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 다저스가 가을야구 첫 관문부터 극적인 역전극을 연출했다.
5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열린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1차전에서 다저스는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5대3으로 꺾고 시리즈 선취점을 따냈다.
이날 승리의 중심에는 투수이자 리드오프 타자로 나선 쇼헤이 오타니(30)가 있었다.
오타니의 포스트시즌 데뷔 무대는 쉽지 않았다. 2회말, 필리스의 J.T. 리얼무토에게 중견수 쪽 3루타를 허용하며 2점을 내줬고, 이어 해리슨 베이더의 희생플라이로 3실점.
하지만 위기는 거기까지였다. 오타니는 3회부터 6회까지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으며 슬라이더와 스플리터로 필라델피아 타선을 완전히 묶었다. 공식 기록은 6이닝 3피안타 9탈삼진 1볼넷 3실점.
팀이 역전한 뒤 마운드를 내려간 그는 결국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첫 포스트시즌 선발승을 거머쥐었다.
다저스 타선은 6회초 비로소 살아났다. 프레디 프리먼의 볼넷과 토미 에드먼의 안타로 만든 2사 1·2루에서 키케 에르난데스가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터뜨렸다.
주자 두 명이 모두 홈을 밟으며 3대2. 경기장은 순식간에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더그아웃의 오타니는 주먹을 불끈 쥐며 동료를 향해 환호했다.
7회초 2사 1·2루에서 타석에 선 테오스카르 에르난데스는 필리스 불펜 매트 스트람의 체인지업을 공략했다. 공은 우중간 담장을 훌쩍 넘겼다. 역전 3점 홈런. 순식간에 5대3.
다저스 더그아웃은 환호로 들끓었고, 필라델피아 관중석은 침묵에 잠겼다. 이 한 방으로 경기는 완전히 뒤집혔다.
8회말, 필리스가 볼넷과 안타로 1사 만루를 만들자 다저스는 왼손 불펜 알렉스 베시아를 올렸다. 베시아는 연속 삼진과 땅볼로 위기를 틀어막았다.
9회에는 일본의 신성 로키 사사키가 등판했다. 그는 최고 102마일(약 164km)의 강속구를 뿌리며 1이닝 1피안타 무실점, 포스트시즌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이날 오타니는 선발투수이자 1번 타자로 출전했다.
미국 야구 전문매체 TrueBlue LA는 “베이브 루스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선발투수가 리드오프로 나선 사례”라며 “현대 야구에서 사실상 전례 없는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타석에서는 4타수 무안타였지만, 투·타 양면에서 팀을 이끈 그의 존재감은 여전했다.
2024년 팔꿈치 수술로 마운드를 떠났던 오타니는 2025년 시즌 완전한 투타겸업으로 복귀했다.
정규시즌에서 50홈런과 50탈삼진 이상을 동시에 기록했다는 현지 보도까지 나오며 “전대미문의 시즌”으로 평가받았다. 그 연장선상에서 거둔 포스트시즌 첫 선발승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복귀의 완성, 그리고 새로운 시대의 선언이었다.
“오늘은 내 커리어에서 아주 특별한 날이다. 하지만 진짜 목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오타니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승리로 다저스는 시리즈 1승 0패로 앞서며 기선을 잡았다. MLB.com은 “다저스가 새로운 시대의 투수를 손에 넣었다. 오타니는 전설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평했다.
2차전은 7일(한국시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다저스는 블레이크 스넬, 필리스는 헤수스 루사르도를 선발로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