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특별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던진 메시지는 한 줄로 요약하면 “안보와 통상을 묶어 유럽을 압박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핵심은 그린란드, 관세, 나토(NATO)였고, 표현 수위와 사실관계 논란까지 겹치면서 후폭풍이 커졌습니다.
2026 다보스 포럼에서 연설하는 트럼프 = X 캡쳐
트럼프는 다보스에서 무엇을 말했나
연설의 중심축은 ‘그린란드 소유’ 주장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를 “방어하려면 소유권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right, title and ownership(권원)”까지 언급하며 사실상 영유를 요구했습니다. 동시에 “무력은 쓰지 않겠다”는 취지로 선을 긋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는 나토를 “미국이 사실상 떠받쳤는데 돌려받은 게 없다”는 식으로 묘사하며, 그 대가처럼 그린란드를 거론했습니다. 또 유럽의 에너지·환경 정책을 비판하며 화석연료 개발 제한을 문제 삼았고, 자국 경제 성과와 국내 정치 이슈(바이든 비난 등)도 상당 부분 섞어 ‘캠페인식 연설’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연설 전후로 더 논란이 된 대목은 통상 압박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문제와 연결해 유럽 일부 국가에 대한 관세를 거론했다가, 나토 사무총장 마르크 뤼터와의 회동 뒤 “미래 합의의 프레임워크”가 마련됐다며 관세 부과를 보류·철회하는 쪽으로 말을 바꿨습니다. 다만 합의의 구체 내용은 불명확하다는 보도가 많습니다.
연설에는 사실과 다른 표현이 여럿 포함되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2차대전 후 미국이 그린란드를 덴마크에 돌려줬다”는 취지의 발언은 “미국이 그린란드를 소유한 적이 없다”는 반박과 함께 부정확한 주장으로 지적됐습니다. 나토 예산을 “미국이 100% 냈다”는 식의 표현도 수치상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 지점이 중요한 이유는, ‘강경한 요구’ 자체보다도 “역사·동맹·주권” 같은 민감한 주제를 부정확한 사실 위에 얹어 밀어붙였다는 인상이 유럽에 남았기 때문입니다.
2026 다보스 포럼에서 연설하는 트럼프 = X 캡쳐
유럽의 반응은 대체로 두 갈래였습니다. 하나는 “미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을 수는 없다”는 관리 모드, 다른 하나는 “경제적 강압엔 맞대응”이라는 방어 모드입니다.
독일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트럼프가 무력 가능성을 거둔 점을 ‘수사 변화’로 평가하면서도, 대서양 동맹을 너무 빨리 포기하지 말자며 ‘관계 복원’을 강조했습니다.
덴마크 쪽은 “무력 불사용 언급은 긍정적이지만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다”는 반응이 이어졌고, 덴마크 총리도 협의 자체는 열어두되 “주권 존중이 전제”라는 선을 분명히 했습니다.
유럽의회는 한층 강경했습니다. 트럼프의 관세 압박을 사실상 ‘그린란드와 연계한 강압’으로 보고, 미·EU 무역 합의 비준 절차를 중단하는 조치를 택했습니다.
다보스 현장 반응을 모으면 분위기는 복합적입니다. 무력 불사용 언급에는 “그 말을 굳이 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비정상”이라는 식의 안도 섞인 탄식이 나왔고, 연설 전반에는 “당혹” “창피” 같은 평가도 공개적으로 등장했습니다.
시장도 단기적으로는 ‘안도 랠리’에 가까운 반응이 관측됐습니다. ‘무력 불사용’과 ‘관세 보류’가 나오자 긴장이 완화됐다는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이번 다보스 연설이 남긴 가장 큰 신호는, 동맹을 ‘가치·규범’보다 ‘대가·거래’로 재정의하려는 시도입니다. 안보(나토)와 통상(관세)을 결합해 주권 이슈(그린란드)에까지 압력을 거는 방식은, 유럽 입장에서는 “다음 요구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불안을 키웁니다. 그래서 유럽 내부에서 ‘대응 수단’과 ‘전략적 자율성’ 논의가 더 빨라질 가능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