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이 1월 26일(현지시간) 한국산 일부 품목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올리겠다고 밝히면서, 관세가 다시 ‘정치·외교의 지렛대’로 소환됐다. 이번 조치는 자동차·목재·의약품 등으로 거론되며, 트럼프 측은 “작년 합의의 이행이 지연됐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로이터와 AP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한국 국회가 합의 이행에 필요한 조치를 완료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관세 상향을 예고했다. 관세율은 15%에서 25%로 올라가며, 타깃 품목으로 자동차·목재·제약 등이 언급됐다.
이번 발표는 “합의 불이행에 대한 응징”이라는 포장과 달리, 협상 압박용 신호의 성격이 짙다는 해석이 동시에 나온다. 실제로 FT는 트럼프가 이번 결정을 ‘상호주의(reciprocal)’ 프레임에 넣어 전면 재협상을 시사했고, 법적 집행은 별도 행정 조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최근 트럼프의 관세 카드는 한국만 향하지 않았다. 로이터는 트럼프가 그린란드 문제를 둘러싸고 유럽 8개국에 추가 관세(10%→향후 25% 상향 가능)를 거론하며 압박했고, 캐나다에도 고율 관세를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관세가 무역을 넘어 지정학·동맹 관리까지 관통하는 도구로 쓰이는 양상이다.

정치적 맥락도 무시하기 어렵다. 1월 24일 미니애폴리스에서 이민 단속 과정 중 연방 요원이 시민 알렉스 프레티를 사살한 사건이 발생했고, 연방 단속의 정당성과 과잉 대응 논란이 확산됐다. 주요 언론들은 연방·주 정부 간 정보 충돌, 증거 보존 소송, 표현의 자유 논쟁 등으로 사안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국면에서 백악관이 ‘관세 전선’을 키우는 모습은, 워싱턴 정가에서 흔히 관측되는 대외 갈등을 통해 국내 논쟁의 중심을 이동시키려는 시도라는 해석도 가능하게 만든다.
이번 관세 상향의 명분으로 제시된 핵심은 작년 합의 이행 지연이다. 로이터는 당시 합의가 한국의 대미 투자(총 3,500억 달러 규모로 거론)와 맞물려 있었고, 집행이 환율·재정 여건 등으로 늦어질 수 있다는 발언이 나오자 트럼프가 이를 문제 삼았다고 전했다.
결국 메시지는 단순하다.
“관세를 다시 올릴 테니, 약속한 투자를 더 빨리, 더 눈에 보이게 집행하라.”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트럼프 입장에선 ‘투자 유치’ ‘공장·일자리’ 같은 즉시 성과가 가장 직관적인 캠페인 재료다. 관세 위협은 그 성과를 당겨오기 위한 협상 장치로 기능한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관세 발언이 곧바로 시행으로 이어질지는 별개 문제다. FT는 집행을 위해 행정적 절차가 필요하고, 트럼프 관세 정책 전반이 법적 쟁점에 놓여 있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한국 정부와 기업으로선 두 갈래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첫째, 자동차·제약 등 직격 업종의 가격·공급망 충격 시나리오를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둘째, 트럼프가 원하는 ‘가시적 성과’를 무엇으로 정의하는지(투자 집행 속도, 품목별 양보, 추가 구매 약속 등)를 정밀하게 파악해 협상 공간을 줄이되, 리스크는 낮추는 전략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