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 미국 의회도서관)과 제프리 앱스타인 (사진: 플로리다 팜비치 카운티 셰리프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동안 반대해온 제프리 엡스타인(Jeffrey Edward Epstein) 관련 기밀문서 공개에 찬성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1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TRUTH) 소셜에 "하원 공화당 의원들은 엡스타인 파일 공개에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House Republicans should vote to release the Epstein files)"며 "우리는 숨길 것이 없다(because we have nothing to hide)"고 밝혔다.
• "민주당의 정치 공세" 주장하며 공개 지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게시글에서 엡스타인 파일 공개 요구를 "민주당이 공화당의 성과와 셧다운 승리를 가리기 위해 만든 정치적 공세"라고 규정하면서도 공개 자체에는 찬성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는 그동안 엡스타인 파일 공개를 '민주당의 음해 공작'이라며 부정적 태도를 보여온 것과는 상반된 행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까지도 이를 "새로운 엡스타인 허구"라고 부르며 지지층에 "거기에 시간과 에너지를 쓰지 말라"고 당부해왔다.
• 존슨 의장도 공개 지지 표명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전날 인터뷰에서 법무부 보유 엡스타인 관련 문서를 공개하는 표결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 관련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존슨 의장 역시 "숨길 것이 없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공개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다.
• 디스차지 청원(discharge petition) 으로 표결 불가피
이번 논쟁의 발단은 민주당 로 카나 의원이 발의한 '엡스타인 파일 투명성법'이다. 이 법안은 법무장관에게 법무부가 보유한 엡스타인 관련 문건을 비공개 사유를 최소화해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화당 토머스 매시 의원이 강제 표결을 위한 '디스차지 청원(지도부와 위원회가 묵혀둔 법안을 의원들의 과반 서명을 모아서 강제로 본회의 표결까지 끌어올리는 절차) '을 제출했고, 민주·공화 양당 의원 218명이 서명하면서 하원 본회의 표결이 불가피해졌다.
• 당내 반발에 입장 선회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이 법안에 대해 공화당 의원들에게 반대표를 던지라고 압박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공화당 보좌진은 엡스타인 파일 공개 요구를 "행정부에 대한 적대 행위"로 규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청원 서명이 완료되고 당내 반발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 지지로 선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그는 법무부에 민주당 인사들의 엡스타인 연관성을 수사하라고 지시해 이슈의 방향을 야당 공격으로 전환하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 핵심 지지층과의 균열도 표면화
이번 사안은 트럼프 대통령과 핵심 지지층 간 미묘한 균열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 파일 처리를 둘러싸고 대표적인 '충성파'로 꼽히던 마조리 테일러 그린 의원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그린 의원은 엡스타인 관련 문건의 전면 공개를 강하게 주장하며 당 지도부를 비판해왔다.
매시 의원도 "문건 공개에 반대하는 것은 아동 성범죄자들을 보호하는 선택으로 보일 것"이라며 같은 당 동료들을 압박하고 있어, 공화당 내부 분열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 '권력자 비밀 인맥' 둘러싼 의혹
엡스타인 사건은 워싱턴과 월가, 유럽 상류층까지 연루됐다는 의혹 때문에 미국 유권자들 사이에서 '권력자들의 비밀 인맥을 밝힐 열쇠'로 여겨져왔다.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은 별도 조사에서 "일명 '클라이언트 리스트'로 불리는 단일 명단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일부 유권자들은 여전히 정부가 중요한 정보를 숨기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 법안 통과 여부는 공화당 이탈표에 달려
민주당 카나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엡스타인과 연루된 모든 권력자에 대해 정파를 가리지 않는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며, 공화당 의원 40~50명이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공화당은 하원에서 219석, 민주당은 214석을 보유하고 있어 공화당 이탈표 규모에 따라 법안 통과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향후 하원이 실제로 파일 공개 법안을 통과시키고 상원과 백악관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따라 엡스타인 사건은 다시 한번 미국 정치를 뒤흔드는 변수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숨길 것이 없다"며 적극적인 공개 지지로 돌아섰지만, 문건 내용에 따라 정치적 후폭풍의 방향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