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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얼마나 오래 춤을 참을 수 있을까? - 돌고래보다 3배 오래 잠수한 사람
  • 차지원 스포츠 & 여가 전문기자
  • 등록 2025-08-22 09:2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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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다이버 마리치치, 무호흡 세계 기록 경신
  • 29분 숨 멈춤, 사람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 관중 100명 앞에서 숨 멈춘 사나이… 기네스 인증


사람은 얼마나 춤을 참을 수 있을까?

크로아티아 프리다이버, 물속에서 29분 3초 ‘숨 멈춤’ 세계 기록


“사람은 과연 얼마나 오래 숨을 참을 수 있을까?” 크로아티아 출신 프리다이버 비토미르 마리치치(Vitomir Maričić)가 물속에서 29분 3초 동안 숨을 참으며 기네스 세계 기록을 경신했다. 이는 직전 기록보다 5분이나 긴 수치로, 큰돌고래의 잠수 시간의 두 배에 달하고 점박이물범과 비슷한 수준이다. 단순한 ‘숨 참기’ 도전을 넘어, 인간의 한계와 과학이 만나는 장면이었다.


기록의 현장, 100명이 지켜본 순간

지난 6월 14일, 크로아티아 오파티야의 한 호텔 수영장. 깊이 3m의 수영장 안에서 마리치치는 물 밖으로 나오지 않고 29분 3초를 버텼다. 현장에는 기네스 기록 심사위원 5명이 자리해 도전이 규정에 맞게 이뤄지는지 꼼꼼히 확인했고, 약 100명의 관중은 호텔 로비에서 긴장된 눈빛으로 지켜봤다.

순간이 길어질수록 공기방울이 거의 사라진 수면 위는 고요했지만, 관객들의 숨은 오히려 더 가빠졌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닐까”라는 우려와 “이게 정말 가능한가”라는 호기심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산소 충전 후의 도전

마리치치의 기록은 단순한 ‘맨몸’ 도전이 아니었다. 도전 직전 약 10분간 그는 순수한 산소를 들이마셨다. 이를 통해 혈액 속 혈장과 적혈구에 산소가 극대화된 상태로 몸이 준비됐다. 적혈구는 산소를 각 장기로 운반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과학 전문 매체들은 이 과정을 통해 인간이 평소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 무호흡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보통 사람에게 안전한 무호흡 시간은 8분가량에 불과하다. 하지만 순수 산소를 미리 공급하면 30분에 가까운 시간까지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 현장에서도 활용되는 기술

마리치치가 활용한 ‘순수 산소 흡입 후 무호흡 연장’은 단순히 기록 도전을 위한 기술만은 아니다. 영국 데일리메일 보도에 따르면, 이 기술은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환자의 호흡이 중단되는 긴급 상황에 쓰인다. 의식이 없는 환자의 무호흡 시간을 늘려 의료진이 시술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방식이다.

즉, 이번 도전은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의 영역을 넘어 의학과 생리학 연구의 힌트가 되기도 한다. 인간의 신체가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살아 있는 실험장이 된 셈이다.


인간과 동물의 비교: 돌고래를 넘어

마리치치의 29분 3초 기록은 동물의 잠수 기록과 비교될 만하다. 큰돌고래가 보통 10~12분가량 잠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의 기록은 무려 두 배 이상 길다. 또한 점박이물범의 잠수 시간(약 30분)과 맞먹는 수치다. 인간이 동물적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 관객들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경외심마저 느낀다.


산소 없이 버틴 진짜 기록은?

물론 마리치치가 산소를 들이마시지 않고 맨몸으로 기록한 무호흡 시간은 10분 8초였다. 이 또한 보통 사람의 1분 내외 기록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길다. 전문가들은 “순수 산소를 흡입하는 방식과 그렇지 않은 방식은 기록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며 “둘은 별개의 종목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한계에 도전하는 심리

마리치치는 도전을 마친 뒤 “모든 기록은 팀워크와 가족, 친구들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20분이 지나자 정신적으로 오히려 모든 것이 쉬워졌다”고 회상했다. 육체의 한계에 가까워질수록 심리적 집중력이 강해지는 ‘존재의 아이러니’가 드러난 순간이었다.


사람은 얼마나 춤을 참을 수 있을까

마리치치의 기록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던진다. ‘사람은 도대체 얼마나 숨을 참을 수 있을까?’라는 물음은 결국 ‘사람은 얼마나 한계를 넘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확장된다. 숨을 참고 물속에 가만히 있는 행위는 춤을 억지로 참는 것만큼이나 본능에 역행하는 일이다. 그러나 인간은 때로 그 본능마저 통제하며 스스로의 경계를 재설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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