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의 영어 실력이 비영어권 아시아 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대 규모 영어능력 평가인 EF EPI(English Proficiency Index) 2025 조사 결과 한국은 영어를 공식 언어로 사용하지 않는 아시아 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
English Proficiency Index(영어 능력 지수) 세계 123개국 전체 순위
세계 48위, 아시아 비영어권 1위
이번 조사에서 한국은 세계 48위에 522점을 기록했다. 한국보다 높은 순위를 차지한 아시아 국가는 필리핀, 말레이시아, 홍콩 3개국뿐이다.
그러나 이들 국가는 모두 영어를 공식 언어 또는 실질적 공용어로 사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필리핀은 헌법에서 영어를 공식 언어로 규정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는 고등교육·법원·비즈니스 분야에서 영어가 사실상 공용어로 기능한다. 홍콩은 중국어와 영어가 동등한 지위의 공식 언어다.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지 않는 국가로 한정하면, 한국이 아시아 전체에서 가장 높은 영어 실력을 보유한 셈이다.
일본·중국·인도와 격차 뚜렷
한국과 자주 비교되는 주요 아시아 국가들과의 격차는 상당하다. 일본은 96위로 446점, 중국은 86위로 464점, 인도는 74위로 484점을 기록했다.
특히 인도의 경우 영어가 공식 언어임에도 불구하고 한국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인도에서 영어 사용이 특정 계층과 교육 환경에 편중되면서 국가 전체 평균이 낮아진 것으로 분석한다.
반면 한국은 영어가 일상 언어가 아님에도 전 국민이 비교적 고른 수준의 영어 교육을 받으면서 안정적인 평균 실력을 유지하고 있다.
English Proficiency Index(영어 능력 지수) 아시아 부문 순위
구조적 경쟁력이 만든 성과
전문가들은 한국의 영어 경쟁력이 단순한 학습량의 결과가 아니라 사회·경제적 구조에서 비롯된 총체적 성과라고 평가한다.
수출 중심 경제 구조에서 영어가 곧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환경, 전국적으로 높은 교육 접근성, K-콘텐츠의 세계화로 인한 영어 활용 증가, AI와 디지털 학습 도구의 빠른 확산, 그리고 기업과 대학이 요구하는 영어 기준의 지속적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요소들이 결합되면서 한국은 비영어권 국가 중 드물게 '전 국민 평균 영어력'이 높은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AI 시대, 실제 커뮤니케이션 능력 향상 필요
다만 과제도 남아 있다. 한국의 강점은 주로 읽기와 듣기 영역에 집중돼 있으며, 말하기와 쓰기 같은 생산적 언어 능력에서는 여전히 약점을 보인다.
언어교육 전문가들은 AI 시대에는 단순 독해력보다 실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교육 및 평가 체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추격자에서 선도 그룹으로
이번 조사 결과는 한국이 더 이상 영어 학습에서 '추격자'가 아니라 비영어권 국가 중 '선도 그룹'을 이끄는 위치에 올랐음을 보여준다.
다만 실용적 의사소통 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 혁신이 뒷받침돼야 이 우위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영어 교육은 이제 양적 확대에서 질적 전환의 시점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