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Maria Cynthia
무엇이 도화선이었나
8월 말 자카르타.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작된 시위는 국회의원 주거수당 월 5천만 루피아(약 미화 3,000달러) 논란이 불거지며 전국으로 번졌다. 학생과 노동계는 “서민들의 생활고 속 엘리트 특권”을 규탄했고, 경찰과의 충돌로 다수 체포·부상자가 발생했다. 대통령은 의원 특권 철회와 해외출장 중단을 약속했지만, 민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참혹했던 ‘격화의 순간’
8월 28일 밤, 자카르타 시내에서 경찰 기동대 장갑차가 배달 라이더(아판 쿠르니아완(Affan Kurniawan), 21세)를 치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장면이 담긴 영상이 확산되며 국민들의 분노는 임계점을 넘었다. 경찰은 관련 요원들을 연행하고 수사를 약속했으나 시위는 더욱 격화되었다.
특권의 민낯: ‘월급’과 ‘수당’이 말해주는 격차
의원 보수 체계가 공개되자 여론은 더 들끓었다. 공개 문건 기준 국회의원 실수령 보수액은 월 약 6,550만 루피아로 추산된다. 세부 항목에는 기본급·직위수당·배당성 경비·활동비 등이 담겼고, 논란의 주택수당 5천만 루피아가 별도 항목으로 붙었다는 점이 특히 도마에 올랐다.
반면 인도네시아 국민 대다수의 생활은 위의 특권 엘리트층과는 완전히 다르다. 자카르타 최저임금(UMP)은 2025년 월 539만루피아로, 의원 ‘주택수당’의 약 1/10정도밖에 안 된다. 중앙·동부 자바 등 지방의 최저임금은 210만~220만 루피아대로 자카르타보다 훨씬 더 낮다. 그나마 조금 높은 수도권(자카르타) 최저임금과 비교해도 의원 실수령액은 서민 임금의 12배 이상인 셈이다.
“삶이 팍팍하다”…서민 경제의 체감지표
표면상 거시지표는 ‘양호’에 가깝다. 2025년 물가상승률은 8월 기준 2.31%로 중앙은행 목표 범위 내이며, 실업률은 4%대 중후반, 성장률은 4.7~5.2% 로 전망된다. 그러나 세부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식음료·담배 물가가 연 3.99% 오르며 물가 기여도가 가장 크고, 도시·농촌 빈곤율 격차(도시 6.73%, 농촌 11.03%)는 여전히 뚜렷하다. 비정규·시간제 확대와 가계 체감경기 위축도 맞물렸다.
정부는 경기 둔화 조짐 속에 식량 바우처(쌀 10kg/1,830만 가구), 현금 일자리, 소상공인 세율 유예 등 약 16.23조 루피아 규모의 경기부양책과 농촌 협동조합 육성(국책은행 200조 루피아 예치)을 내놨다. 하지만 시위대는 “긴축·증세는 민생을 조이는데 의원 특권은 유지됐다”고 비판한다.
왜 지금 터졌나: ‘결정적 한 방’과 ‘오래된 피로감’의 결합
정부의 ‘유화 제스처’ vs 민심은 ‘여전히 의심’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는 의원 특권 철회(주택수당 중단, 해외출장 제한)를 발표했고, 국회는 시민사회 요구(시위대의 25개 요구안 , ‘17개 즉각 조치+8 개 제도 개혁요구’)를 논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특권의 전면 재설계와 경찰 책임 규명 없이는 불씨가 남을 전망이다. 특히 장갑차 치사 사건의 수사 투명성과 처벌 수위가 향후 민심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생활비 1달 급여로도 빠듯한 시민 앞에서, 사치스러운 국회 특권은 결국 시위에 불을 지폈다.”
— 근본적인 제도 개혁과 특권층의 부패에 대한 책임 추궁이 없이는 인도네시아의 8월 시위는 계속 현재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