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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네 번째 도전… 한국 우주산업 ‘자립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 정재일 과학 전문기자
  • 등록 2025-11-26 16: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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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단 로켓 구조가 보여주는 한국형 기술의 진화
  • 누리호 1~3차 발사가 남긴 기술적 교훈들
  • 민간 기업 참여로 시작된 한국형 ‘뉴 스페이스’

 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네 번째 도전… 한국 우주산업 ‘자립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한국 최초의 독자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다시 한 번 하늘을 향해 선다.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는 네 번째 발사를 앞두고 로켓을 발사대에 세우고 최종 점검에 들어갔다. 이번 발사는 단순한 ‘한 번 더 쏜다’ 수준이 아니다. 기술 검증을 넘어, 민간 주도 우주산업으로 체질을 바꾸는 시험대이자 향후 달·화성으로 이어질 한국 우주 로드맵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발사 준비 현장, 다시 긴장과 기대가 교차하는 나로우주센터

누리호 4차 발사를 앞둔 나로우주센터는 며칠째 ‘전시 모드’에 가깝다. 조립동에서 최종 점검을 마친 누리호는 이동식 발사대에 실려 해안가 발사대로 이동했고, 기립·고정 작업까지 마친 상태다. 발사 관리위원회는 추진제 주입, 전기·통신 계통, 비상 중지 체계 등 남은 항목을 하나씩 확인하며 발사 가능 여부를 최종 점검 중이다. 

4차 발사가 예정된 시점은 11월 27일. 기상 상황과 기술적 변수에 따라 11월 28일부터 12월 초 사이에 예비 발사일도 확보해 놓은 상태다. 발사 당일에는 연료와 액체산소를 순차적으로 주입한 뒤, 내부 자율 점검과 카운트다운을 거쳐 누리호가 하늘로 치솟게 된다. 


누리호는 어떤 로켓인가… ‘완전 국산’ 3단 발사체의 탄생

누리호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설계하고 국내 기업들이 제작에 참여한 3단 액체연료 발사체다. 1단에는 75톤급 엔진 4기를 묶어 총 300톤급 추력을 내고, 2단에는 진공 최적화 75톤급 엔진 1기, 3단에는 7톤급 엔진 1기를 탑재했다. 모두 한국이 독자 개발한 엔진이다. 

이 조합을 통해 누리호는 600~800km 태양동기궤도(SSO)에 1.5톤 급 실용위성을 직접 투입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다. 이는 군 정찰위성, 지구 관측위성, 통신·과학위성 등을 자력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수준으로, 러시아 기술에 의존하던 나로호(KSLV-I) 시절과는 질적으로 다른 단계다.


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세 번의 발사, 세 번의 다른 교훈

누리호의 여정은 실패와 성공, 그리고 고도화의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첫 발사는 2021년 10월, 위성모사체를 싣고 우주를 향해 올랐지만, 3단 엔진이 예정 시간보다 일찍 꺼지며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 그러나 발사·분리·비행의 대부분 과정이 정상적으로 수행되며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22년 6월 두 번째 발사에서는 1.5톤급 위성모사체와 성능검증위성, 큐브위성들을 목표 궤도에 정확히 올리며 완전한 성공을 기록했다. 한국이 독자 기술로 실용급 위성을 궤도에 올린 첫 순간이었다. 

2023년 5월의 세 번째 발사에서는 과학기술위성 NEXTSat-2와 우주환경 관측용 소형위성 ‘스나이프(SNIPE)’ 등 8기의 위성을 싣고 다시 한 번 성공을 거두며 운용 안정성을 입증했다. 

이제 네 번째 발사는 단순한 ‘성공 여부’가 아니라, 누리호를 상업적·산업적 플랫폼으로 쓸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 무대다.


4차 발사, 이번엔 ‘민간이 주인공’이다

이번 발사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누가’ 발사를 이끄는가에 있다. 앞선 세 차례와 달리, 4차 발사의 제작·조립의 주도권은 민간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쥐고 있다. 항우연이 개발한 기술을 이전받아 한화가 로켓을 제작·조립하고, 항우연은 이 발사체를 구매해 실제 발사 운용을 맡는 구조다. 

