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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은퇴는 옛말” 일본 최대 은행, 정년 65세로 파격 연장… 세대 교체보다 ‘세대 공존’ 선택
  • 우경호 커리어 전문기자
  • 등록 2025-10-10 09:5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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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이는 숫자일 뿐” 일본 은행의 파격 인사 개혁 화제
  • “60세에 끝나지 않는다” MUFG, 일하는 노년 시대 선언
  • 일본 금융업의 판이 바뀐다… 미쓰비시UFJ의 정년 혁명

“60세 은퇴는 옛말”… 미쓰비시UFJ은행, 정년 65세로 연장

미쓰비시UFJ은행 홈페이지 캡쳐

일본 금융권, 초고령사회에 맞춰 ‘일하는 나이’ 재정의 나서

일본 최대 금융그룹 미쓰비시UFJ은행(MUFG Bank)이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인사정책 조정이 아니라, 일본 사회 전반의 ‘고령화 쇼크’에 대응하는 상징적 변화로 평가된다.
은행은 2027 회계연도부터 새 제도를 단계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스웨덴식 복지국가도 아닌 일본에서 대기업이 먼저 나서 정년을 공식 연장한 것은 이례적이다.
지금까지 일본 대부분의 대기업은 60세 정년 이후 1~2년 계약직 재고용 형태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MUFG는 이런 ‘명목상 연장’이 아니라, 정식 고용 상태로 65세까지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도입하기로 했다.


‘55세 급여 삭감’ 없앤다… 연공서열 대신 실력 중심으로

이번 정년 연장에 맞춰 MUFG는 또 하나의 큰 변화를 발표했다.
바로 55세 이후 일괄 급여 삭감 제도의 폐지다.
지금까지 일본 기업에서는 일정 나이에 도달하면 급여가 자동으로 줄어드는 것이 관행이었다.
‘나이 들면 돈은 덜 받고 일은 더 하는’ 구조였던 셈이다.

하지만 MUFG는 이를 과감히 없애기로 했다.
성과와 기여도에 따라 급여를 조정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능력 중심의 인사체계로 옮겨가겠다는 뜻이다.
이는 “나이에 따라 줄 세우는 관행을 깨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동시에 젊은 세대와의 균형을 위해 신입 초임을 30만 엔 수준으로 인상하는 방안도 병행 중이다.



“은퇴 대신 현역 유지” — 고령화 시대의 생존 전략

이번 결정은 일본의 급격한 고령화가 직접적인 배경이다.
일본의 평균 수명은 84세로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노동 인구는 매년 줄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숙련된 중·고령 인력의 조기 이탈이 곧 경쟁력 손실로 이어진다.

MUFG 관계자는 “시대가 바뀌었고, 경험 많은 인재를 더 오래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고령 직원을 붙잡아두는 것이 아니라, 노년층을 기업의 자산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은행 내부에서는 ‘시니어 직원의 경력 재활용’을 위해
부서 간 이동, 프로젝트 단위 근무, 컨설턴트 역할 등을 확대하는 내부 전환 제도(Job Challenge)도 강화될 예정이다.


세대 간 균형을 위한 실험

정년을 늘리고 급여 삭감 제도를 없애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걱정이 있다.
“그럼 젊은 직원은 언제 승진하나?”
MUFG는 이런 우려를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젊은층 대상의 임금 인상, 커리어 전환 지원, 내부 공모제 등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즉, “나이 많은 직원은 계속 일하고, 젊은 직원은 성장 기회를 확보한다”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시도가 성공하려면 조직 문화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연공서열이 강한 일본 금융권에서 세대 간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다.
하지만 MUFG의 이번 결정은 그 ‘벽을 허무는 첫 실험’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하는 노년’이 바꾸는 기업 풍경

MUFG의 정년 연장은 단지 인사 정책에 머물지 않는다.
일본 경제 전반에서 “은퇴 후 20년 공백”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소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노년층이 소비자이자 근로자로 남는다면, 경제 활동 인구를 유지할 수 있고, 기업 역시 경험 많은 인력을 계속 활용할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일본 사회 전체에 상징적 메시지를 던진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이제 구호가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MUFG는 금융권이라는 보수적 업계에서 이런 실험을 가장 먼저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른 메가뱅크들인 미즈호(Mizuho), 미쓰이스미토모(SMBC)도 비슷한 방향의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과제: 지속 가능성과 성과 중심 평가

물론 모든 변화에는 리스크가 따른다.
65세까지 고용을 보장하면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조직의 세대 교체가 더뎌질 수 있다.
MUFG도 이 점을 인식해, 생산성과 성과 기반 평가 제도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
고령 직원이 단순히 ‘머무는 존재’가 아니라, 새로운 가치 창출의 중심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인사 정책이 진정한 혁신으로 자리 잡으려면, 단순한 나이 연장이 아닌
역할의 재정의 — “나이든 직원이 어떤 일을 어떻게 하며, 어떤 지식을 남길 것인가”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식 기업문화가 바뀌기 시작했다

결국 미쓰비시UFJ은행의 이번 결정은 ‘나이 중심 사회’에서 ‘역할 중심 사회’로 넘어가려는 신호탄이다.
60세 은퇴를 당연하게 여기던 시대는 이제 막을 내리고 있다.
고령 인구가 사회의 짐이 아니라, 지식과 경험의 자산이 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번 변화가 일본을 넘어 한국 등 동아시아 기업문화에도 어떤 파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정년 연장이 단순히 “오래 일한다”가 아니라, “다르게 일한다”로 이어질 때,
진짜 혁신이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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