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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안 왔다”며 휴무일 식당 찾아가 흉기 난동... 자영업 하는 게 죄인가?
  • 이시한 기자
  • 등록 2025-11-15 10: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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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무일 주문 뒤 다음 날 흉기 들고 방문
  • 출입문 두드리며 난동…업주 신고로 경찰 출동
  • 흉기 협박 적용 시 실형 가능성도

채널A 뉴스(2025.11.14 방송분) / 화면 캡처 

"배달음식 안 와" 흉기 들고 식당 문 '쾅쾅쾅'…휴무일에 벌어진 위험한 분노

휴무일이던 음식점에 배달음식을 주문해 놓고 음식이 오지 않는다며 흉기를 들고 찾아간 60대 남성이 검찰에 넘겨졌다. 배달 플랫폼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소비자 불만이 곧바로 폭력적 행동으로 번지는 모습이 반복되면서, 자영업자 안전과 배달 플랫폼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도 커지고 있다.


휴무날 주문 넣고, 다음 날 흉기 들고 찾아가

부산 금정구의 한 음식점에서 사건이 벌어진 것은 지난 9월 18일이다. 60대 남성 A씨는 그 전날 배달앱을 통해 해당 음식점에 음식을 주문했지만 배달이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음식점은 휴무 상태였고, 주문 자체가 정상적으로 처리될 수 없는 날이었다.

이에 격분한 A씨는 다음 날 흰색 종이상자를 든 채 음식점을 찾았고, 닫힌 출입문 손잡이를 잡아당기며 문을 세차게 흔들었다. 업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상자를 빼앗아 확인한 결과, 내부에는 길이 23cm가량의 흉기가 들어 있었다. 경찰은 현장에서 A씨를 체포했고, A씨는 현재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됐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영업주와 주변 상인들은 “언제든 실제 범죄로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이라며 큰 불안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협박’ 혐의 가능성…흉기 등장하면 처벌 수위 급상승

A씨에게는 형법상 ‘특수협박’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형법 제284조는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사람을 협박한 경우 ‘특수협박죄’가 성립한다고 규정한다. 이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어, 단순 협박보다 훨씬 무거운 처벌 대상이다.

특수협박은 실제로 흉기를 휘둘렀는지와 별개로, 피해자가 현실적인 공포심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가 핵심이다. 최근 판례에서도 칼이나 망치 등을 손에 든 채 위협적인 행동을 한 것만으로 특수협박이 인정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배달이 안 됐다는 이유만으로 흉기를 들고 가게를 찾아간 행위는 사회 통념상 용납되기 어렵고, 초범이라도 실형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배달앱 구조의 빈틈…‘휴무일 주문’ 어떻게 가능했나

이번 사건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대목은 ‘휴무일 주문’이 어떻게 성사됐느냐는 점이다. 보통 배달앱은 가게가 휴무나 브레이크 타임으로 설정돼 있으면 주문이 불가능하지만, 영업시간·휴무일 설정을 점주가 수동으로 변경하는 구조다.

실제 일부 자영업자들은 “휴무일 변경을 깜빡했거나, 플랫폼 화면에서는 ‘준비 중’으로 보이는데 주문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한다. 정부와 업계 역시 배달앱이 사실상 ‘주문 인프라’ 역할을 하는 만큼, 휴무일·영업 시간 정보가 현장과 어긋나지 않도록 기술적·관리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이번 사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앱이 사용됐고, 휴무일 표시가 어떻게 설정돼 있었는지는 수사 과정에서 추가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배달거지·악성 소비자”에 시달리는 자영업자들

이번 사건은 최근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이른바 ‘배달거지’ 논란과도 맞닿아 있다. 배달앱으로 음식을 주문한 뒤, 이물질 사진을 조작해 수백 차례 환불을 받아낸 사례, 음식을 거의 다 먹고 나서 “맛이 이상하다”며 환불을 요구하고 폭언을 퍼붓는 사례 등이 잇따라 보도됐다.

또 다른 사건에서는 7만원이 넘는 음식을 정상 배달받고도 “바닥에 뒀다”는 이유로 일방 취소를 요구해, 음식을 만든 사장이 전액 손해를 떠안는 일이 벌어졌다.

자영업자들은 “플랫폼 구조가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 보니, 악의적인 환불 요구나 협박성 리뷰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이런 환경이 일부 손님들의 ‘갑질’을 부추기고, 심지어 흉기 사건 같은 극단적 충돌로 번질 위험까지 키운다”고 하소연한다.


폭력으로 흐르기 전에 막아야 할 것들

전문가들은 이번 부산 사건을 단순한 ‘황당 사건’으로 소비할 것이 아니라, 세 가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첫째, 흉기 난동과 특수협박에 대해서는 초기에 강력한 형사 처벌을 통해 ‘강력한 신호’를 줄 필요가 있다. 둘째, 배달앱과 점주 간 계약 구조, 환불·취소 규정, 휴무일·영업시간 표시 시스템 등 플랫폼 설계를 개선해 분쟁의 불씨를 줄여야 한다. 셋째, 소비자 교육과 캠페인을 통해 “불만 제기는 정당하게, 폭력은 절대 안 된다”는 기본선을 사회적으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은 A씨에 대해 정확한 범행 동기와 전과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으며, 검찰 단계에서 적용 혐의와 구형 수준이 가려질 전망이다. 배달 플랫폼 시대에 ‘클릭 한 번’으로 시작된 주문이 어떻게 흉기 사건으로까지 비화할 수 있는지, 이번 사건은 그 어두운 단면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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