이는 단순한 역할 분담이 아니라, 한국형 ‘뉴 스페이스’ 모델의 시범 운영에 가깝다. 그동안 국가 연구기관이 거의 전 과정을 주도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정부는 수요자와 품질 관리자, 기업은 제조·서비스 공급자로 분리하려는 시도다.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누리호는 단지 “정부 연구 프로젝트”가 아니라, 기업이 시장을 향해 판매할 수 있는 상용 발사 서비스 플랫폼으로 성격이 바뀌게 된다. 


이번에 실리는 위성들, ‘우주로 가는 산업 생태계’의 단면

4차 누리호에는 다목적 실용위성, 부품·장비 검증용 위성, 그리고 대학·연구기관이 만든 큐브위성 등이 함께 실릴 예정이다. 공개된 계획에 따르면여러 국내 위성들이 궤도에 올라, 지구관측·기술 실증·통신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 구성은 단지 “많이 실었다”가 아니라, 한국 우주생태계의 구조를 보여준다. 대형 위성만이 아니라, 다수의 소형·초소형 위성이 동시에 발사되며 ‘다품종 소량 생산’형 우주 비즈니스로 방향을 트는 흐름이 읽힌다. 향후 민간 위성통신, 지구관측 스타트업, 우주 데이터 분석 기업들이 이 궤도 위 인프라를 기반으로 사업을 펼칠 수 있다. 


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누리호 이후를 이미 준비 중인 한국의 우주 로드맵

누리호는 종착점이 아니라 ‘교두보’다. 한국 정부와 새로 출범한 우주항공청(KASA)은 달 기지 건설과 화성 탐사까지 포함한 장기 우주 탐사 로드맵을 제시했다. 단계적으로 로켓·착륙선·로버를 자체 개발해 달에 착륙하고, 결국에는 달에 경제적 기반을 갖춘 기지를 세우겠다는 계획이다. 

이 로드맵에는 누리호 후속 발사체 KSLV-Ⅲ와 심우주 탐사선, 달·화성 착륙선, 우주자원 채굴 기술 개발 등이 포함돼 있다. 이미 2022년 달 궤도선 다누리(Danuri)를 성공적으로 운용하면서 첫 단계는 마쳤고, 이후 달 착륙선과 차세대 발사체 개발이 차근차근 이어지고 있다. 

즉, 누리호는 ‘지구 저궤도 발사 능력 확보’라는 첫 단계를 담당하고, 그 위에서 KSLV-Ⅲ, 달·화성 프로그램, 우주 광물 채굴, 통신·항법 서비스 산업 등이 층층이 쌓이는 구조다.


‘우주 강국’ 선언에서 ‘우주 산업국’으로 가는 길목

한국 정부는 2045년까지 세계 5대 우주 강국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발사체·위성·탐사·우주법·민간투자 등을 묶은 종합 전략을 추진 중이다. 우주항공청 출범도 이 전략의 일환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과제가 동시에 들어 있다. 하나는 주권적 우주 능력 확보다. 발사체와 위성을 스스로 만들고 쏠 수 있어야, 안보·통신·정찰·기후 감시 등 핵심 인프라를 외국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산업으로서의 우주다. 발사 서비스, 위성 데이터, 정찰·지도·통신·금융, 그리고 달·화성 자원까지 포함한 신(新)우주경제에서 한국이 어떤 위치를 차지할 것인가의 문제다.


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남은 과제, 그리고 누리호가 던지는 질문

물론 과제도 적지 않다. 누리호 발사 비용을 얼마나 낮춰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지, 연간 몇 기의 상업 발사를 소화할 수 있을지, 민간 기업이 위험을 감수할 만한 시장 규모를 어떻게 만들어 줄지 모두 미완의 질문이다. 스페이스X, 중국의 장정 로켓, 인도 PSLV·LVM3 등 이미 치열한 글로벌 발사 시장에서 한국이 어떤 틈새를 공략할지도 고민거리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있다. 네 번째 누리호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한국은 단순한 ‘발사 성공 국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민간 기업이 참여하는 상용 발사체 운용국으로 도약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 지점에서 이번 발사의 의미는 분명해진다.

누리호는 한국이 던지는 질문이다.
“우리는 우주에서 소비국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기술과 산업을 함께 수출하는 우주 산업국이 될 것인가.”

그 답은, 나로우주센터에서 시작된 이 카운트다운이 어디까지 이어지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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