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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폐지하자'.. 그럼 어떻게 뽑지?서울시 교육청의 파격적인 제안!!
  • 노승오 교육 기자
  • 등록 2025-12-10 13: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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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8학년도, 현 고1이 먼저 겪는 선택과목 절대평가
  • 2033학년도, 내신·수능 모두 절대평가로 바뀌는 세대
  • 2040학년도 수능 폐지 구상과 공정성 논쟁


이번에 나온 건 ‘서울시교육청 제안서’다

서울시교육청이 수능 폐지를 포함한 대입 개편 로드맵을 공식 제안했다. 내신과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장기적으로는 수능 자체를 없애 학생부와 성장 이력 중심으로 대학을 선발하자는 내용이다. 이번 안은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가 최종 결정권을 쥐고 있는 대입 제도를 서울시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흔든 구상이라는 점에서 교육계 안팎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발표의 가장 큰 특징은 방향만 제시한 구호 수준이 아니라, 2028학년도, 2033학년도, 2040학년도라는 세 시점을 명확히 찍어 단계별로 수능의 비중을 줄이고 결국 폐지하는 흐름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상대평가 수능 중심의 대입 구조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지금 고1이 치를 2028학년도, 뭐가 더 바뀌나

2028학년도 대입은 현 고1이 치르게 되는 입시다. 이미 교육부가 큰 틀을 확정한 상태에서, 서울시교육청은 여기에 몇 가지 추가 수정을 제안했다. 수능 체계는 공통과목 중심의 통합형 구조로 바뀌고, 내신은 5등급 체계로 단순화된다. 여기에 서울시교육청은 고교학점제 취지를 살리기 위한 보완 장치를 얹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진로·융합 선택과목의 내신을 즉시 절대평가로 전환하자는 내용이다. 현재 이들 과목에는 절대평가 성취도와 함께 상대평가 등급이 병기된다. 이 때문에 학생들이 관심과 진로보다 “등급 따기 유리한 과목”을 고르는 현상이 반복된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서울시교육청은 선택과목만큼은 경쟁이 아니라 성취 중심 평가로 전환해야 고교학점제가 본래 의도대로 작동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수도권 주요 대학에 적용돼 온 정시 수능 위주 전형 비율 권고를 폐지하자는 제안도 포함됐다. 조국 사태 이후 도입된 이 권고는 서울 주요 대학들이 정시를 30~40% 이상 유지하도록 유도해 왔다. 그 결과 학교 현장에는 “결국 마지막은 수능”이라는 인식이 굳어졌다. 서울시교육청은 정시 비율을 중앙정부 권고로 묶어둘 경우, 고교학점제와 프로젝트 수업, 학교 수업 혁신이 보여주기 행사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시 비율을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학교 수업 중심 교육이 숨을 쉴 수 있다는 논리다.

자사고·외고·국제고·과학고·영재학교 등 특정 고교 유형에 대해서는 수시 지역균형전형 지원 자격을 제한하는 방안도 함께 제안됐다. 특정 학교와 지역에 입시 기회가 집중되는 구조를 완화하고, 일반고와 지방 학생들의 상향 지원 통로를 넓히겠다는 취지다.

이 제안들이 실제로 반영될 경우, 현 고1·고2 세대는 수능 체계 변화와 함께 선택과목 절대평가 확대, 정시 비율 규제 완화까지 한꺼번에 맞닥뜨리게 된다. 수능이 당장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수능 올인 전략”의 영향력은 확실히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교육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현 초5가 치를 2033학년도, 내신·수능 모두 절대평가

이번 로드맵의 중심축은 2033학년도다. 지금 초등학교 5학년이 대학 입시를 치르는 시점이다. 이때부터 대입의 기본 규칙이 크게 바뀐다.

서울시교육청은 먼저 2030학년도 고1부터 내신 전 과목에 절대평가를 전면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이 학생들이 고3이 되는 해가 2033학년도이므로, 그해 대입부터는 내신 전 과목 절대평가 체제가 완전히 적용된다. 지금처럼 옆자리에 앉은 친구를 이겨야 1등급을 받는 상대평가 구조가 아니라, 설정된 기준을 넘으면 여러 학생이 동시에 높은 성취를 받을 수 있는 구조로 평가의 성격이 달라지게 된다.

수능 역시 2033학년도부터 5단계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서술형·논술형 문항을 도입해 비율을 단계적으로 늘리자는 구상이 담겼다. 현행 수능이 9등급 상대평가에 객관식 위주라면, 제안안 속 수능은 대학에서 공부를 따라갈 수 있을 정도의 기초 학업 역량을 확인하는 시험에 가깝다. 단순한 서열 경쟁 시험에서 학업 성취 확인 시험으로의 성격 전환을 노리는 대목이다.

수시와 정시를 통합하자는 제안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고3 2학기 수업이 입시 일정에 밀려 사실상 무력화되는 현실을 문제로 지적하며, 고3 2학기 수업을 끝까지 정상적으로 운영한 뒤 11~12월경 한 차례의 통합 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렇게 되면 수시와 정시라는 이중 구조가 사라지고, 학생들은 고등학교 과정을 마무리한 뒤 한 번의 입시로 진학을 결정하게 된다.

