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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응급실 뺑뺑이 끝에 사망한 고교생... AI 의사를 간절히 기다리는 이유
  • 이시한 기자
  • 등록 2025-11-18 21:5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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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시간 동안 구급차 안에서 흘러간 골든타임
  • 반복되는 ‘응급실 뺑뺑이’의 경고
  • 소아·필수의료 공백이 드러난 순간

부산 도심 한복판에서 한 고등학생이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진 뒤, 1시간 가까이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가 끝내 숨진 사실이 알려졌다. 소아과·소아신경과 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해, 구급차 안에서 골든타임을 허무하게 흘려보낸 것이다.

이번 사건은 이미 예고돼 있던 필수의료 붕괴, 특히 소아·응급의료 공백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그대로 드러낸다. 동시에 “사람이 못 버티는 이 시스템을, AI라도 좀 받쳐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절박한 기대를 키운다.



부산 한복판에서 1시간… 병원 8곳이 “받기 어렵다”

사건은 지난달 20일 새벽에 시작됐다. 오전 6시 17분쯤 부산의 한 고등학교 인근에서 이 학교 재학생이 갑자기 경련 증세를 보이며 쓰러졌다. 지나가던 시민이 119에 신고했고, 구급대는 신고 16분 만인 6시 33분쯤 현장에 도착했다. 당시 학생은 의식이 혼미했지만 이름을 부르면 반응할 수 있을 정도의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구급대는 소아과 진료가 가능한 부산 지역 대형병원 4곳에 차례로 연락했지만, 병원들은 “소아신경과 배후 진료가 어렵다”, “수용이 힘들다”는 이유로 잇따라 거부했다. 이후 부산소방재난본부 구급상황관리센터가 추가로 4곳을 포함해 총 8곳에 연락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모두 “받기 어렵다”는 답만 돌아왔다.

부산 안에서 병원을 찾지 못한 센터는 결국 경남 창원 지역 병원까지 문의 범위를 넓혔다. 그 사이 구급차 안에서 약 1시간 가까운 시간이 흘렀고, 학생 상태는 급격히 악화돼 심정지에 이르렀다. 심정지 환자는 규정상 가장 가까운 병원이 반드시 수용해야 하기에, 오전 7시 30분이 돼서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학생은 끝내 세상을 떠났다. 

부산소방재난본부는 “당시 부산에서 수용 병원을 찾을 수 없어 경남 지역까지 범위를 넓였으나 마땅한 곳을 찾지 못했다”며, “소아과 관련 배후 진료가 이뤄지지 않는 구조가 근본 원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응급실 뺑뺑이’는 이미 반복된 경고였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의식이 없는 4살 아이를 태운 119 구급차가, 대학병원 응급실의 거부로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 결국 아이가 숨진 사건도 이미 있었다. 해당 병원 의사는 응급의료 요청을 정당한 사유 없이 기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런 사건들이 이어진다는 건, 특정 의사의 태도나 한 병원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전체의 구조적 문제라는 의미다.
소아과와 필수의료 인력 부족, 야간·새벽 시간대의 진료 공백, 과실 책임을 피하려는 방어적 진료, 병원별 정보가 흩어져 있는 낙후된 이송 시스템까지, 여러 약점들이 한꺼번에 터지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부산 한복판에서조차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면, 지방의 중소도시에서는 얼마나 취약하겠냐”는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사람의 손·뇌만으론 버티기 힘든 시스템

이번 사건의 책임을 “AI가 없어서”라고 말할 수는 없다. 명백히 사람과 제도의 실패다. 그래도 사람들은 자꾸 “AI라도 있었으면…”을 떠올리게 된다.

이유는 단순하다.
지금의 응급의료 시스템은 ‘사람의 직관과 경험’만으로 감당하기에는 너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병상 현황, 당직 전문의 유무, 장비 보유 여부, 환자 중증도와 거리, 교통 상황까지 고려해 “어느 병원이, 어떤 환자를, 언제 받아야 하는지”를 실시간으로 계산하는 일은, 사실상 인간의 머리로 하기에는 무리인 영역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래서 정부도 결국 AI를 응급실에 끌어들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4년부터 2028년까지 5년간 총 228억 원을 투입해 ‘응급실 특화 AI 기반 임상지원시스템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응급환자 데이터셋 구축, 응급실 진료 프로세스 최적화, AI 기반 중증도 분류·예후 예측, 심정지·심혈관·패혈증 등 중증 응급환자에 대한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 개발 등이 포함돼 있다.

또 다른 로드맵에서는 2028년까지 응급환자 데이터를 활용해 중증도를 신속하게 분류하고, AI로 응급상황을 예측·알림하는 서비스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미 시작된 ‘AI 의사 보조 시스템’… 골든타임을 당기는 실험들

이미 현장에는 여러 형태의 ‘AI 의사 보조 시스템’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가천대 길병원과 순천향대 부천병원 등은 응급실에 뇌졸중·뇌출혈 AI 선별 솔루션을 도입했다. 응급실로 들어온 뇌출혈·뇌경색 의심 환자의 CT 영상을 AI가 분석해, 3분 내에 출혈 여부와 대혈관 폐색 가능성을 판독하고, 중증 환자를 자동으로 표시해 의료진에게 알림을 보내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실제로 혈전제거술 등 치료 개시 시간을 30분 이상 당기고, 경우에 따라 1시간 이상 골든타임을 단축하는 효과가 보고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AI 응급환자 분류 시스템 역시, 대기 환자의 생체신호·증상·이전 진료기록 등을 기반으로 급성 악화 가능성을 예측해 경고를 띄우고, 중증도에 따라 병상 배정과 이송 우선순위를 자동으로 계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런 기술이 성숙해지면, 적어도 “어디에 전화해볼까”를 일일이 손으로 찾아보면서 1시간을 보내는 상황은 줄어들 수 있다. 

AI 기반 영상 판독, 중증도 분류, 병상·이송 경로 추천, 실시간 응급상황 알림 등은 모두 “사람이 놓치기 쉬운 것들을 줄여주는 보조 뇌” 역할에 가깝다.


그럼에도, 왜 ‘하루 빨리 AI 의사’를 말하게 되는가

물론 AI는 만능이 아니다. 데이터 편향, 오판 가능성, 법적 책임 문제 등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AI가 오진했을 때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가, AI의 판단을 의료진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꾸 “하루 빨리 AI 의사가 나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하게 된다.

부산 고교생처럼 구급차 안에서 1시간을 떠돌다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을, 소아과나 필수의료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어쩔 수 없었다”는 말로 끝내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AI 의사는 사람이 아니다. 감정도 없고, 위로도 못 해준다.
하지만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통해, 최소한 이런 질문에는 답을 줄 수 있다.

“지금 이 환자를, 어디로, 어떻게 옮기는 게 가장 빠르고 안전한가.”
“이 환자는 몇 분 안에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가.”

이 질문에 조금 더 빨리, 조금 더 정확하게 답해주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의 생과 사가 갈릴 수 있다.

부산 한복판에서 경련을 일으킨 한 고교생이, 병원 8곳에서 거절당한 끝에 구급차 안에서 심정지에 이른 그 시간은, 결국 우리에게 이렇게 묻고 있다.

“사람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이 시스템에서, AI조차 제대로 쓰지 않는다면, 앞으로 누구를 또 잃게 될까.”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도, 하루라도 빨리, 제대로 된 ‘AI 의사’ — 아니, 최소한 믿을 만한 ‘AI 의사 보조 시스템’이 현장에 안착하기를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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