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Reuters / Tyrone Siu
홍콩 북부 신계 타이포 지역의 초고층 아파트 단지 ‘Wang Fuk Court’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사망자가 최소 55명에 이르는 등 홍콩 현대사에서 최악의 주거 화재로 기록될 참사가 벌어졌다. 화재는 11월 26일 오후 2시 51분경 발생했으며 순식간에 건물 외벽과 상층부까지 확산됐다.
소방당국은 신고 직후 화재 경보를 연속으로 상향했다. 오후 3시 2분에는 경보 3단계, 3시 34분에는 4단계로 격상되었고, 저녁 6시 22분에는 최고 등급인 ‘5급 화재(No. 5 alarm)’가 선포되었다. 불길은 외벽을 감싼 대나무 비계 구조와 방수망을 타고 빠르게 번졌으며, 일부 건물에서는 24시간이 지나도록 완전 진압이 이루어지지 않을 정도로 피해가 컸다.
홍콩 소방청은 27일 브리핑을 통해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55명이며, 부상자는 120명 이상”이라고 발표했다. 사망자 중 51명은 현장에서 숨졌고, 4명은 병원에서 사망했다. 소방관 8명도 구조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다. 초기 발표에서 약 279명이 실종·연락두절 상태로 보고되었던 만큼 최종 사망자 수는 더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화재는 외벽 보수공사가 진행 중이던 상황에서 발생했다. 단지 전체가 대나무 비계와 플라스틱 방수망으로 감싸져 있었으며 일부 구간에는 난연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재질이 사용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소방당국은 이러한 구조물이 ‘굴뚝 효과’를 일으켜 화재를 비정상적으로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화재는 고층 아파트 구조와 외벽 공사(대나무 비계·방수망) 가 결합되면서 불길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확산된 것이 핵심 원인이었다. 외벽을 감싼 비계와 가연성 자재가 ‘굴뚝 효과’를 일으켜 불과 뜨거운 연기가 위로 치솟았고, 고층 내부의 계단·복도는 연기에 빠르게 잠기며 주민들의 대피를 어렵게 만들었다. 특히 거주자의 상당수가 노년층이어서 고층 아파트에서 아래층까지 탈출하는 이동 속도가 느렸고, 외벽 비계 때문에 창문·발코니를 통한 탈출이나 외부 구조도 사실상 차단되면서 희생자가 크게 늘었다.
소방관들 역시 초고층 화재 특유의 한계—사다리차가 닿지 않는 높이는 소방관이 내부에 직접 진입해야 하는 것—에 더해 외벽 비계와 플라스틱망이 불에 녹아 떨어지는 위험까지 감수해야 했다. 여러 동이 동시에 불에 타는 화재였기 때문에 소방력 분산과 장시간 진압이 불가피했으며, 이는 구조 속도와 진압 효율을 낮춰 피해를 더욱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다.
경찰은 공사 업체 관계자 3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했다. 이들은 비계 설치와 자재 사용 과정에서 안전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당국은 공사 허가 절차와 건축 안전 규정 위반 여부를 포함해 전면 조사를 진행 중이다.
한편 홍콩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사 중인 모든 주거시설에 대한 긴급 안전 점검을 지시했다. 임시 대피소 8곳이 설치되었고 900명 가량의 주민이 대피한 상태다. 대형 참사 이후 노후 공공주택 안전관리와 건설업계 관행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이번 화재는 1996년 Garley Building 화재 이후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낳은 고층 건물 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당국은 “구조·수색 작업을 최우선으로 하며, 정확한 화재 원인과 책임 소재를 규명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