되면 심장까지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질환은 결코 가볍게 볼 대상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자궁근종은 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자궁근종 진료 환자는 2017년 37만 6962명에서 2021년 60만 7035명으로 61.0퍼센트 증가했다. 같은 자료에서 2021년 환자는 40대가 22만 8029명으로 가장 많았고, 50대가 그 뒤를 이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자궁근종이 폐경 이전 가임기 여성에게 매우 흔해 40~60%(50세에서는 70~80%)의 빈도로 발견된다고 설명한다. 실제 환자 규모는 자궁근종이 겉으로 느껴지는 증상이 크게 없어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까지 고려하면 더 클 수 있다.
더 문제는 자궁근종이 흔하면서도 조용하다는 점이다. 작은 근종은 증상이 없을 수 있고, 정기검진이나 초음파에서 우연히 발견되기도 한다. 그래서 환자 스스로 “나는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동안 근종이 자궁 안쪽을 압박하거나 점막하 근종처럼 출혈을 쉽게 유발하는 위치에 자리 잡으면 생리양이 늘고 생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자궁근종이 왜 생기는지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현재 의학계는 자궁 평활근 조직의 한 세포에서 시작된 변화가 반복적으로 증식하면서 근종이 형성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같은 여성호르몬이 성장에 영향을 주고, 세포외기질과 성장인자도 근종의 형성과 성장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족력이 있거나, 비만이 있거나, 초경이 이르거나, 비타민 D가 부족하거나, 붉은 고기 위주의 식사와 음주 습관이 있는 경우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보고돼 있다.
자궁근종이 무서운 이유는 자궁에 생기는 “혹” 자체보다 그로 인해 생기는 출혈과 합병증에 있다. 자궁근종은 과다월경과 생리기간 연장을 일으킬 수 있고, 이 출혈이 심하면 빈혈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보건당국과 산부인과학회는 자궁근종의 대표 증상으로 과다출혈, 골반 압박감, 빈뇨, 성교통, 허리통증 등을 들고 있으며, 과다출혈이 빈혈을 만들 수 있다고 분명히 설명한다. 일부 근종은 드물지만 난임과 관련될 수 있고, 임신 중에는 조산이나 태반조기박리 같은 합병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빈혈은 여기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철결핍성 빈혈이 생기면 피로, 어지러움, 창백함, 숨가쁨 정도로만 끝나지 않고 심해지면 가슴 통증과 호흡 곤란까지 나타날 수 있다. 게다가 빈혈을 방치하고 치료하지 않으면 심장 문제를 포함한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방치된 철결핍성 빈혈은 빈맥이나 심부전 같은 심장·폐 합병증 위험을 높다. 다만 모든 빈혈이 곧바로 심혈관질환으로 진행한다는 뜻은 아니다. 더 정확한 표현은, 오래 지속된 빈혈이 심장에 과부하를 줘 심장 관련 합병증 위험을 높이고 심장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궁근종과 과다출혈의 핵심은 “출혈의 원인”과 “혈액 상태”를 동시에 보는 데 있다. 생리양이 많아졌거나 생리가 7일 이상 길어졌다면 산부인과 초음파로 근종의 크기와 위치를 확인하고, 동시에 혈액검사에서는 전혈구검사(CBC), 헤모글로빈, 페리틴(ferritin·저장철)을 함께 확인해 빈혈 여부와 철분 부족 상태를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다월경이 있는 여성에게서 철결핍성 빈혈이 흔하기 때문에, 출혈만 잡거나 반대로 철분만 먹는 식의 단편적인 대응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원인 질환과 빈혈을 같이 치료해야 한다.
치료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빈혈 자체는 먹는 철분제가 가장 흔한 1차 치료이다. 회복에는 보통 몇 달이 걸리지만, 적절히 복용하면 철 저장량과 헤모글로빈이 개선될 수 있다. 실제로 WHO는 월경하는 여성에서 철분 보충이 헤모글로빈과 철 저장량을 높이고 빈혈 위험을 낮춘다고 정리한다. 반대로 빈혈이 심하거나, 경구 철분을 못 견디거나, 더 빠른 교정이 필요하면 정맥 철분이나 경우에 따라 수혈이 필요할 수 있다. 동시에 근종으로 인한 출혈은 호르몬 치료, 호르몬 방출 자궁내장치, 트라넥사믹산, GnRH 작용제·길항제 같은 약물로 줄일 수 있고, 증상과 임신 계획에 따라 자궁동맥색전술, 근종절제술, 자궁절제술, 고주파·집속초음파 치료 같은 시술·수술을 검토할 수 있다.
생활습관만으로 자궁근종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다만 건강한 체중 유지, 규칙적인 운동, 채소와 과일이 충분한 식사 같은 생활습관은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과체중, 붉은 고기 위주의 식사, 음주와의 관련성도 보고돼 있다. 다시 말해 “예방약”은 없지만, 몸의 전반적인 대사 상태를 관리하는 것이 근종 위험과 악화를 낮추는 데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여성이 꼭 기억해야 할 경고 신호는 분명하다. 생리가 7일을 넘기고, 한 시간 이내에 패드나 탐폰을 하나 이상 적실 정도로 출혈이 많고, 큰 혈전이 반복되고, 피곤함이나 어지러움, 숨가쁨, 가슴 두근거림이 생기면 더는 “원래 그런 생리 증상”으로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특히 한 시간마다 패드나 탐폰을 갈아야 하는 상태가 몇 시간 이상 이어지면 서둘러 진료를 받아야 한다. 흉통이나 심한 호흡곤란이 동반되면 절대 치료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결국 자궁근종은 “여성에게 아주 흔한 병”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경계해야 하는 병이다. 흔하다는 것은 가볍다는 뜻이 아니다. 특히 과다출혈과 빈혈이 동반된 자궁근종은 삶의 질 문제를 넘어 심장까지 연결될 수 있는 전신 질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난 원래 생리양이 많아”라는 말로 넘기지 말고, 생리 변화가 느껴지는 순간 빈혈 검사와 산부인과 진료를 함께 받아야 한다. 조기에 발견하고 조기에 치료하면, 철분제 복용과 같은 비교적 기본적인 치료만으로도 수치를 끌어올릴 수 있고 더 큰 합병증도 막을 수 있다. 자궁 건강은 조용히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조용하다고 해서 결코 가벼운 병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