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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말해야 한다.. 이태원 '경비인력 0'의 밤, 2022년 10월 29일 무슨 일이 있었나?
  • 장한님 편집장
  • 등록 2025-10-31 13:44:08
  • 수정 2025-10-31 16:2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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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의 안전관리 실패를 묻다
  • 예고된 위험, 2022년만 경비계획 없음


오늘은 10월 31일, 할로윈이다.

한국의 전통 명절은 아니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날은 젊은이들의 축제였다. 재미있는 분장으로 개성을 뽐내고,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친구들과 어울리는 특별한 밤. 할로윈은 그렇게 도심 속 작은 일탈이자 즐거움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제 거리는 한산하다. 할로윈을 즐기는 이들이 부쩍 줄었다.

3년 전 그날, 2022년 10월 29일 토요일 밤. 할로윈을 맞아 이태원을 찾은 수많은 젊은이들이 국가의 안전관리 부재 속에서 목숨을 잃었다. 159명의 죽음 앞에서, 할로윈은 더 이상 즐거움의 이름일 수 없게 됐다.

그날 이후, 한국의 할로윈은 멈춰 섰다.


• 그날 경비 인력은 어디에 있었나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턴호텔 옆 내리막 골목. 2022년 10월 29일 밤 10시경, 수 시간 전부터 "압사 위험"을 경고하는 신고가 이어졌다. 하지만 현장에는 군중 흐름을 통제할 경비 인력이 보이지 않았다.

뒤늦게 드러난 정부 합동감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그날 밤 이태원 일대에 경비인력이 '전혀배치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같은 시각 용산 대통령실(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인근에는 집회·시위 대응을 위한 경비가 집중되어 있었다.

159명이 목숨을 잃은 그날 밤, 국가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1. 할로윈, '전날 ' 축제는 어떻게 10 31일이 되었나

할로윈은 켈트족의 사윈(Samhain) 축제기독교의 '모든 성인 대축일전야가 겹치며 자리 잡았다. 8세기 교황 그레고리우스 3세가 11월 1일을 성인 대축일로 정하면서, 그 전날 밤이 'All Hallows' Eve',  할로윈이 됐다.

해가 지면 하루가 시작되던 켈트의 관습에 따라 10월 31일 밤은 사실상 11월 1일의 시작이었다. 이름 자체가 '성인 대축일의 전날 밤'을 뜻한다.

 

2. 한국에서 '놀이의 이유' 되기까지

국내에서 할로윈은 주한미군과 외국인 커뮤니티 내부 행사로 시작됐다. 이후 영어유치원과 학원의 이벤트를 거쳐, 2000년대 들어 테마파크와 유통업계의 시즌 마케팅이 결합하며 대중화됐다.

분장과 코스튬, 친구들과의 야간 외출이 결합된 '도심형 놀이'는 젊은 층에게 빠르게 스며들었다. 특히 이태원은 외국인과 청년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할로윈의 중심지가 됐다.

 


3. 2022 10 29예고된 위험

2022년, 그 해는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   할로윈이었다. 이태원에는 10만 명 안팎이 몰렸고, 해밀턴호텔 옆 폭 3.2~4m 내리막 골목으로 유입이 겹치며 치명적인 병목 현상이 발생했다.

 112 신고는 오후 6 34에 접수됐다. "넘어지면 대형사고가 난다"는 취지의 경고가 11건 이어졌지만 현장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같은 밤 119에는 87건의 신고가 쏟아졌다.

위험은 예고되었다그러나 대응은 없었다.

 

4. '137 있었다' 반론과 '경비 0' 실체

경찰은 당시 이태원에 137명을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인력의 다수는 형사·교통·여성청소년과 소속 일반 경력이었다.

군중 혼잡을 통제하는 '경비(기동대인력' 0이었다는 점이 쟁점의 핵심이다. 이는 사고 직후 보도와 더불어 2025년 10월 23일 정부 합동감사에서 공식 확인됐다.

