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캡쳐러시아 극동 캄차카 반도가 12월부터 이어진 연쇄 폭설로 사실상 ‘설국(雪國)’이 됐다. 지역 중심 도시인 페트로파블롭스크-캄차츠키에서는 건물 1층 출입구가 막히고 차량이 눈더미에 파묻히는 장면이 연일 포착됐다. 현지 기상 관측과 로이터 취재에 따르면 12월에만 적설이 3.7m에 달했고, 1월 상반기에 추가로 2m가 넘는 눈이 내린 곳도 있다.
현장 영상에는 신호등 높이까지 쌓인 눈이 모래언덕처럼 도로를 따라 이어지고, 주민들이 아파트 출입구까지 통로를 파내며 이동하는 모습이 담겼다. 로이터는 “몇 m 높이의 눈더미가 출입구를 막고 차량을 묻었다”고 전했다. 한 현지 사진작가는 “차가 한 달째 눈더미에 주차된 상태”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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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안전 문제로 번졌다. 현지 당국은 지붕에서 떨어지는 눈(낙설)·빙설로 인명 피해가 발생한 뒤 비상사태(비상 대응 체제)를 선포했고, 일부 기관·학교는 원격 운영으로 전환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폭설 장면이 워낙 강렬하다 보니 SNS에는 ‘눈이 건물을 삼켰다’는 식의 영상이 빠르게 확산됐다. 다만 현지권 매체들은 유통되는 영상 중 일부가 맥락이 다르거나 편집된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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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차카는 원래 겨울 폭풍이 잦은 곳이지만, 이번에는 저기압(사이클론) 계열이 끊이지 않고 유입되며 “한 번 오고 끝”이 아니라 “오고 또 오는” 형태로 누적 적설을 키웠다. 로이터는 여러 차례 폭설이 이어지며 60년 만의 수준으로 불어났다고 전했다.
폭설은 기온만 낮다고 생기지 않는다. 수증기(재료)가 충분해야 한다. 겨울 바다가 상대적으로 덜 얼거나 해수면이 따뜻하면 증발이 늘고, 여기에 차가운 공기가 들어오면 비가 아니라 눈으로 쏟아질 수 있다. 최근 연구들은 북극 해빙(바다얼음) 감소가 주변 해역의 증발·수증기 공급을 늘리고, 그 수분이 육지의 겨울 강수(폭설 포함)로 더 많이 이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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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연구자들은 북극이 빠르게 따뜻해지는 ‘북극 증폭’이 제트기류와 대기 파동을 변화시켜, 한 지역에 폭풍·한기가 오래 머무는 ‘정체 패턴’을 늘릴 수 있다고 본다. 다만 IPCC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북극 변화와 중위도 극한(한파·폭설 등)의 연결고리에 대해 연구가 축적 중이며 결론이 일관되지 않은 부분도 있어, 현재 신뢰도는 낮음~중간 수준이라고 정리한다.
이번 캄차카 폭설을 “북극 해빙 감소가 촉발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단일 사건을 특정 원인 하나로 ‘지목’하려면, 관측·재분석 자료와 함께 기후모델 기반의 사건 귀속 분석이 필요하다. 다만 큰 흐름에서 따뜻해진 대기가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을 수 있어 강한 강수(폭설 포함)의 강도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은 IPCC가 광범위하게 정리해온 방향이다.
정리하면, 이번 폭설은 연쇄 저기압(직접 원인) 위에 수증기 공급을 키울 수 있는 해빙·해수 조건(배경 요인), 그리고 대기 순환의 정체 가능성(가설적 요인)이 겹치며 ‘누적형 재난’으로 커졌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