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동산 시장이 다시 뜨겁다. 높은 금리와 강화된 규제에도 불구하고, 매매가·전세가 모두 꿈틀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이 깊은 시점에서, 이재명 정부는 과연 또 다른 반복인가 아니면 새로운 해법인가.
KB국민은행의 7월 기준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4억 572만 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4억 원대를 돌파했다. 이전 4월에는 13억 2,965만 원 수준으로 조사되었는데, 3개월 만에 기준선을 돌파한 것이다.
9월 기준으로도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전월 대비 약 0.82% 상승하며 16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강남 11개구의 평균 매매가는 18억 원대를 처음 넘어서며 고가 아파트 중심의 상승 흐름도 확인된다.
전세 시장도 마찬가지다. 서울의 전세 매물은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 자료로 보면, 2025년 8월 서울의 전세 매물은 약 2.3만 호 수준으로, 연초 3.2만 호 수준 대비 약 27%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보도에서는, 9월 중순 기준 서울 전세 매물이 2만3,349건으로, 3개월 전(2만5,647건) 대비 약 9% 감소했으며, 연초 대비 약 26.7% 감소한 것으로 보도되기도 한다.
이처럼 매물 감소가 뚜렷해지면서 수요 대비 전세 공급이 부족해졌고, 한국부동산원 전세수급지수도 서울에서 기준선(100)을 넘는 수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규제·세금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공급 쪽에 무게를 두겠다는 선언을 일찍이 해왔다.
핵심은 2025년 9월 발표된 ‘9·7 주택공급 확대방안’이다. 정부는 이 방안을 통해 앞으로 5년간 수도권에 연평균 27만 호씩, 총 135만 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직접 시행 확대, 유휴부지 활용, 도심 재개발을 통한 주택 추가 확보 등도 주요 전략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여러 자리에서 “공급을 확대하면 집값 안정이 가능하다”고 강조했으며, 정부는 공공분양·임대주택 확대, 분양가 통제 완화,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을 병행 정책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공급 정책은 채택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토지 확보, 사업 타당성, 재정 여력, 민간과의 협업 등이 실제 실행력을 좌우한다.
정책의 또 다른 축은 금융 대출 규제다. 6·27 대책 이후 주택담보대출의 승인액이 단기간에 감소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LTV(담보인정비율) 축소,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기준 강화 등이 더해지며 대출 문턱은 올라갔다.
이 조치들은 주로 갭투자,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를 억제하려는 의도로 시행되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다양하다. 실수요자 중 일부는 “대출 문턱이 너무 높아 매매 진입이 어려워졌다”는 불만을 표하기도 한다.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압력이 맞물리면, 매수세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다.
전세대출 쪽도 변화가 크다. 9·7 대책 이후 수도권 내 1주택자의 전세대출 한도가 기존 최대 3억 원에서 2억 원으로 일괄 축소되었다는 보도가 있다. 이 조치는 보증비율 축소, 전세대출 심사 강화 등과 맞물려 전세 매물 감소와 월세 전환 압력을 키우는 요소로 지목된다. 실제 서울 내 전세 매물 감소 폭을 보면, 3개월간 약 9% 감소 보도 사례가 있고, 연초 대비로는 약 26~27% 감소 보도도 있다.
이런 감소 추세는 전세 공급 축소와 수요 구조 변화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규제 강화의 부작용도 염두에 둬야 한다. 대출 규제로 거래가 묶이면 거래 절벽이 생기고, 가격은 하락 대신 경직성 유지 또는 상승 지속 경로로 흐를 여지가 있다. 마땅한 매물이 없으면 수요가 쌓이고, 매물 회전이 안 되면 평균 가격은 오히려 올라갈 수 있다.
공급 정책을 실현하려면 LH 등 공공기관의 재정·운영 능력이 중요하다.
그러나 LH는 지난 수년간 토지보상금 규모가 급감했고, 반면 부채는 늘어나는 흐름이다. 구체적으로, LH 부채규모는 2022년 146조 원대에서 2025년 6월 기준 약 165조 원대로 증가했으며, 이와 동시에 토지보상금은 수조 원대로 낮아졌다. 이로 인해 LH가 직접 시행 방식 확대를 추진하더라도 재정 압박과 사업 추진 여력이 한계 요인으로 지목된다.
LH 부채비율은 최근 기준으로 약 219~222% 수준이다. LH는 재정 여건 안팎에서 압박을 받고 있고, 토지 수용·보상·주택 건설 등 전 과정을 공공이 담당하는 모델이 실제로 작동하려면 여러 제도적 보완과 민간 협업이 필수적이다.
향후 시장의 흐름을 좌우할 요인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정부가 공급 계획을 얼마나 실행력 있게 추진하느냐, 둘째, 대출 규제를 언제, 어느 수준까지 완화하느냐, 셋째, 중국 경기 둔화와 금리 등 외부 요인이 국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이다.
이재명 정부가 “공급 중심 안정”이라는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실수요자의 대출 문턱을 완화한다면, 시장의 신뢰 회복은 가능하다는 평가가 있다. 반면 정책이 ‘선언적 수준’에 머문다면, 서울의 집값 상승세는 오히려 가속화될 수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가 세금으로 집값을 못 잡았듯, 이재명 정부가 대출 규제와 계획만으로는 잡기 어렵다”며 “지금은 말보다 행동, 속도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아직 ‘절반의 변화’ 단계에 머물러 있다.
공급을 강조하지만, 규제는 여전하다.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는 있지만, 체감 효과는 미약하다.
결국 문재인 시즌 2가 되느냐, 아니면 새로운 실험이 되느냐는 앞으로 공급의 현실화 속도와 대출 규제의 유연성에 달려 있다.
서울 집값 흐름은 이미 정책보다 빠르다. 정부가 얼마나 시장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가,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