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캘리포니아주 풀러턴. 한국 정통 버거 브랜드인 롯데리아(Lotteria)가 미국 진출 1호점을 오픈하기 전부터 현지인과 한인이 뒤섞인 인파가 길게 줄을 섰다. “3시간 기다렸다”는 현장 후기부터, “오랜만에 한국 버거 느낌”이라는 감탄까지 쏟아진 이날 풍경은 단순한 해외 진출을 넘어 K‑푸드의 저력을 보여준 의미 있는 현장이었다.
롯데리아는 정식 개장 하루 전인 8월 12일(현지시간) 풀러턴 매장에서 소프트 오프닝(사전 판매 행사)을 열었다. “1시간 줄 서 입장, 1시간 더 기다려 음식 받았다.” “3시간 20분 줄 섰다. 불고기버거, 새우버거, 신메뉴 ‘불새버거’까지 다 있었다.” — 이같은 후기들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속속 올라왔다.
폭염에도 불구하고 매장 앞 대기 인파는 줄어들 기미가 없었다. 롯데리아를 찾은 한 고객은 “끝없이 이어진 줄”이라 표현했으며, 일부 고객은 매장 측이 햇빛을 피할 수 있게 우산을 제공했다고 전했다.
미쿡아재 유튜브 캡쳐
“버거의 본고장서 버거 줄을 서다니”
미국이 ‘버거의 본고장’이라는 점은 이번 행사의 화제성을 배가했다. 아시아경제는 “‘버거 본고장서 오픈런’이라는 대박 조짐”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Reddit 등 커뮤니티에서도 미국 소비자들의 관심이 확인된다. 일부는 기대감을 언급했지만, “맛은 그저 그렇다(mid)”는 반응도 있었고, “한 번쯤은 경험해보고 싶다”는 의견도 보였다.
소프트 오프닝 현장에서 눈에 띈 것은 대표 메뉴 구성과 공간 디자인이었다. 불고기버거·새우버거 외에도 ‘불고기 디럭스 버거’와 한국에서 철수한 ‘불새버거’ 등이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특히 불고기버거 콤보는 “Bulgogi”라는 영어 표기로 메뉴판에 등장했다. 세트 가격은 약 12.77달러(약 1만7740원), 단품은 6.49달러부터 시작해 현지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보다 경쟁력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매장 인테리어에는 “안녕하세요”라는 한글 환영 문구, ‘오리지널 K‑버거’ 타이틀과 한옥·소나무를 활용한 아트월이 자리했다. 내부에는 ‘서울(SE OUL)’ 로고가 박힌 티셔츠도 전시되며, 한국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롯데리아는 국내 약 1,300개 매장의 90%가 가맹형 구조라는 점에서, 미국 시장을 글로벌 확장 핵심 무대로 삼고 있다. 현재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몽골 등에 약 320여 개 해외 매장을 운영 중이며, 특히 베트남에서는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미국 진출 이후 말레이시아·싱가포르 진출도 예정되어 있다.
풀러턴은 인앤아웃, 칙필레, 맥도날드처럼 이미 잘 알려진 버거 브랜드들이 몰려 있는 ‘버거 격전지’다. 여기에 과거 KFC 매장이 위치했던 상권이라는 점 또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전문가들은 “한류 콘텐츠와 K‑푸드를 무기로, 롯데리아가 현지 소비자에게 새롭고 매력적인 버거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한다.
미쿡아재 유튜브 캡쳐
K-버거의 성장 스토리
정오를 맞은 풀러턴의 햇살은 여전히 뜨거웠지만, 그날 사람들의 얼굴에는 묘한 설렘이 번져 있었다. 미국 땅에서 K-버거를 향한 열정이 작게는 한줄기 바람이었지만, ‘오픈런’ 현장은 그것이 곧 가능성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멀리서라도 한국의 맛에 열광하고, 한 줄을 서서라도 경험하려는 이들의 모습은 다음 챕터를 기대하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이제 남은 건 정식 오픈 이후 현지인들의 재방문율, 맛에 대한 평가, 그리고 브랜드 지속성이다. 첫날의 인파만큼이나, 향후 펼쳐질 K-버거의 성장 스토리에 시선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