2033학년도 대입은 이처럼 학생부 중심 전형 위에 절대평가 내신과 절대평가 수능, 서·논술형 평가가 결합된 구조를 갖게 된다. 서울시교육청 안이 실제로 도입될 경우, 현 초5를 포함한 이 세대 학생들은 수능 한 번에 승부를 거는 방식이 아니라, 고교 3년 동안 어떤 과목을 선택해 어떻게 공부했고, 그 과정에서 어떤 프로젝트와 탐구 활동을 수행했는지, 글쓰기와 발표 능력을 얼마나 키웠는지로 평가받는 입시를 치르게 된다.


2040학년도, 수능이 사라진 자리엔 뭐가 남나

가장 파격적인 변화는 2040학년도에 맞춰져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 시점부터 수능을 폐지하고, 학생 성장 이력 중심의 대입 체계를 정착시키자고 제안했다. 2040년대 초반이면 18세 인구가 지금의 절반 수준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국 단일 시험을 통해 촘촘한 서열을 매기는 수능 방식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수능이 사라진 자리는 고교학점제에 따른 과목 이수 내역과 성취 수준, 학교 안팎에서 수행한 프로젝트와 포트폴리오 등 학생의 성장 이력이 채우게 된다. 대학은 고교 교육과정 범위 안에서 융합형 면접이나 서·논술형 평가를 보조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전국 수험생이 같은 날 같은 문제를 풀어 줄 세우는 “수능 시대”에서, 각자의 학업·활동 이력을 바탕으로 평가받는 “성장이력 시대”로 이동하자는 제안이다.

그러나 수능 폐지 구상은 곧바로 공정성 논쟁으로 이어진다. 대학별 고사가 강화돼 과거의 본고사 논란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학교와 지역에 따라 학생부와 프로젝트의 질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동시에 나온다. 서울시교육청도 이러한 우려를 의식해, 성적 부풀리기와 평가 불신을 막기 위한 전국 단위 평가 공인 체제와 대학·정부·교육청이 함께 만드는 공정성 장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학생·학부모에게 닥칠 준비의 변화

서울시교육청의 제안은 아직 중앙정부가 수용 여부를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입시 준비의 방향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그냥 넘기기에는 적잖은 무게를 지닌다.

현 고1·고2 세대에게 2028학년도 개편은 수능이 사라지는 변화는 아니지만, 선택과목 절대평가 전환과 정시 비율 권고 폐지 논의가 현실화될 경우 학교 수업과 내신, 학생부의 중요성이 지금보다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어차피 수능으로 뒤집을 수 있다”는 식의 늦은 승부 전략은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된다. 과목 선택을 진로와 흥미에 맞춰 잡고, 수업과 수행평가,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태도가 더 중요한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2033학년도 대입을 치르는 현 초5~중학생 세대는 내신과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서·논술형 평가 확대, 수시·정시 통합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입시에 나서게 된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문제풀이 기술이 아니라 읽기와 쓰기, 토론과 발표 능력, 주제를 스스로 정해 탐구하고 결과를 정리하는 힘이다. 교육계에서는 이 세대부터는 고교 3년을 “내신 등급 관리 기간”이 아니라 “성장 포트폴리오를 쌓는 시간”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2040학년도 이후 수능 폐지 세대는 아예 다른 풍경 속에서 학창 시절을 보낼 가능성이 크다. 이들에게는 수능형 문제집을 얼마나 풀었는지가 아니라, 어떤 주제에 호기심을 가지고 얼마나 깊게 파고들었는지, 친구들과 협업해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 냈는지가 중요한 경쟁력이 된다. 이에 따라 사교육 시장도 문제풀이형 수능 대비에서 학생부·포트폴리오 설계, 서·논술·면접 대비 등 과정 관리형 사교육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교육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수능 이후의 공정성”이라는 마지막 질문

서울시교육청의 이번 대입 개편안은 내신·수능 절대평가, 수시·정시 통합, 정시 비율 권고 폐지, 2040학년도 수능 폐지와 성장 이력 중심 선발까지 한국 입시의 골격을 통째로 손보자는 제안이다. 동시에 이 모든 내용은 아직 하나의 안(案)에 불과하다.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부, 대학, 교원단체, 학부모·학생 단체가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에서 수정과 보완, 부분 수용과 보류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결국 핵심 쟁점은 “수능 이후의 공정성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한 장의 수능 성적표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최소한 누구나 같은 조건에서 시험을 치른다는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 자리를 학생부와 성장 이력이 대체하려면, 평가의 신뢰성과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의 제안은 수능 이후 시대를 처음으로 구체적인 연도와 그림으로 꺼내놓은 신호탄이다. 이제 남은 것은 이 신호를 어떻게 현실로 옮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기준과 제도를 통해 “공정한 경쟁”과 “의미 있는 성장”을 동시에 담아낼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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