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입맛도 건강도 바꿔야 할 때"…50대 이후를 겨냥한 ‘미래형 식탁’이 온다
서울 마포에 사는 박인숙 씨(62)는 요즘 장을 볼 때마다 라벨을 유심히 본다. 나트륨 함량, 단백질 함량, 그리고 생소한 ‘기능성’ 표기가 눈에 들어온다. “예전엔 맛만 봤는데, 이제는 몸에 뭘 넣는지가 더 중요해졌어요.”
건강을 고려한 식습관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 특히 50대 이후 중장년층은 대사 건강, 면역력, 관절 관리 등 다양한 고민을 안고 있는 만큼, 식품 산업은 이들을 위한 새로운 해답을 찾고 있다.
EIT Food 등 유럽 식품혁신기관에서 발표한 2025년 주목할 식품 트렌드를 보면, 중장년층을 위한 제품군이 급부상하고 있다.
하이퍼리얼리틱 대체육
식감, 육즙, 풍미까지 실제 고기처럼 만든 고단백 저지방 대체육이 인기를 끌고 있다. 단백질 섭취가 중요한 50대 이상에게 적합하며, 콜레스테롤 부담도 적다.
기능성 식품의 일상화
면역력, 장 건강, 혈당 조절, 뇌 건강 등 특정 건강 기능에 특화된 제품들이 다양화되고 있다. 단순 영양 보충이 아니라, 특정 ‘건강 솔루션’을 제시하는 방향이다.
새로운 식감·형태의 음식
씹기 편하고 소화에 부담 없는 식품 디자인도 트렌드가 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에어리 푸드’나 ‘젤 타입 고단백 식품’ 등이 시니어 식사 대안으로 부상 중이다.
과거 식품 산업이 젊은 층의 입맛을 좇았다면, 이제는 회복력을 챙기는 식품, 즉 '먹고 나서 몸이 반응하는 음식'에 주목하고 있다.
대한영양사회 관계자는 “중장년 소비자는 단지 건강에 좋다는 걸 넘어서, ‘어떤 기능이 나한테 필요한가’를 구체적으로 따지는 세대”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개인 맞춤형 식단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있다. 건강 정보와 식습관 데이터를 분석해, 매주 기능성 식품을 구성해주는 정기배송 시스템도 인기다.
한국에서도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3년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5조 원을 넘어섰고, 구매 주도층은 50대 이상이 절반을 차지했다.
다만, 정보와 신뢰성 문제는 여전히 과제다. 기능성 식품이라 해도 기준과 근거가 불명확하거나 과장된 마케팅이 혼란을 부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장년층이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식품 교육과 신뢰 기반 플랫폼이 더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50대는 더 이상 ‘늙어가는 세대’가 아니다.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설계하고, 회복력을 관리하는 소비의 주체로 변화하고 있다.
미래의 식탁은 그들의 취향과 건강, 그리고 삶의 리듬에 맞춰 새롭게 디자인되고 있다.
이제는 ‘먹는 것’이 삶의 질을 가르는 핵심 기준이 되는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