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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발언, '여사' 호칭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문제는 '그만두고 나왔다'는 왜곡된 인식
  • 이시한 기자
  • 등록 2025-11-01 10:2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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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정에서 터진 한마디, “김건희가 뭡니까?”
  • “그만두고 나왔다”는 인식이 의미하는 것
  • 헌법재판소의 결정, 그러나 본인은 ‘사퇴’로 인식

헌법재판소 제공

“내가 그만두고 나왔다”는 듯한 말투, 왜 문제가 되나

윤석열 전 대통령이 최근 법정에서 한 발언이 잔잔치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재판정에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호칭 문제로 언성을 높인 장면만큼이나 주목되는 것은, 그가 자신을 ‘그만두고 나왔다’고 말하는 뉘앙스를 풍겼다는 점이다. 이날 재판은 ‘체포영장 집행 저지’ 혐의 등을 놓고 진행됐으며, 특검 측이 김 여사와 관련된 텔레그램 메시지를 증거로 제시하자 윤 전 대통령이 반박하며 “아무리 그만두고 나왔다고 해도 김건희가 뭡니까. 뒤에 ‘여사’를 붙이든지 해야지”라고 말했다. 


자기 투항 아닌 ‘쫓겨남’ 상황인데

사실 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 의해 파면 결정을 받은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마치 “내가 내려왔다”거나 “내가 그만두고 나왔다”는 듯한 표현을 쓰며, 위계와 권위가 여전히 그에게 속해 있다는 인상을 남긴다. 이는 단순한 호칭 논란을 넘어 ‘책임의 소재’와 ‘사실관계’에 대한 왜곡 가능성을 함께 드러낸다.


책임을 지지 않고 떠났다는 인식의 위험

정치적 실패, 사퇴 또는 파면 후에 리더가 스스로 물러났다는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위험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곧 ‘책임 완화’를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나는 그만두고 나왔다’는 뉘앙스를 통해 자신이 자발적으로 물러났다는 인상을 주면서도, 실제로는 헌재의 결정을 통해 파면된 상태라는 사실과 괴리를 낳는다. 이는 정치 책임과 역사의 기록 사이의 간극을 더 깊이 만든다.


헌법재판소 제공

왜 호칭 하나가 이렇게 커졌나

‘김건희’라는 이름 언급에 대해 “뒤에 ‘여사’를 붙여라”는 윤 전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히 예우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내가 그만두고 나왔더라도’라는 말과 함께 권위적 위치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신호로 작용한다. 즉 ‘과거 권력자’이기 때문에 여전히 대접받아야 한다는 태도가 읽히고, 이는 보통 정치인이 물러나면 갖게 되는 책임의 이미지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책임 → 퇴진 → 사퇴: 흐릿해진 경계

정치 지도자가 권좌에서 내려왔을 때 중요한 것은 ‘내가 책임을 통감하며 물러난다’는 메시지다. 그러나 이번 사안에서 보이는 것은 ‘내가 내려왔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싶다’는 태도다. 이는 대중에게 “진짜로 책임졌나?”라는 의문을 남기며, 정치적 신뢰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시사점

법정에서의 호칭 분쟁을 넘어 중요한 것은, 해당 인물이 자신의 위치와 책임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다. 내려가야 할 자리에 내려갔는지, 아니면 ‘스스로 그만뒀다’는 이미지를 덧씌우는지에 따라 역사와 책임의 무게가 달라진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말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권력·책임·퇴진의 복합적 물음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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