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김수용(59)이 유튜브 콘텐츠 촬영 도중 갑자기 쓰러져 심폐소생술을 받은 뒤 급성 심근경색 진단을 받고 혈관 확장 시술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현재는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져 회복 중이며, 이르면 20일께 퇴원도 가능할 것으로 알려졌다.
소속사는 “평소 전조증상이나 지병은 없었다”고 전했지만 온라인에서는 그의 귓불에 보이던 사선 주름(이른바 ‘프랭크 징후’)이 심혈관 질환의 힌트가 아니었느냐는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나는 평소 멀쩡한데”라며 애매한 신호를 무심코 넘기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또 고혈압·고지혈증 같은 위험요인을 방치했을 때 급성 심근경색이 얼마나 갑작스럽게 닥칠 수 있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 관상동맥이 ‘갑자기 꽉’ 막히는 병
급성 심근경색은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 안쪽에 쌓인 찌꺼기(죽상플라크)가 터지면서, 그 위에 피떡(혈전)이 급격히 생겨 혈관을 거의 완전히 막아버리는 병이다. 이렇게 되면 그 혈관이 담당하던 심장 근육에 혈액과 산소 공급이 끊기고, 짧은 시간 안에 심장 근육이 죽어가기 시작한다.
관상동맥이 막혀 심장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면 호흡곤란, 심한 부정맥,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보건의료 자료에 따르면, 급성 심근경색 환자 중 상당수는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하고, 병원에 도착해 치료를 받더라도 사망률이 여전히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심장 전문의들은 급성 심근경색을 “시간과의 전쟁”이라고 부른다. 막힌 뒤 몇 시간 안에 혈관을 뚫느냐에 따라 심장 기능과 생사가 갈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이드라인에서는 가능한 한 빠르게, 대개 첫 증상 발생 후 90~120분 이내에 막힌 혈관을 열어주는 시술(관상동맥 중재술)을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이런 가슴 통증, “체한 것 같아서” 넘기면 위험
많은 사람들은 “심근경색이면 가슴이 미친 듯이 아픈 거 아니냐”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애매한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전형적 증상은 다음과 같다.
문제는 여기서 한 단계 더 애매해질 때다.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특히 고령층과 당뇨병 환자, 여성 환자에서는 가슴 통증이 뚜렷하지 않고 다음과 같은 “비전형적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가슴 통증을 “위장병”이나 “역류성 식도염”으로 오해해 위장약만 먹다 뒤늦게 심근경색으로 진단되는 사례도 보고된다. 한 연구에서는 심근 허혈(심장에 피가 부족한 상태) 환자의 상당수가 초기에는 증상을 ‘소화불량’으로 여기고 적절한 평가를 받지 못한 채 지내다가 뒤늦게 병원을 찾았다는 보고도 있다.
“전조증상이 없었다”는 말은 환자 본인의 체감 기준일 뿐 이미 몸은 여러 신호를 보내고 있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짧은 통증, 피곤해서 그러려니 넘긴 숨가쁨, 밤마다 반복되는 명치 답답함 등이 그 예다.
♦ 고혈압·고지혈증, “숫자만 좀 높다”가 아니다
급성 심근경색은 갑자기 생기지만, 그 배경에는 수년간 이어져 온 생활습관과 만성질환이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관상동맥을 서서히 상하게 만드는 대표적 위험요인은 다음과 같다.
이들 질환을 “약 먹으면 되지”, “조금 높다고 다 병은 아니잖아”라며 방치할수록 관상동맥 내부에는 콜레스테롤과 지방이 쌓이고, 혈관벽이 점점 두꺼워지며 좁아진다. 한동안은 별 증상이 없다가, 어느 날 플라크가 터지고 피떡이 생기면서 급성 심근경색이 한 번에 터질 수 있다.
특히 당뇨병이 있으면 통증을 느끼는 감각이 둔해져 가슴 통증이 약하거나 아예 없는 “무통성 심근경색”의 비율이 높아진다는 보고도 있다. 이 경우 환자 본인이 이상을 더 늦게 인지하게 되고, 병원 도착이 지연되면서 예후가 나빠질 위험이 크다.
♦ 귓불 주름이 ‘전조증상’? 프랭크 징후를 둘러싼 논쟁
김수용의 사고 이후 온라인에서는 그의 귓불에 보인 사선 주름이 심혈관 질환의 전조라는 주장, 이른바 ‘프랭크 징후(Frank’s sign)’가 크게 회자됐다. 실제로 귓불 대각선 주름과 관상동맥질환 사이의 연관성을 주장하는 연구들이 다수 발표된 것도 사실이다.
귓불에 보인 사선 주름이 심혈관 질환의 전조라는 주장이 온라인에서 회자되고 있다. (사진: 김수용 인스타그램)
하지만 모든 연구가 같은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프랭크 징후와 관상동맥질환 사이에 뚜렷한 연관성이 없다는 결과도 나왔고, 당뇨병 환자처럼 특정 집단에서는 특히 그 상관성이 약하다는 보고도 있다.
결론적으로, 귓불 주름이 있다고 해서 모두 심장병이라는 뜻도 아니고, 없다고 해서 안심해도 된다는 뜻도 아니다. 의료계 역시 “심혈관질환 위험을 가늠할 수 있는 여러 간접 지표 가운데 하나로 참고는 할 수 있지만, 이것만 가지고 병을 단정할 수는 없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다.
오히려 이번 논쟁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눈에 띄는 외형적 징후가 있든 없든, 혈압·혈당·지질검사 같은 기본적인 건강검진과 위험요인 관리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 이런 신호가 보이면, 스스로 판단 말고 119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는 “참아보다가 내일 병원 가야지”가 아니라, 가능한 한 빨리 119를 통해 응급실을 찾을 것을 권고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소화불량 같기도 하고, 괜찮아지기도 해서”라며 스스로 판단해 버리지 않는 것이다. 특히 40대 이후 고혈압·고지혈증·당뇨·흡연력이 있다면 애매한 증상이라도 심장 문제를 먼저 의심하고, 최소한 한 번은 심전도와 피검사를 포함한 응급 평가를 받아보는 편이 안전하다.
“나는 멀쩡하다”는 착각을 버리는 것부터
급성 심근경색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그림자는 오랫동안 우리 일상 속에 겹겹이 쌓여온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술자리에서의 ‘한 잔 더’, 운동 대신 침대 위 휴대전화, “약 안 먹어도 되겠지” 하며 미뤄온 고혈압·고지혈증 관리가 모두 관상동맥을 조금씩 갉아먹는다.
예방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기본 원칙들이 가장 중요하다.
이번 김수용의 사례는 “돈이고 명예고, 건강이 최고다.”라는 어찌 보면 너무 단순한 진실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당장은 별일 없는 것 같아도 애매한 신호를 몸이 보내고 있다면 그 메시지를 가볍게 넘기지 않는 것, 그리고 “나는 아직 젊다”, “검진은 나중에”라는 자기 합리화 대신 한 번 더 점검하고 조금 더 일찍 병원을 찾는 것.
그 작은 선택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올 수 있는 심근경색의 치명적인 한 번을 막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이 기사는 일반적인 건강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며, 실제 증상이나 치료에 관한 판단은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의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