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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본, 한국 정치에까지 손 뻗는 한국 태생의 사이비 종교
  • 장한님 편집장
  • 등록 2025-10-20 14:5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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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교’, 종교를 넘어선 거대 권력 네트워크의 실체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는 신도의 모습 (사진: 통일교 USA 홈페이지)


 

1954년 5월 1일, 서울 성북구 북악산 기슭에서 문선명(1920 ~ 2012)이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를 창립했다. 훗날 ‘통일교’로 불리게 된 이 단체는 한국전쟁 직후의 혼란과 종교 열풍 속에서 태동했다. 문선명은 자신이 “예수의 미완의 사명을 완성할 새 메시아”라 주장했고, “참부모”라는 독자 교리를 내세워 기존 기독교와 차별화했다.
‘신의 혈통을 회복한 참가정’이라는 구호 아래 대규모 합동결혼식을 벌이며 국내외의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이후 통일교는 단순한 종교 집단이 아닌 정치 · 경제 · 언론 네트워크를 아우르는 복합 권력체로 성장해 나간다.



통일교 초기 모습(사진: 통일교 홈페이지)


 

교세 확장: 한국에서 세계로


1960년대 초, 통일교는 일본과 미국에 선교사를 파견하며 국제화의 문을 열었다.
일본에서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일본본부’가 설립되어 급격히 교세를 넓혔고, 수십만 명의 신도를 확보했다. 일본 내 자민당 보수계 정치인들과의 인맥을 기반으로 반공 · 보수 운동에 참여했으며 고액 헌금과 정치 후원금으로 재정 기반을 다졌다.
미국에서도 1970년대부터 워싱턴과 뉴욕을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했다. 통일교가 세운 워싱턴 타임스(The Washington Times) 는 보수 성향 언론으로 미국 정계와 깊은 관계를 맺었다. 닉슨 대통령 시절 “닉슨을 지지하자(Pray for Nixon)” 캠페인을 벌였던 것도 통일교였다.
이 시기 통일교는 “세계적 반공 네트워크”를 자처하며 냉전 구도 속에서 정치적 발언권을 확보했다.

 


 

기업 왕국으로 변신한 종교


한국에서는 1963년 ‘통일그룹(Tongil Group)’을 설립해 제조업과 건설, 관광, 제약, 교육 등 다방면으로 사업을 펼쳤다.
대표 계열사로는 음료 · 제약회사 ‘일화’, 건축업체 ‘일신석재’, 그리고 기계부품사 ‘통일중공업’ 등이 있다.
북한 남포에는 ‘평화자동차’를 세워 남북경협의 상징으로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종교 자본의 정치적 확장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미국의 총기회사 Kahr Arms 가 등장한다. 이 회사의 창립자이자 대표는 문선명의 아들 문국진(Justin Moon) 으로, 워싱턴포스트는 1999년 기사에서 “Unification Church Tied to Arms Maker(통일교, 총기 제조업체와 연결)”라고 보도했다. 통일교 재정망의 한 축이 미국 총기 산업에 연결되어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이처럼 통일교는 종교 수입뿐 아니라 기업 활동과 투자, 헌금, 부동산 자산으로 종교기업 복합체’ 로 진화했다.



일화의 대표 상품 맥콜 (사진: 일화 홈페이지)


 

정치권과 얽힌 긴밀한 관계

 

일본: 아베 신조 피살로 드러난 검은 연결


2022년 7월, 일본 전 총리 아베 신조가 피살되면서 통일교와 일본 정치권의 오랜 관계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범인은 “어머니가 통일교에 막대한 헌금을 바쳐 가정이 파탄났다”고 진술했다. 이후 조사 결과 자민당 소속 다수 의원이 통일교 행사에 참석하거나 후원금을 받았던 사실이 밝혀졌다.
언론은 통일교가 수십 년간 일본 정치권, 특히 보수파 의원들을 상대로 조직적 정치 공작 및 자금 지원을 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현재 통일교의 종교법인 자격 해산 절차를 검토 중이다.

 

한국: 윤석열 정권과의 유착 의혹


한국에서도 통일교는 정치권 로비 의혹으로 다시 도마에 올랐다.
검찰은 2025년 들어 통일교 관계자들이 과거 정부 고위 인사에게 금품과 선물, 정치자금성 접대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통일교의 각종 재단과 기업, 언론사가 정치권과 얽혀 있는 정황이 확인되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종교와 정치의 불투명한 관계가 국민적 분노를 사고 있다.





교단 내부의 권력 승계와 분열


창시자 문선명 사망(2012년) 이후 통일교는 세 계파로 갈라졌다.
공식 조직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FFWPU)’은 부인 한학자가 이끌며 현재까지 ‘참어머니’로 불린다.
그러나 그의 아들들 — 문형진(Sean Moon)문국진(Justin Moon) — 은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 문형진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Rod of Iron Ministries(철장 교회) 를 설립, AR-15 소총을 들고 ‘왕관 결혼식’을 진행하는 등 극우 성향의 종교 · 무장 운동을 펼치고 있다. 다른 아들 문현진(Hyun Jin Preston Moon)은 ‘글로벌 피스 파운데이션(Global Peace Foundation)’을 세워 별도 평화운동을 전개 중이다.
이처럼 교단은 가족 간 권력투쟁으로 분열되었지만, 각 분파는 여전히 막대한 자산과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Rod of Iron Ministries 4주년 기념행사에서 문형식 (사진: Rod of Iron Ministries 홈페이지)


 

 

헌금과 영적 판매, 피해자의 목소리


특히 일본에서는 “영적 판매(spiritual sales)”라 불리는 강제 헌금 문제가 심각했다. 신도들이 “조상의 죄를 사하기 위해 거액을 내야 한다”는 교리적 압박 속에 집과 재산을 팔아 헌금했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한국에서도 고액 기부와 부동산 헌납을 종용당했다는 피해자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피해를 이유로 통일교 해산 청구를 공식 검토 중이며, 한국에서도 유사 피해 실태 조사가 진행 중이다.

 

 



거대한 ‘종교 네트워크’의 현재


2025년 현재 통일교는 공식적으로 전 세계 100여 개국에 조직을 두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독립 연구기관들은 활동 신도 수를 50만 ~ 70만 명 수준으로 추산한다.
한국과 일본, 미국이 핵심 거점이며, 이외에도 필리핀, 브라질, 나이지리아 등 개발도상국에서 활발히 선교 중이다.
교단 산하에는 수십 개의 재단과 학교, 병원, 문화단체가 있다. 청심병원·청심국제학교·리틀엔젤스합창단 등이 대표적이다.
 표면적으로는 “세계평화 · 가정 · 통일”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정치 · 언론 · 경제 · 군사 분야에 이르기까지 세력을 뻗치고 있다.

 

 


 

종교인가, 권력기구인가


통일교는 스스로를 “참사랑과 가정의 종교”라고 홍보하지만, 비판자들은 이를 “권력과 자본을 결합한 글로벌 사이비 네트워크”로 규정한다.
한국에서 태동한 이 단체는 일본에서 막대한 자금을 모으고, 미국에서 언론과 총기 산업을 소유하며, 다시 한국 정치권으로 자금을 역류시키는 구조를 구축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종교의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권이지만 그 자유가 정치와 자본의 도구로 전락할 때, 사회는 어떤 위험에 직면하게 되는가.
 통일교를 둘러싼 최근의 수사와 논란은 그 질문을 우리에게 다시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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