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소민이 또다시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최근 방영 중인 SBS 금토드라마 우주메리미가 방송 3주 차에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화제를 모으자, 그 중심에는 언제나처럼 정소민이 있었다. 그러나 ‘시청률의 여왕’이라는 표현은 그녀에게 다소 과분할지도 모른다. 대신 그 자리를 대체할 보다 정확한 말이 있다. 바로 ‘로코 퀸(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이다.

정소민의 연기 인생을 되짚어보면, 한결같이 사랑스러운 인물들을 연기해 왔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늘 조금씩 다른 결의 감정과 호흡이 숨어 있다. 2017년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그는 다정하고 현실적인 딸 ‘변미영’으로 대중에게 확실히 각인됐다. 같은 해 tvN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는 자립을 꿈꾸는 청춘 ‘윤지호’를 연기하며 한층 성숙한 얼굴을 보여줬다. 그 작품으로 정소민은 ‘현실 로맨스의 아이콘’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이때부터 ‘로코 퀸’이라는 별칭이 자연스럽게 따라붙기 시작했다.
이후 2022년 <환혼>에서는 판타지 세계 속에서도 현실적인 감정선을 유지하며 장르의 경계를 넓혔다. 마법과 운명, 그리고 사랑이 얽힌 복잡한 서사 속에서도, 정소민의 연기는 시청자에게 친근하게 다가왔다. <환혼>은 그녀가 단순히 로맨틱 코미디에 머무르지 않는 배우임을 입증한 작품이었다.

2024년 <엄마친구아들>에서 정소민은 ‘배석류’ 역을 맡았다. 오랜 친구이자 엄마의 지인 아들과 다시 얽히게 되는 여주인공으로, 소꿉친구에서 연인으로 이어지는 익숙한 설정에 그녀는 미묘한 현실감을 더했다. 발랄함 속에 서늘한 감정이 흐르는 장면에서는, 로맨스보다 인간관계의 깊이를 읽게 했다. 이 작품은 대중에게 “역시 로코는 정소민”이라는 확신을 다시 한 번 심어줬다.
그리고 올해 방영 중인 <우주메리미>는 정소민이 쌓아온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든 사례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유메리 역으로 출연한 그는 위장 결혼이라는 설정 속에서 웃음과 현실의 균형을 잡는다. 유쾌한 대사 뒤에는 씁쓸한 현실이 있고, 가벼운 로맨스 장면 뒤에는 인생의 무게가 스며 있다. ‘익숙하지만 공감되는 인물’을 만들어내는 데 정소민만큼 능숙한 배우도 드물다.

정소민의 작품이 항상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하는 것은 아니다. <우주메리미> 역시 첫 방송 시청률은 5%대였고, 최고 8~9%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폭발적인 성적이라기보다 꾸준한 상승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이름이 등장할 때마다 시청자들이 작품에 대한 신뢰를 갖는다는 점이다.
정소민은 단지 ‘잘 나오는 배우’가 아니라, ‘보면 편안한 배우’다. 과장되지 않은 감정 표현, 현실적인 대사 톤, 그리고 상대 배우와의 유기적인 케미스트리가 시청자에게 안정감을 준다. 로맨틱 코미디가 자칫 가벼워 보일 수 있는 장르임에도, 그녀가 등장하면 그 안에 인간적인 온기가 생긴다.

정소민의 로코가 특별한 이유는 웃음 뒤의 여운 때문이다. 사랑을 그리되 그것이 삶의 일부로 남는 서사, 즉 현실과 감정이 맞닿은 연기를 보여준다. ‘유메리’나 ‘윤지호’, ‘배석류’ 모두 사랑에 설레지만, 동시에 현실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이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그녀의 드라마를 보고 ‘나도 저럴 것 같다’는 감정을 느낀다.
정소민은 요란한 화제성보다는 묵직한 신뢰로 자신의 영역을 넓혀왔다. 수많은 배우가 로맨스 장르를 거쳐 갔지만, 꾸준히 이 세계에 머물며 스스로의 결을 완성해온 배우는 드물다. 그녀에게 ‘로코 퀸’이라는 이름이 붙는 이유는 그래서다.
정소민은 자신이 가장 빛나는 영역, 사람의 감정이 가장 섬세하게 흔들리는 지점에서 드라마를 만든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오늘도 그녀의 이름이 올라간 로맨틱 코미디를 ‘믿고 본다.’
‘로코 퀸’이라는 별칭이 훨씬 잘 어울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