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해지면 삶이 편해질 것’이라는 공식은 오래전에 깨졌다. 이름이 알려지는 순간부터 사람은 ‘콘텐츠’가 되고, 과거는 ‘소환’되며, 사과는 ‘재료’가 된다. 오늘의 한국 사회에서 유명세는 기회이자 동시에 위험의 초대장이다.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2’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진 임성근 셰프는 2026년 1월 18일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과거 음주운전 적발 사실을 “10년에 걸쳐 3차례”라고 언급하며 공개 사과했다.
그러나 이후 일부 언론이 판결문 등을 근거로 추가 전력을 보도하면서 논란은 ‘사과의 진정성’ 공방으로 확장됐다. 보도에 따르면 임성근 셰프는 음주운전 전력이 총 4차례로 확인됐고, 전과가 ‘5범’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이 사건은 ‘잘못의 책임’과 별개로, 유명세가 붙는 순간 논란이 어떻게 폭발적으로 번지는지 보여준다. 한 사람의 과오가 곧바로 ‘인격 전체에 대한 판결’로 이동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논란이 특정 출연자 개인을 넘어 프로그램 전체로 번지자, 제작사(스튜디오슬램)는 2026년 1월 6일 “특정 출연 셰프를 겨냥한 인신공격성 게시물·악성 댓글·SNS 비방 메시지”에 대해 증거를 수집 중이며 “선처 없는 강력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한마디로 “비판”과 “인격살해”의 경계가 무너졌다는 판단이다. 프로그램이 재미를 주는 장치로 ‘캐릭터’를 만들 수는 있지만, 그 캐릭터가 현실의 사람을 향한 공격의 면허가 될 수는 없다.

이미 전조는 있었다. ‘흑백요리사’ 시즌 출연자 선경 롱게스트는 2024년 10월, 유튜브 댓글과 온라인 반응을 두고 “사이버불링(온라인 집단 괴롭힘)”이라고 호소하며 고통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비판이 사실관계와 행위에 머무르지 않고, 국적·외모·인격을 겨누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의견이 아니라 폭력이다. 이 지점에서 유명세는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는 도구가 아니라, 공격자가 쉽게 접근하는 통로가 된다.
포털도 결국 움직였다. 다음(카카오)은 2019년 10월 25일 연예 뉴스 댓글과 인물 관련 검색어 폐지 방침을 발표했다.
이후 네이버도 2020년 3월 연예뉴스 댓글을 잠정 중단하는 흐름으로 이어졌고, “악플로 인한 인격 모독과 명예훼손이 공론장 기능을 해칠 수준”이라는 문제의식이 여러 기사에서 반복됐다.
다만 댓글이 사라진다고 문제도 사라진다는 뜻은 아니다. 악성 반응은 플랫폼을 옮겨갈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유명인을 향한 공격은 ‘표현의 자유’로 포장되기 쉽지만, 법은 선을 긋는다. 온라인에서 사실 또는 거짓 사실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는 정보통신망법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고, 사실 적시 여부와 무관하게 공연히 모욕하는 행위도 형법상 처벌 규정이 존재한다.
또한 특정인을 지속적으로 따라다니거나 공포심을 유발하는 스토킹은 별도의 스토킹처벌법 체계로 다뤄진다.
임성근 셰프 사례는 한 개인의 잘못을 넘어, ‘유명해지는 순간 삶이 어떻게 재편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검증은 필요하다. 다만 검증이 ‘사실 확인의 절차’가 아니라 ‘파괴의 놀이’로 바뀌는 순간, 사회는 다음 타깃을 기다리는 구조가 된다.
결국 필요한 것은 두 가지다. 책임을 물을 것은 제도와 절차로 묻되, 그 책임이 개인의 삶 전체를 소각하는 방식으로 확장되지 않도록 경계를 회복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