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SLL, 드라마하우스, 바로엔터테인먼트)
김부장이 끝내 못 단 임원,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다는 걸까
드라마와 현실 속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팀과 조직을 위해 헌신했지만 끝내 ‘임원’이라는 직함은 달지 못한 김부장이다. 그렇다면 한국 기업에서 신입으로 입사한 직원이 실제로 임원이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각종 기업 분석 자료에 따르면 국내 100대 기업 기준 일반 직원이 임원이 될 산술적 확률은 0.8% 정도다. 직원 120여 명당 임원 1명꼴로, 100명이 넘는 사람 가운데 1명 정도만 별을 다는 구조다.
임원 비중은 업종에 따라 차이가 난다. 유통·리테일 업종은 임원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수백 명 가운데 1명꼴로 임원이 나온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금융·증권 등 일부 업종은 조직 구조상 임원 비중이 높아 산술적 승진 확률이 2~3%대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대기업 신입으로 들어가 그 회사에서 임원까지 오르는 사람은 100명 중 1명도 되지 않는다”는 평가는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임원이 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임원이 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먼저 나이와 커리어 타이밍이 눈에 띈다. 국내 주요 그룹의 자료를 종합하면 첫 임원 승진 연령은 대체로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에 집중돼 있다. 일부 조사에서는 평균 49세에 임원으로 선임돼 50대 초반에 회사를 떠나는 것으로 나타난다. 임원 재임 기간은 평균 5~6년 수준으로, 일반 직원의 평균 근속 연수보다 짧다. 세대 구성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1960년대생 임원 비중이 줄어드는 대신 1970년대생이 임원층의 다수를 차지하고, 1980년대생 임원도 서서히 늘어나는 흐름이다.
학력·전공 배경도 관심사다. 과거에는 이른바 명문대와 경영·경제 전공 출신이 임원·CEO를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했지만, 최근에는 이공계 출신 최고경영자와 임원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특정 소수 대학 쏠림 현상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다양한 대학과 전공 출신이 임원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꾸준히 보고된다. 학벌과 전공이 여전히 유리한 출발점인 것은 사실이나, 장기간 성과와 조직 내 신뢰가 없으면 임원까지 버티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제공=SLL, 드라마하우스, 바로엔터테인먼트) 여전히 높은 유리천장
성별 구성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여성 임원 비중도 꾸준히 올라서, 최근 조사에서는 8% 안팎까지 올라왔다. 아직도 10%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이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긴 하다. 그럼에도 “임원 10명 가운데 여성은 한 명도 없는 회사”가 적지 않아 유리천장은 여전히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기업이 여성 임원 확대를 위한 목표치를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변화 속도는 여전히 더디다는 지적이 반복된다.
임원이 되면 가장 크게 달라지는 것
임원이 되면 무엇이 가장 크게 달라질까. 우선 업무의 무게가 바뀐다. 부장급까지가 자신의 팀과 부서 목표를 달성하는 ‘실무 리더’라면, 임원은 회사 전체 또는 하나의 사업부 손익을 책임지는 ‘경영 책임자’에 가깝다. 전략 수립, 투자 결정, 인사와 조직 개편 등 회사의 큰 방향을 좌우하는 의사결정을 수행하며,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함께 진다. 이 때문에 “실무 스트레스는 줄어들지만, 성과와 리스크에 대한 부담으로 오히려 잠은 더 안 온다”는 말이 임원들 사이에서 자주 나온다.
지위의 성격도 다르다. 일반 직원에게 직급이 승진과 호봉을 전제로 한 ‘신분’이라면, 임원은 기간과 성과에 따라 언제든 교체될 수 있는 ‘고액 연봉 계약직’에 가깝다는 인식이 강하다. 사업 방향이 바뀌거나 실적이 부진하면 한 번의 인사에서 다수의 임원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도 드물지 않다. 임원이라는 타이틀이 화려한 만큼 그만큼의 리스크를 내포한 자리인 셈이다.
임원 연봉, 어느 정도 받나
연봉 격차는 숫자로 확연히 드러난다. 주요 대기업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임원 평균 연봉은 4억 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집계됐다. 같은 회사의 일반 직원 평균 연봉이 1억 원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임원은 직원보다 4배가량 더 받는 셈이다. 자산 상위 20대 그룹 상장사를 따로 보면, 등기임원 평균 보수는 10억 원을 넘기기도 한다. 이 경우 직원과의 격차는 10배 이상 벌어진다. 다만 여기에는 기본급뿐 아니라 각종 인센티브, 스톡옵션, 퇴직 보상 성격의 보수까지 포함돼 있어 실제 매년 손에 쥐는 현금과는 차이가 있다. 그룹·업종별 편차도 커 일부 유통·유화·금융 그룹에서는 임원과 직원 간 연봉 격차가 15~20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협동조합·공기업 계열의 경우 임직원 간 격차가 2배 이내에 머무는 곳도 있다.
(사진제공=SLL, 드라마하우스, 바로엔터테인먼트)
신입이 임원까지 가려면 필요한 것들
그렇다면 신입사원이 임원까지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최소 20년 이상 한 업계 안에서 일관된 성과를 쌓을 것”을 첫 조건으로 꼽는다. 팀 목표를 달성하는 능력은 물론, 사업 전체의 손익 구조를 이해하고 숫자로 말할 수 있는 역량이 필수라는 평가다. 여기에 이해관계자 조율 능력과 조직 내 신뢰, 변화기에 회사가 필요로 하는 디지털 전환·신사업·글로벌 역량 등을 갖춘 인물이 임원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김부장’의 커리어는 정말 실패일까
그러나 통계가 보여주듯 임원이 되는 길은 극히 일부에게만 열려 있다. 이 때문에 인사·경영 전문가들은 “임원 승진 여부만을 커리어의 최종 목표로 삼기보다는, 임원이 되지 않더라도 자신의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어떻게 설계할지에 대한 전략이 더 현실적”이라고 조언한다. 임원이 되지 못한 김부장의 모습은 실패의 상징이 아니라 확률상 자연스러운 결과에 가깝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어떤 역량을 쌓았는지, 그리고 그 역량이 회사 안팎에서 얼마나 지속가능한 가치를 만들어내는지라는 점에서, 한국 기업의 ‘별’이 되지 못한 다수의 김부장들 역시 여전히 조직과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축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