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e House 제공
트럼프, 이 정도면 검사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재미 삼아 이란에 폭격 더 할 수 있다는 발언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이란의 핵심 원유 수출 거점인 카르그섬에 대해 “몇 번 더 칠 수도 있다. 그냥 재미 삼아서”라고 말하면서, 중동 정세가 다시 한 번 거친 파문에 휩싸였다. 전쟁의 명분도, 출구 전략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군사행동을 마치 즉흥적 선택지처럼 언급한 이번 발언은, 미국 대통령의 전쟁 인식이 어디까지 가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문제의 발언은 트럼프가 N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놓은 것으로, 로이터에 따르면 그는 15일 “우리는 그곳을 몇 번 더 칠 수도 있다. 그냥 재미 삼아서”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13일 이란 카르그섬의 군사 표적들을 공격했다고 밝힌 직후 나온 발언이다. 앞서 트럼프는 카르그섬 공격 때 “군사 목표물만 타격했다”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이번에는 추가 타격 가능성을 훨씬 가볍고 도발적인 어조로 내비치며 수위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카르그섬은 이란 원유 수출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전략 거점이다. 로이터는 이 섬이 이란 원유 수출의 약 90%를 처리하는 곳이라고 전했다. 트럼프는 13일에는 이곳의 군사 목표물을 타격했지만 에너지 인프라는 남겨뒀다고 주장했고,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흐름이 막히면 그 시설까지 재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런데 이틀 뒤에는 그 연장선에서 추가 폭격을 “재미”라는 표현으로 포장했다. 외교적 압박과 군사적 경고 사이의 경계가 무너진 셈이고, 협상 신호라기보다 상대를 조롱하며 궁지로 몰아붙이는 언어에 가까웠다.
미국에 의해 공격 당한 카르그섬 = X캡쳐
이번 발언이 더 위험하게 들리는 이유는, 이미 이번 전쟁을 둘러싼 미국의 설명이 여러 차례 흔들려 왔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3월 초 트럼프가 미국의 이란 공격 이유를 “이란이 먼저 치려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앞서 국무장관이 내놓은 설명과 충돌했다고 보도했다. AP도 행정부가 전쟁 개시 이후 목표와 일정, 명분을 둘러싸고 “오락가락하는 설명”을 내놨다고 전했다. 전쟁의 개시 사유도 분명치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추가 폭격을 마치 기분과 감각의 문제처럼 말하는 장면은 동맹국과 시장, 국제사회 모두에 불안 신호를 줄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최근에도 이란 전쟁과 관련해 일관되게 개인적 직감과 의지에 기대는 듯한 발언을 반복해 왔다. 그는 로이터가 인용한 악시오스 인터뷰에서 “내가 끝내고 싶으면 언제든 끝난다”고 말했고, AP 보도에서는 이번 전쟁을 “악을 제거하기 위한 짧은 외출”에 비유했다. 전쟁을 국가적 판단과 의회 통제, 국제 질서의 틀 안에서 설명하기보다, 자신의 결심과 감각에 따라 조정 가능한 프로젝트처럼 묘사한 것이다. 이번 “재미 삼아” 발언도 그런 연장선에 놓여 있다.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말이지만, 책임 있는 최고통수권자의 언어라기보다 과시적 흥분에 가까운 표현이었다.
이 발언이 단순한 막말로만 끝나지 않는 이유는, 지금 중동 상황 자체가 세계 경제의 급소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흐름의 핵심 통로이며, 현재 전쟁으로 해상 운송이 사실상 막히다시피 한 상태다. 국제에너지기구는 비축유 방출을 준비하고 있고, 미국은 중국·일본·한국·영국·프랑스 등에도 해협 안전 확보를 위한 협력을 촉구하고 있다. 이런 판에 미국 대통령이 추가 폭격을 “재미”라고 말하면, 그 자체가 군사적 메시지일 뿐 아니라 유가와 해운, 보험료, 동맹국 외교 계산까지 흔드는 시장 교란 발언이 된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공격 받은 태국의 유조선 = X 캡쳐
트럼프 측은 아마도 이런 수사를 협상용 압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실제로 그는 이란이 협상을 원하지만 조건이 충분히 좋지 않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문제는 압박에도 최소한의 문법이 있다는 점이다. 강경 발언은 전략일 수 있어도, 폭격을 “재미”라고 표현하는 순간 그 전략은 통제된 위협이 아니라 충동적 행위의 암시로 읽힌다. 로이터 역시 이 발언을 두고 트럼프가 카르그섬 공격 수위를 한층 높이며 외교적 종전 노력에 타격을 줬다고 평가했다. 전쟁을 끝내기 위한 언어가 아니라, 더 길고 더 위험한 충돌을 예고하는 언어로 들리는 이유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과장된 결단 이미지가 아니라, 왜 싸우는지와 어디서 멈출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설명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최근 발언들을 종합하면, 미국의 대이란 군사행동은 명확한 원칙보다 즉흥적 수사와 개인적 직감에 더 가까워 보인다. 더구나 이미 수천 명의 사망자가 나온 전쟁 국면에서 추가 폭격을 “재미 삼아” 거론했다는 사실은, 전쟁을 다루는 권력자의 감각이 어디까지 무뎌졌는지 묻게 만든다. 국가 지도자의 말은 단순한 말이 아니다. 특히 폭격에 관한 말이라면 더 그렇다. 지금 국제사회가 트럼프의 발언을 단순한 허풍이 아니라 위험 신호로 받아들이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