결국 숫자(137명)는 있었지만 제 역할을 할 인력(기동대 인력)은 없었던 것이다.

 

5.  '경비 0'이었나용산 이전 이후의 우선순위

정부 합동감사 브리핑은 충격적인 배경을 드러냈다.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2022년 5월) 이후 용산서 관내 집회·시위가 전년 34건에서 921건으로 약 26배 급증했다.

지휘부는 대통령실 인근 경비를 최우선으로 운용했다. 그 결과 참사 당일 이태원 일대에는 경비인력이 전혀 배치되지 않았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용산경찰서가 2020·2021년에는 수립했던 '할로윈 인파관리 경비계획'을 2022년에는 수립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기동대 13개 중대(약 65~180명)가 투입된 사례도 있었다.

대통령실 경비와 시민 안전 사이에서 국가는 전자를 택했다.

 

  사진: 10·29 이태원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홈페이지
6. 무엇이어떻게 무너졌나사실 관계


경고의 무시
 18:34~22:11 사이 '압사 위험' 112 신고 11건이 접수됐다. 일부는 허위로 '조치 완료' 처리됐다.

구조의 지연
 22:15 이후 119 신고가 폭주했으나, 대형 병목 현상으로 진입이 늦어졌다. 소방청이 공개한 녹취록은 87건에 달한다.

물리적 환경
 해밀턴호텔 일대 불법 증축과 협소한 골목 구조가 병목을 증폭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관련 사건에서 일부 위반은 유죄, 일부는 무죄 판단이 내려지는 등 사법 판단이 갈렸다.

피해 규모
 159명 사망, 196~197명 부상. 국내외 다수 매체와 보고서가 군중관리 실패를 주된 원인으로 지목했다.

 

7. 외신이  이태원—"방종의 탓이 아닌통제 실패"

사고 직후와 1주기·2주기 보도에서 해외 주요 매체들은 군중통제 부재와 대응 실패를 반복적으로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구조 지연과 지휘 실패를 집중 조명했다. 로이터는 이 사건을 "군중관리 실패(a lack of adequate crowd and traffic control)”로 빚어진 인재(人災)로 규정했다. 

즉, 해외 언론에서도 이 참사를 개인의 책임이 아닌 국가의 실패로 기록했던 것이다.

  

8. 사후의 ·정치책임은 어디까지 갔나

법원은 2024년 용산경찰서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는 등 일부 경찰 간부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서울지방경찰청장 등 상급자 일부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24년 국회는 '10·29 이태원참사 특별법'을 통과시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조사 기반을 마련했다. 2025년 7월에는 재수사팀 구성 지시도 이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질문이 남아 있다. 왜 경비계획은 사라졌는가. 누가 우선순위를 정했는가. 책임의 최종 지점은 어디인가.

  

9. " 놀러간 사람을 추모하나"라는 질문

이태원은 '행사장'이 아니라 도시의 공공공간이다.

공공기관이 축제를 '주최'하지 않아도 특정 시점의 특정 공간에 대규모 인파가 예견된다면 국가·지자체·경찰의 인파관리 책임은 사라지지 않는다.

2020·2021년에는 명백히 존재했던 혼잡경비 계획이 2022년에 사라졌다. 경보성 112·119 신고가 누적됐는데도 경비 공백이 방치됐다. 이 사실은 이번 비극이 개인의 '놀이' 때문이 아님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는 공식 감사와 국내외 다수 보도로 확인된 안전관리 실패의 결과다.

 


•  3주년의 과제—'무주최사각지대를 보호하 

할로윈은 원래부터 '기억과 추모'의 전야였다.

3년이 지난 지금 필요한 것은 무주최·자발적 군중이라도 혼잡이 예견되면 사전 시뮬레이션·일방통행·유입 차단·현장 지휘 일원화를 즉시 가동하는 제도화다.

서울 도심은 이후 할로윈·연말 시즌에 대규모 사전 배치를 정례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임시방편이 아닌 상시 표준으로 뿌리내려야 한다.


159명의 죽음이 헛되지 않으려면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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